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 마을
曉烱/崔 順 子
문희 마을에 가면
이마를 마주한 산들이 절벽 사이로 숨겨둔
비밀스런 가슴 풀어놓으니
살면서 꼭 한번 가볼 일이다
강줄기를 거슬러 마하리 두물머리 진탄나루에
외줄 나룻배 한가로우니 그 배에 잠시 앉아
급물살로 가야 하는 물의 까닭 들어보고
백운산 칠족령에 올라
산허리 굽이도는 동강을 굽어보며
버거운 등짐도 내려놓을 일이다
어느 하늘 아래
이토록 청정한 마을이 다시 있으랴
황새들 춤사위 얼비치는
된꼬까리 황새 여울에 손을 씻고
벼랑 끝에 꼿꼿한 동강 할미꽃
보랏빛 꽃술을 탐하는 바람결에
나이만큼 깊어진 그리움과
서러움을 묶어 보낼 일이다
어둠이 스멀거리는 산 숲에
짐승들 단잠이 깊어지고
무수한 별이 뜰 아래 우 우 쏟아져
뜬눈으로 지새우는 하얀 그 밤은
나이를 잊어도 좋을 일이다
曉烱印
문희마을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정선 영월 평창 동강변에 위치한 오지마을
문희마을은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원시자연의 생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백운산 등허리를 따라 내려오던 동강 줄기를 에워싼
석회석 기암절벽, 그리고 그 절벽에 펼쳐져 있는 소나무들...
천연기념물인 비오리와 .쉬리, 맑은 동강의 강바닥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문명의 때가 아직 묻지 않은 대자연을
피부로 느끼는 탐사를 할 수 있는 동강 상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