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정말 그런 분일까? ; 희림이 덕에 득봤다.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서평)
‘성서는 사람을 만들고 독서는 사람을 키운다.’ 책 표지를 펼치니 다음 장에 2013년 10월 6일 목사님이 직접 적어주신 글이 보인다. 모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님의 초청으로 오셨을 때 샀던 책인데 여즉 읽지 못했던 것을 공교롭게도 목사님과 다시 만나 글쓰기 수업을 하며 읽게 되다니.
2013년 이 책의 첫인상은 나에게 ‘나이브(naive)한’ 이었다. 원 단어의 의미는 자극이 적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운 이미지이고 그로부터 나온 '나이브하다'는 최근 용어의 경우 소박하고 천진하다, 경험이나 지식의 부족으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2013년, 그때의 나는, 들었던 말들을 섣불리 내면화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 투성이였다. 나의 행동과 태도를 결정짓게 할, 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믿음의 내용에 대한 숙고였다.
글 쓰는 그리스도인 이번 챕터에서 ‘같은 단어라도 다른 관점과 맥락에 놓이면, 전혀 다른 색채를 띤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맞다. 그래서 번역이 힘든 거고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문화적 소속이나 배경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속한 익숙한 문화적 안경으로 성경을 보지 않고 원래 성경이 말하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인지, 또 역사를 거쳐 오면서 여러 문화 속에서 성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일들을 하게 했는지 알고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나 또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정말로 하나님이 믿을 만한 분인지 알기 위해서, 성경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끊임없이 살피는 지난한 길을 지나왔다. 성경과 신앙서적, 고전, 인문학서적, 내 삶과 주변사람들을 끊임없이 읽고 또 되돌아 보며 복음속의 본질을 나만의 말로 다시 발견하고 정의한 후 비로소 내면화해 왔고 C. S 루이스와 폴투르니에, 자끄 엘륄 같은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다.
그들의 말들은 일상적 어투였기에 시대가 지난 지금도 상당 부분 의미가 오염되거나 퇴색하지 않은 채 살아 있는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다양한 상황의 적용에는 활용도 어려웠을 뿐더러 섣부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지나치게 절대적이고 단호하고 굳은 말투인 교리적 말과 다르게 지금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마저 제공해 주니 나에게는 일석이조였다.
때문에 나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성경을 보고 나를 보고 사람들을 보고, 책들을 찾아 읽으며 ‘신뢰할 만한’ 것들을 찾았고 이제는 누구의 의견이나 글에 휘둘리지 않고 예전보다 편하게 성경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 삶에 대한 적용적인 부분도 큰 틀에서는 흐름을 잡았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목사님의 글을 차용하자면 자기 언어로 하나님을 말하고, 자기방언으로 하나님을 노래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자의 사역에 동참하기 위하여 갖은 용을 쓴 셈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고, 내가 했던 고민 역시 완벽하게 같을 순 없지만 우리보다 앞서 많은 일을 먼저 겪고 고민 한 유럽과 세계와 내 주변의 많은 선진들로부터 지혜와 실마리를 얻어 오늘을 살아낼 수 있게 되었다. 희림이와 목사님께도 감사하다.
지금에와 글쓰기 수업을 하며 이 책을 다시 보니 지금 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종교적인 표현만 보고 오해하지 않고 저자의 의도대로 편하게, 더 깊이, 신명나게 책을 읽어 내려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아들과 목사아빠가 대화체 편지 형식으로 신앙적인 고민을 묻고 또 대답하는 내용을 엮어 놓은 책이다. 우리안의 야곱 DNA가 기독교인으로 다양한 인생 군상과 그 삶에 개입하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었다면 이 책은 초심자나 예배당에 다닌지 오래 되었지만 질문을 품은채로 고민하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아주 건강한 교리 가이드라인을 딱딱하지 않은 대화체로, 그러나 부족함 없는 알찬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희림이나 목사님은 어떻게 이런 추상적인 내용을 쉽고 정교한 글쓰기로 표현 할 수 있었는지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희림이의 의식의 흐름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답해 주시는 목사님의 따뜻한 글을 읽으며 나는 희림이가 부러웠다. 나의 지난 8년간이 귀하지만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도마 같은 사람이다. 질문 때문에 회심했을 정도니까.
초등학교 1학년 우연히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었던 나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6살 봄, 하나님이 정말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몸부림 쳤고 그 앞에 주님이 먼저 찾아오셨다. 그 저녁,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했던 선교단체의 예배자 훈련 학교의 한 부분으로 강해설교를 듣고 돌아오던 길..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질 수 없어서 주님이 오셨다는 그 사실 앞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그 때를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지금 8살 그리스도인인 셈이다.
그러고도 겁이 많았던 나는 아직까지 질문투성이다. 회심한 직후 너무 행복한 그 시간이 없어질까 두려운 마음 앞에 예수님을 더 사랑하라는 마음을 주시던 하나님. 때문에 무작정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예수님은 또 어떤 의미인지, 예수님이 정말 그리스도이자 메시야인지, 그 분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제자들처럼 그분이 누구신지도 모르면서 따라나섰다. 그리고 결국 같은 해 여름, 다 이해 되지 않아도 주님이 하신 일들을 믿고 영접하겠다고 아이들이 다 가고 난 텅빈 교실에서 울며 고백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시작일 줄이야. 주님을 따라간 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위한 지난한 작업의 시작이었다. '예수님이랑 바울은 왜 이렇게 다르지??', '하나님이 뜻을 바꾸시기도 하네?', ' 하나님이 지시다니?', '하나님의 신성과 절대성은?', '구약에 나오는 하나님과 주님을 통해 드러난 신약의 하나님은 다른 분이신가?', '왜 하라고 하고 하지 말라고 하지?', '창조론과 진화론, 과학과 신앙은 어떻게 봐야 하나?', '동성애는?', '심리학은 실제 유용한데 신앙적으로 악하기 때문에 모든 심리학적인 요소들을 폐기해야 하는가?' 등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질문들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이 정말 그러한가?', '하나님이 정말 그러한 분인가?'에 대한 끊임없고도 긴 시간들이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힘든 마음으로 예배에 갔던 내 표정을 보며 그런 표정 지으면 하나님이 싫어하신다는 말을 한 사역자분이 했고(아마 다른 사람들은 다 기쁜 표정으로 박수치고 있었기에 두드러져 보이고 거부감이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힘든 마음에 더 힘든 심정으로 정말 그런지 성경으로 확인했다. 그때 상황을 지금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을 갖다 붙인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난다. 찾아 보지 않았다면 상한 마음을 받으시는 하나님을 나는 그 사람 때문에 꼼짝없이 오해하고 힘들어도 하나님 앞에서 웃고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바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지난한 시간을 지나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님은 그러한 분이 아니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정말 그런 분이었다. 복을 받기 원하는 내게 니가 복이라고 하는 그런 하나님. 아, 힘들다. 그렇지만 하나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다. 그래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지하고 확인하고도 나는 또 새로운 질문앞에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하나님도 힘드시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나는 앞으로도 그럴 듯 싶다.
그런데 돌아보면 의외로 주변에서도 내가 고민했던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하게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정말 단순하고 원칙적이고 규칙적인 것들로 설명할 수 없는 은혜의 영역앞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지는 것을 본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해 줄 만한 책이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나도 책을 사게 되지 을까 생각한다. 야곱 DNA도 이미 친한 친구에게 전해줄 요량으로 한 권 더 사 놓았다. 이 놈의 책 욕심, 책 선물 욕심. 희림이 덕에 나는 지나온 질문들을 책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고 목사님의 답서신을 볼 수 있었으니 희림이 덕에 득을 많이 보았다. 사부님 희림이한테 고맙다고 전해 주셔요. 그리고 사부님께도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부족한 제자(제자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더 잘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저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한 사람입니다^^
동지감 뿜뿜!! 저만 그런 길을 가고 있지 않는 다는 마음에 힘이 납니닷 감사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