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 석방 → 보복… 악순환 고리 못끊는 가정폭력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7일 이희권·서종민 기자
여성부 등 엄벌대책 내놔도
현장 대응엔 큰 실효성 없어
“완전격리 방안 등 마련해야”
사진 출처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22058145&code=940100)
“한 번 감옥 가는 사람은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안 무서워해. 어차피 인생이 망가져 버렸는데 무슨 행동을 못 하겠니.”
B 씨는 3년 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014년 A 씨와 시작한 그녀의 결혼 생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으로 얼룩져 기억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악몽이 됐다. A 씨의 폭행은 점차 심해져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지난 8월 A 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A 씨 역시 아내 B 씨 측으로부터 수 차례 폭행 및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은 잇따르는 가정폭력 사건에 대응하고자 가정폭력 방지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현행범을 즉시 체포할 수 있으며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했을 때 최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10월 강서구 등촌동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전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재탕에 불과하다며 경찰의 적극적 대응과 함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5년 전에도 정부는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현행범 체포를 강조, 상습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경찰관이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보고 계도만 하고 돌아가거나 체포한 뒤 하루도 되지 않아 가해자를 풀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유지 및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시행의 목적을 ‘피해자와 그 가족의 안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풀어주는 것은 오히려 보복심리만 자극해 극단적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가정폭력 현행범을 일정 기간 피해자와 완전히 격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격리 기간 이후에도 24시간 비상대응체계 등을 통해 국가가 피해자의 안전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2070107122733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