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차 5개월째 도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맨션(한국의 아파트) 편지함에 거의 매일 쌓이는게 바로 위와 같은 부동산 전단지입니다.
제가 지금 사는 동네(토요초. 東楊町)의 현 시세입니다.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 요즘 100엔당 1,300~1,400원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900~1,000원 정도가 가장 무난한 환율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양쪽의 두집 100엔당 천원으로 계산했을 때 대략 왼쪽은 3억2천8백만원정도, 오른쪽은 2억3천8백만원정도입니다.
아, 저 두 집 모두은 맨션이라고 하는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입니다.
뭔지도 모르는 일어 때문에 비싼 건지 싼건지 잘 모르시겠죠?
이제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드릴께요.
1번 박스안의 내용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용면적 70.87제곱미터(21.43평), 3LDK는 방세개, 거실, 주방이라는 얘기입니다.
월 96,820엔은 계약금 300만엔을 제외한 차입금 2,980만엔을 35년, 연리1.875%, 원리금균등상환시 적용되는 금액입니다.
연리 1.875% 꿈의 이자율입니다. 일본은 주택대출이 아무리 비싸도 2.5%를 넘지 않습니다.
회사의 형도 지난달에 저 금리로 도쿄 인근(한국으로 치면 부천정도)에 집 장만했습니다.
조그만 글씨에는 뭐가 있느냐 하면 건축연도 시공사 등등이 있습니다.
저 건물은 1982년 1월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25년 지났다는 얘기죠.
한국의 25년된 아파트 엄청 낡았죠. 하지만 여기는 안그렇답니다.
제가 사는 데가 85년에 지어진 맨션인데 아주 깨끗합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한가지, 바로 발코니면적 8.52제곱미터. 일본은 이렇게 발코니면적을 따로 표기합니다.
이것까지 더하면 한국으로 치면 저 건물은 전용면적만 24평짜리 아파트가 되는 겁니다.
전용면적으로만 계산해도 평당 137만엔. 한국돈 1,370만원.
요즘 서울에 저정도가격으로 아파트 사려면 어느 구에 가야 되나요?
2번 박스 설명 들어갑니다.
전용면적 58.80제곱미터(17.78평), 2LDK(방 두개, 주방, 거실), 2, 380만엔.
계약금 백만엔을 제외한 2,280만엔을 1번과 같은 조건으로 대출할 경우 월 74,080만엔 상환.
건축연도는 1979년 2월. 발코니면적 6.42제곱미터.
발코니면적 합치면 약 20평. 평당 119만엔, 한국돈 1,190만엔.
자, 이쯤되면 한국보다 도쿄가 집값이 싸다는 걸 아시겠죠?
교통이 불편해서 싼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으실텐데 3번 박스 보시면 "토요초역까지 걸어서 3분"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도쿄의 촌동네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 틀림없이 있으실 겁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긴자, 신주쿠 모두 토요초역에서 전철로 20분 정도밖에 안걸리는 곳입니다.
참고로 도쿄에는 23개의 구와 26개의 시, 그리고 열 개 남짓의 기타 행정구역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도쿄의 중심지는 23구입니다. 나머지 시는 전부 23구 외곽에 있습니다.
도쿄 23구내의 집값과 그 외 지역의 집값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제가 올린 전단지는 도쿄23구내의 건물에 대한 전단지입니다.
그리고 도쿄23구는 끝에서 끝까지 전철로 1시간이 채 안 걸립니다.
이쯤되면 서울 집값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지 아시겠죠?
서울에서 직장다니는 사람이 월급에서 100만원 저축해서 집 사려면 20년 걸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도쿄도내의 직장인 평균연봉이 서울의 직장인 평균연봉보다 최소 1.5배이상 높습니다.
그리고 집값도 서울보다 명목상으로도 비싸지 않습니다. 물론 긴자나 시부야 이런데는 강남보다 비싼 집이 있을 수 있겠죠.
대출조건도 한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이런데도 토건업자 출신의 대통령은 요즘 집값이 살짝 내려가니까 강남 부자들 살려주려고 별 짓을 다하고 있습니다.
집장만이 도시 서민의 평생 꿈이 되어 버린 요즘 도쿄의 집값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정부가 경제가 살리려면 집값을 내려서 집장만을 위해 얼어붙은 소비를 풀어 내수를 진작시키는게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지 않을까요?
SH공사 홈페이지의 문구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제발 살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