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6월 산막이옛길과 갈은구곡을 다녀왔는데 우리길에서는 쌍곡폭포로 가셔서 알탕까지...
산막이옛길 사진 몇장 올립니다. 참고삼아 보세요~~
청풍명월 산자수려, 괴산 산막이옛길과 갈은구곡 걷기
산이 막혀 못 가니 산막이길, 하여 산 텀벙~
칡을 캐먹으며 숨어 살 수 있다는 갈은(葛隱)에서 온 이름, 갈론마을 계곡에서 물 텀벙~
산 텀벙 물 텀벙이라니 더운 날 산도 보고 물도 본다는데 속는셈치고 갔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아니고 그야말로 청풍명월 산자수려의 고장, 신선들의 정원이라는 괴산의 엑기스와 정취를 흠씬 느끼고 좋은 먹거리를 먹고 온 날이었습니다.
산막이옛길은 산막이마을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름 그대로 ‘산이 막아섰다’는 뜻입니다. 1957년 괴산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마을 앞 달천은 수위가 낮았습니다. 돌다리나 섶다리를 놓고 마을 간 왕래를 할 수 있었죠. 그러나 괴산댐이 생기면서 달천은 물이 불어났습니다. 거대한 호수를 이뤄 ‘괴산호’라 부르게 됐죠. 산막이로 통하던 십리 길도 함께 묻혔죠.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바깥마을과 소통했습니다. 그도 여의치 않아 산에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내 50여년을 오간 길입니다. 산막이옛길은 어쩌면 50여 년 사람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에 괴산댐 호수와 어우러지며 한국의 자연미를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기걷기에서는 송문리 임도길을 따라 산막이 마을로 가서 점심을 한 후 산막이옛길 입구로 갑니다. 산막이옛길 자체는 4Km, 송문리 산막이길은 5Km 어느 쪽을 먼저 가든 10Km가 안되는 길, 중간 점심을 해도 시간여유가 남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4DFB4B53B0620130)
송문리 임도길로 산막이 마을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여유만만의 길입니다. 20살에 산막이마을에 시집와 90살이 되도록 산막이마을을 지키며 하얀집을 운영하시는 이강숙 할머니가 산채나물과 올갱이국, 청국장을 내놓습니다. 맛이 정갈하고 푸짐, 깔끔한 식사를 마치고 바로 근처 노수신 유배지와 삼신바위로 향합니다. 몇몇 분들이 이강숙 할머니와 대화하시는데 사진을 못찍은 것이 아쉽네요.
사실 산막이마을의 시작은 노수신 선생의 유배지(謫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중기 학자인 노수신(1515~1590)은 을사사화에 휘말려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고난의 세월을 견뎌 훗날 선조시대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가 귀양살이를 했던 산막이마을은 ‘죄인’이 머물러야 할 만큼 수백년 전부터 오지로 기록됐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E384D53B062222B)
조선중기 명재상 노수신의 귀양지 수월정. 괴산댐으로 수몰될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 복원한 것.
산막이마을이 다시 역사 위로 올라온 것은 노수신의 10대손인 노성도라는 선비 덕분입니다. 선조의 자취를 따라 산막이마을을 찾은 노성도는 마을을 둘러싼 달천의 비경에 반해 ‘연하구곡’이라 이름 짓고 ‘신선의 별장’이라 칭했습니다. 노수신 선생의 적소와 그의 삶을 기리는 ‘수월정’은 산막이마을 안쪽에 남아있습니다. 1957년 괴산댐이 생기면서 수월정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그대로 마을 위쪽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네이버 인용)
수월정과 삼신바위를 둘러보고 산막이옛길로 갑니다. 원래는 괴산댐 인근 들머리에서 산막이마을까지 1시간 가량을 천천히 걷는 길인데 거꾸로 간 셈입니다. 가는 동안 그래도 괴산군에서 길을 내면서 뿌리는 다르지만 한몸이 돼 살아가는 연리지부터 노루샘, 연화담, 망세루, 호랑이굴, 매바위 등 옛길 곳곳에 이야기를 입혀 복원했는데 스토리텔링으로는 약하더군요.
쉬엄쉬엄 출렁다리를 넘어 주차장으로 가니 오후 3시경, 햇살은 아주 뜨거워졌습니다. 일기예보상 소나기와 우박 등이 온다고 했는데 청명하다 못해 뜨거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괴산댐이 가둔 달천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산막이, 동쪽은 갈론마을입니다. 배를 타고 건너면 지척이지만 걸어 가려면 산막이옛길을 따라 괴산댐까지 나왔다가 다시 갈론마을로 향하는 임도를 타야합니다.
버스가 길게 늘어서 괴산댐을 돌아 갈론마을로 갑니다. 순간 긴장이 엄습합니다. 일방통행길 같은 임도, 길이 좁아 반대편에서 티코 같은 작은 차라도 나오면 꼼짝달짝 못할 정도의 길입니다. 좁은 길, 큰 차가 한번에 회전을 못하는 곳도 있더군요. 그런데 다행히 오고가는 길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7E204D53B0627A2C)
갈론마을도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산촌입니다. 당초 칡이 많이 우거져서 은거하기 좋은 곳이란 뜻의 갈은(葛隱) 마을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갈론(葛論)마을로 불리고 있는데 괴산군에서 만든 표지판을 보니 갈은구곡으로 되어있더군요. 산막이나 갈은, 유배를 보낼만큼 오지라는 뜻이겠죠. 그런데 이런 오지가 현대사회에서 힐링의 장소로 각광받으니 세상일 참 알 수 없습니다.
갈은구곡에 도착, 가볍게 걷습니다. 9곡이나 되지만 시간관계상 1곡도 못가고 입구 근처 물맑은 곳에서 탁족 혹은 족욕을 하며 발의 피로를 풉니다. 저는 사진 찍느라 아쉽게도 물에 발을 담그지 못했는데, 진짜 물텀벙인줄 알았으면 아큐아슈즈(이거 순우리말로 하면 뭐가 좋을까요?)를 신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여정은 갈은구곡 입구에서 끝나고 서울로 길을 재촉합니다. 산 돌아 물 돌아 계곡에서 발 담그고, 잘 먹고 온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산막이옛길 보다 갈은계곡의 물보다 괴산댐을 건너 갈론마을까지 가는 그 임도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버스를 타고 갔지만, 중간에 내려 걸어가고 싶은 충동이 많이 나더군요. 특히 그 길을 버스에서 보니 괴산호(달천) 건너 우리가 걸어온 길을 따라 올라가더군요.
어느 분은 갈은구곡을 가면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가 보지 않은 길로 가 보는 것”이라는 의미를 두었는데, 저는 “길은 또 다른 길을 이어주며 예비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산막이옛길과 갈은구곡 사이의 길은 길이면서도 미처 가 보지 못한 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보이지 않은 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을, 날이 청명할 때 산막이마을에서 배를 타고 넘어가 조용히 걷고 싶은 길, 이 길을 눈과 가슴에 담고 온 날이라 기쁜 하루였습니다.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https://t1.daumcdn.net/cfile/blog/22576F3E53B06A8D36)
표지판에는 익숙한 산막이 보다 산맥이라고 한 것이 눈에 띄네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8914853B062C405)
임도이자 좋은 숲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2B1F4C53B062E12C)
멀쩡한 나무에 왜 이런 표시가 있는지..
![](https://t1.daumcdn.net/cfile/blog/2278DE4853B0630E05)
최신식 산막이옛길 표지판. 임도에 저런 표지판은 썰렁하지 않나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247DD44D53B063402F)
걷는 길 내내 괴산호와 함께 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63174F53B0639027)
구수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B984953B063AF06)
산막이마을에 현재 3가구가 있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31FF5053B063CF24)
허기는 최대의 반찬, 토속적인 음식맛도 좋아 맛있게 식사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58D4E53B0642527)
![](https://t1.daumcdn.net/cfile/blog/2765464E53B0644A28)
노수신 유배지 수월정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2CB24C53B064822F)
문간공이란 시호(죽어 받는 칭호)를 받았네요. 소재는 노수신의 아호. 문간공소재노선생유적비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8754B53B064CE02)
수월정 유래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03CE4953B064ED03)
뭐라고 씌여있는데 무슨 뜻인지... 판독이 되시는 분?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EFC4253B067DB2F)
삼신바위 입구 나무가 아치형으로 만들어져 있네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21647E4553B0664F12)
산막이마을 아이콘이자 대표적 명소인 삼신바위, 삼신이 내려와 목욕하다 날이 밝아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65704553B0667611)
달천 맞은 편 전망대입니다. 가을에 보면 제 멋이 나겠죠.
![](https://t1.daumcdn.net/cfile/blog/2257A53E53B066AC29)
![](https://t1.daumcdn.net/cfile/blog/2733134453B066C514)
괴산호를 오가는 유람선입니다. 배를 타면 맞은편 갈은마을 10분에 가겠죠~
![](https://t1.daumcdn.net/cfile/blog/226C2B4553B066EC0B)
산막이옛길 시작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3D1F4053B0670511)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EEA3F53B067221C)
![](https://t1.daumcdn.net/cfile/blog/2657D13E53B0681C2E)
전망대입니다. 밑에는 강화유리를 깔아서 호수가 보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3A244153B0686D0A)
여체를 닮은 나무라고 하는데... 어디가 닮았다고 하는 것인지..
![](https://t1.daumcdn.net/cfile/blog/2537A84153B068AD0F)
호랑이도 갖다 놓았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59D33D53B068CC2B)
![](https://t1.daumcdn.net/cfile/blog/2171694353B068E324)
![](https://t1.daumcdn.net/cfile/blog/243F254053B068F714)
![](https://t1.daumcdn.net/cfile/blog/277D134253B0692A36)
![](https://t1.daumcdn.net/cfile/blog/2471804353B0694824)
고인돌 쉼터라고 하는데... 고인돌 형식은 아니죠...
![](https://t1.daumcdn.net/cfile/blog/21572C3D53B0696F2F)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E6A4453B0699120)
산막이옛길 입구는 관광지화 됐네요. 옛날 오지마을이 요즘은 각광받는 곳.
![](https://t1.daumcdn.net/cfile/blog/2738AA4453B069D213)
버스 안에서 급히 찍은 괴산댐입니다. 1952-57 순수 한국기술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57A23E53B06A1234)
갈은구곡 안내판
![](https://t1.daumcdn.net/cfile/blog/27490D4053B06A2E13)
산막이옛길 5.4km. 가을 청명한 날에 걷고 싶은 길로 남겨둡니다.
첫댓글 다녀온길
또다시 보는마음이 즐겁네요
함께했음 더 좋았을길
유수님 즐감하고 갑니다
낙화유수님써주신
후기 긴문장 인내심을
발휘해 잘읽었습니다.
역시
학자시네요.
암튼 갔다온곳이라
내머리속의 그곳과
낙화님의 그곳이 잘 연결되었습니다. 땡큐입니다.
여름길 컨디션 조절 잘하시길 ㅡ
몃년전에 예사도 가봤던길 ㅎㅎ 참 좋은길인데 다시보니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