제갈량은 한윤을 변장시켜 본군을 지휘하게 한 후, 자신은 별동대를 이끌어 건녕을 기습한다. 결국 옹개의 반란군을 격파하고, 마침내 염우를 사로잡는다. 옹개와 고정은 겨우 포위망을 뚤어내고 남쪽으로 도주했다.
"염우를 데려와!"
제갈량의 명령에 곧 밧줄에 묶인 채로 염우가 결박되어 들어왔다. 염우가 힘없이 꿇어앉자 제갈량은 백우선을 흔들면서 염우 가까이로 왔다.
"나를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기세 등등했던 우장군께서.. 이렇게 잡혀 오시다니... 참으로 안타깝소이다."
염우를 비웃는 듯한 말투였다. 허나 염우는 제갈량에게 대들 생각은 않고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스... 승상.. 사... 살려주시오."
"...."
염우가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빌었다. 여태까지 자기를 욕하고, 반란군을 이끌었던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기개였다. 제갈량은 백우선으로 염우의 머리를 몇 번 치고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죽일 가치가 없다. 옥에 가두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우는 고개를 숙이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해 대었다. 그곳에 서 있던 장수들은 모두 염우를 비웃었다. 제갈량은 곧바로 군사를 풀어서 옹개를 추적해 잡으려 하였다. 헌데 군막으로 뛰어드는 젊은이가 있었다.
"승상!! 승상!!!"
모든 장수들이 놀라서 보니 그는 바로 강유였다. 제갈량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서 강유를 바라보는데 전신이 피투성이었다.
"백약! 무슨 일인가? 성도에... 무슨 일이.."
제갈량의 머릿속에 설마설마 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점차 걱정되어갔다. 아니나다를까.. 그 걱정은 현실임이 밝혀졌다.
"어사중승 황호가 장군 관흥, 장포를 동원하여 황궁을 점거하고, 황상폐하의 황명을 내세워 항거하는 자는 반군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저항하던 어사대부께오서 돌아가셨고.. 황호를 따르는 문, 무관을 제외한 모든 분들과 마초 대장군도 잡혔사옵니다... 소장은 겨우...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제갈량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허나 황호가 황명을 앞으로 내세워 그들을 쳤다면 명분이 서는 일이었다. 그들에게 항거한 마초 등은 반역죄인들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이끄는 군사들이 옹개의 군사들을 격파한 것도 역으로 바뀌어 오히려 자신의 군대가 반군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럼... 우리 집 또한.. 점거 당했겠군..."
제갈량이 탄식 한 후, 강유를 일으켜 세워 자리에 앉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좋던 본군은 이제 반군으로 여겨지고 있을 것이었다.
"승상... 이리 되면 아군이 오히려 황도군을 몰살시켰다는 혐의로 반란군으로 낙인 찍힐 것이옵니다. 상황이 안좋습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장완이 제갈량에게 말했다. 제갈량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장수들을 물러가게 했다. 그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촉이 한참 내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국은 태평했다. 조조 사후, 후계자 다툼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곽가가 지휘하는 이른바 조식파의 청군이 사마의가 지휘하는 조비파의 홍군을 몰아냄으로써, 조비 일파는 잠적해 버렸다.
문을 숭상하는 조식이 위 황제가 됨으로써 위국은 한층 더 발전했다. 업, 낙양, 허창, 장안의 4대 도시에 교육기관을 세우는 한편, 지방에도 교육기관을 육성하여 인재를 양성했다. 그리고 매년 시짓기 대회를 하여 장원에게는 상당한 상금을 수여함으로써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또한 민생이 안정되니 도둑이 들끓지 않았고, 웬일인지 천재지변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하니 위국은 백성들의 수는 크게 증가했고, 한 때 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평화로운 상태에서 군사들의 훈련을 임하니 군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정예병들이 되었으며 풍부한 물자와 자본을 바탕으로 위국은 수십만이 넘는 대군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촉은 내분에 휩싸여 있죠. 이 틈을 타서 공략해야 할 겁니다."
곽가가 조식에게 말했다. 허나 전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조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지금 위국은 평화롭고..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 괜히 군사를 일으킬 이유가 없지 않소?"
"하하하... 폐하. 지금 촉은 내분으로 인하여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황제와 그 측근들은 자기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틈을 타서 촉을 공격하면 아무리 제갈량이 천하의 기재라 하더라도 저런 상태에서는 막을 수 없죠. 촉을 무너뜨리면 동오 또한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므로 그럼 폐하께서 바라는 대업을 완수하고 나라를 부강하여 천대 만대로 이어질 수 있죠."
이치에 맞게 곽가가 말했다. 전쟁을 거부하고 싶었던 조식이었지만 자신이 바라는 천하를 위해서 군사를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좋소! 조인을 대장으로, 하후돈, 서황, 조진, 조홍을 장군으로.. 유엽을 참군으로 하여 30만 대군으로 한중으로 진격하라!"
곧 조인은 30만의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지나 사곡을 거쳐 양평관을 빼앗기 위해 한중으로 밀고 나갔다.
"....."
제갈량이 계속해 생각에 잠겨 있는데 병사가 와서 첩자 하나를 붙잡아 왔다고 전했다. 곧 첩자는 잡혀서 제갈량의 앞으로 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