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초록옷을 갈아 입은 뒷산 앞산 옆산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일을 하는 틈틈이 바라보며 너무 아름다와서 혼자 보기 아깝다고
몇번을 중얼거렸다.
보여 주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눈앞에 아른거렸다.
오늘 우리 뒷산의 모습이다.
요것은 옆산.....
그리고 아직 잎이 다 피지 못한 앞산의 모습이다.
앞산도 한 이틀만 있으면 온통 초록의 옷으로 갈아 입을 태세다.
남편은 건너밭 뒷밭 재너머에 있는 밭을 다니며 밭갈이를 하고
나는 오늘도 나물을 가지고 주물렀다.
햇볕이 어찌나 따가운지 손이 뜨거워서 몇번을 옷으로 가리기를 반복했다.
나물은 뜯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말려야 내것이 된다.
태가 곱게 말리려면 수시로 뒤집어주고 주물러 주어야한다.
무엇이든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면 더 고운모습이 되는 것 같다.
점심에 수현당마님과 만나서 다래순을 따러 가기로 했는데 일이 빨리 끝나지 않아 마음이 바빴다.
지난번에 꺽어다 놓은 엄나무순을 가려서 냉동을 해 놓기도 하고.
억샌것은 효소를 담고 적당한 것은 모두 다 장아찌를 담아 놓았다.
간장을 달이고 식히고 항아리에 담고 돌로 꼭꼭 눌러 놓고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며 길을 떠나
수현당을 만난 시간은 네시가 다 되었다.
지난번 횡성을 다녀 오면서 다래순이 오늘 따면 딱 맞겠기에 그 골짜기로 갔더니
나 보다 발빠른 어떤이들이 다 훑어갔다.
묵나물중에 다래순이 제일 맛있는 편이고, 가격도 제일 비싼편이니 나에게까지 차지가 안오려나보다.
우리동네에는 다 져버린 복숭아꽃이 이곳에는 이제야 한창이다.
그렇듯 복숭아꽃이 피어 있는 곳을 가면 다래순도 같이 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골짜기를 찾아 길을 떠났다.
수현당이 누룽지와 차를 가져와서 이동하는 동안 꺼내 먹었다.
길가에 큰꽃마리가 어여쁘게 피었다.
언제 보아도 고운 들꽃들이다.
이동을 해 간 골짜기는 시냇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좋은 곳이다.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놀이를 나온 것 같다.
맑은 소 옆에는 바위틈에 철쭉이 어여쁘게 피었다.
흙 한줌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 자리잡고 어쩌면 저리도 어여쁘게 꽃을 피웠을까.
역시나 마음껏 칭찬해 주었다.
철쭉이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옆에는 말발도리도 한창이다.
이곳에도 누가 따 가기는 하였지만 가끔 꽤 큰 덩굴을 만나서 헛탕을 치지는 않고.....
해가 다 질 무렵에 집으로 돌아왔다.
수현당네 닭은 병아리를 까서 유세가 말이 아니다.
이 닭은 벌써 7년째 병아리를 잘 까는 넘이라는데 이번에도 열마리가 넘게
병아리를 깠다고 한다.
수현당이 와서 보아 달라고 한 것은 모과효소하고 남은 것으로 담은 식초이다.
전화로만 가르쳐 주었는데 아주 잘 되어서 식초균들이 눈에 보이게 막을 치고 다 되었다고
몸매를 자랑중이었다.
맛이 아주 산뜻한 식초가 되었다.
이제 막걸리만 부어서 한 두어달 두었다가 걸러서 먹으면 될 것 같다.
이렇게 가르쳐 주어서 잘 된 것을 보면 참 흐믓하다.
아마도 그래서 선생님들이 보람을 크게 느끼는 것 같기도하다고 생각해 본다.
저녁을 무엇을 해 먹을까 걱정하기에 내가 메뉴를 다 정했다.
나는 남의집에 가서도 뭘 해 먹을까 메뉴를 내 맘데로 잘 정하는데
마당앞에 한창인 초롱꽃을 솎아 한움큼 삶아 무치고,
꽃이 핀 파의 꽃도 꺽었다.
이 파의 꽃으로 캐나다의 러브님이 튀김을 해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하여
그 맛이 궁금하던 차에 잘 되었다.
그리고 기름나물이라 불리우는 청가시덩굴싹은 기름에 소금과 깨소금만 넣고 볶았다.
풀만 있다고 하여 계란찜도 하기로 했는데 수현당은 이렇게 찜기에다 각 가족수대로
찜을 하니 먹기도 편하고 보기도 좋았다.
계란찜은 액젖만 넣고 간을 하였고 파와 고추가루를 넣었다.
파꽃튀김은 튀김가루를 좀 묽게 개어서 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맛있었다.
기른 콩나물을 다듬어 국도 끓이고 나물로도 무치고 어제 담그었다는 파김치도 놓고 나물은 기름에 볶은 기름나물,
초고추장에 무친 초롱꽃나물, 소금만 넣어 무친 부지깽이나물 , 그리고 어머님이 뜯어 오신 거무노리라는
나물까지 고추장만 넣으면 바로 비빔밥이 되겠다.
나물일색인 상에 커다란 조기두마리는 오늘 부산에서 나눔의기쁨님
여자친구가 보내 준 것이라는데
간이 딱 맞는 것이 너무 맛있었다.
어머님이 오늘 누구 생일 같다고 하시니
수현당이 오늘 군대간 아들 생일이라고 한다.
수현당 아들이 이번에 휴가를 나와서 바쁜철에 농사일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어버이날 종일 밭에서 일하고 들어와서 쭈물럭 거리더니 이렇게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런닝셔츠에 달아 주었었다고 했다.
군대에 가 있는 아들생일 덕분에 우리까지 잘 먹고.....
수현당의 마음은 찡한 것 같다.
소화되게 보이차를 마시고 ......
차 마시는 옆에서 병아리들이 짹짹 거린다.
오늘 태어난 것이라고 한다.
아직 다른알이 다 부화되지 못해서 이렇게 방에다가 들여놓고 먼저 키운다.
에구 하루도 안된 것들이 밥을 먹겠다고 다리로 여기저기 헤집는 것도 귀여운데
사람들이 얼찐 거리면 무엇을 달라고 쪼르르 눈이 따라온다.
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도 나누고 놀다왔다.
기쁨님 어머님이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에게 언제 다 가냐고 걱정을 하시며
친구가 있어서 좋기는 한데 한번 왔다가 먼 길을 가야하니 늘 마음이 안됐다고 .....
친정에 왔다 가는 것마냥 수현당은 수현당데로 기쁨님은 기쁨님데로 어머님은 어머님데로
무엇을 잔뜩 챙겨 주셔서 뒷 트렁크에 그득하게 싣고 왔다.
시간이 갈수록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집에 돌아오니 군대간 아들이 입고갔던 옷이 돌아와 있었다.
<저는 잘 있으니 걱정마시고 바쁘신데 답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남들은 이 옷이 돌아오면 눈물 바람을 또 한참 한다는데 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만 가득하였다.
첫댓글 환영이 옷이 벌써 왔어요??? 이렇게 다른이들의 일들은 벌써가 되나 보다..................저도 어제 태영이의 전화를 받았어요...일주일에 한번 꼴은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