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바이러스 팬데믹에 관한 영화들
숯불구이 닭다리 한 개 = 담배 60개비 유해물질
숯불요리, WHO 선정 해로운 10대 음식
생선 직화 습관 위장관 암 발생률 높여, 탄 부위 제거하고 먹는 습관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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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식생활이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숯불구이와 같은 직화구이다. 숯불구이 방식으로 구운 닭다리 한 개는 담배 60개비를 피웠을 때와 같은 유해물질 즉, 발암 물질을 가지게 된다. ㈜스폰지이엔티(배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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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모상(盲人摸象), 즉 장님이 코끼리 만진다는 이야기는 불교의 경전 ‘열반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장님은 무 같다고 하고 코를 만진 사람은 뱀 같다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절구공이 같다고 합니다. 이렇듯이 사람들의 관점에는 다양함이 있습니다. 세상일에 편견을 가지거나 왜곡된 시선을 갖지 말라는 교훈이지만 그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숨은 뜻도 있지 않을까요?
장님들의 여러 의견을 넓게 받아들여 조합을 잘하면 보지 않고도 코끼리의 모습을 그려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요즘, 넓은 포용의 미덕이 그리워집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보는 눈에 따라 많은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수많은 시각을 만들어 내는 영화는 매력적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두워지면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오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그 유모차에 들어 있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마작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솔깃해집니다. 어느 새벽 쓰네오는 우연히 할머니의 유모차와 충돌하게 되는데, 그 속에는 놀랍게도 한 소녀(이케와키 치즈루)가 있습니다.
하반신 장애로 걷지 못하는 손녀는 할머니의 유모차를 타고 마을 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쓰네오는 왠지 그 소녀에게 끌려 집까지 따라가고 아침밥을 얻어먹게 됩니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집, 하지만 반전은 그 소녀가 만들어준 계란말이에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은 쓰네오는 그 소녀의 집에 자주 가게 되고 그 둘은 친해지게 됩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구미코, 하지만 조제라고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그녀는 책의 한 구절을 읊어줍니다.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이 건조한 대사가 이 영화의 결말을 예견합니다. 쓰네오와 조제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 둘은 조제가 원했던 호랑이를 보러 가기도 합니다. 그들은 바다로 겨울 여행을 떠나게 되고 진정한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사강의 소설처럼 그들의 사랑도 변해갑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그들의 사랑만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시간을 보낸 조제는 성숙해지고 혼자 삶을 꾸려갈 만큼 씩씩해집니다. 그녀는 혼자서 장도 보고, 먹음직스러운 생선구이도 쓱쓱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사랑은 진실했기 때문에 그 이별은 역설적으로 담담했고 쿨하게 정리합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보여준 쓰네오의 오열만이 그들의 사랑의 흔적을 나타낼 뿐입니다.
영상미와 음악의 묘한 조화, 젊은 배우들의 호연, 장애인과의 사랑 등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관점이 타당성이 있고 수긍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을 조합해보면 결론은 ‘사랑의 힘과 그 유한성에 대하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 소개돼 많이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여류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아십니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작품으로 유명하지요. 그녀의 시 중에 ‘만하탄의 선신’은 사랑의 유한성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다뤘습니다.
사랑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은 연인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사강의 소설 속의 주인공 조제처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은 사랑의 끝에 대해 건조한 결말을 만들어냅니다. 비록 가슴속에는 쓰디쓴 슬픔의 강이 흐를지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씩씩하게 삶을 만들어갑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관점은 이렇게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저의 의학적 관심은 그들이 먹는 요리에 있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결말, 조제는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요리를 합니다. 특히 숯불에 생선을 굽는데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사실 생선은 찌거나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는 오븐에 굽거나 석쇠에서 구운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기름기는 빠져 겉은 바삭거리고 속살은 육즙이 보존돼 부드럽고 촉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생선 구이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동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위암의 발생률이 높습니다. 장아찌 같은 염장 처리한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젓갈류와 장류가 그렇습니다. 일본의 찬류에도 이러한 소금에 절인 식품들이 많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선을 직화로 구워 먹는 식습관이 위암 등 위장관 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료칸이나 호텔의 조식 뷔페에 가면 대부분 전기화로에 생선을 직접 구워 먹을 수 있게 코너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만큼 생선 구이는 일본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요리인데, 이러한 식습관이 위장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특히 숯불에 구워 먹는 육류와 생선은 발암 물질을 많이 만들어 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 해로운 10대 음식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숯불구이류 식품’입니다. 예를 들어 숯불구이 방식으로 불에 구운 닭다리 한 개는 담배 60개비를 피웠을 때와 같은 유해물질 즉, 발암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에 직접 불이 닿아 타게 되면, 탄 고기에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이 생깁니다. 그리고 불에 떨어진 기름이 타서 생긴 연기에는 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벤조피렌이 있지요. 또 직화구이 방식을 이용하면 산소와 불이 음식을 연소시키면서 질소 산화물과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가스를 만듭니다. 이러한 발암 물질이 고기에 스며들고 그걸 그대로 먹게 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직화구이에 쓰이는 숯 중에는 폐자재를 원료로 만든 것도 있어서 더욱 위험합니다.
이렇게 맛을 위해서 감수해야 할 위험이 적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참숯 같은 자연 숯을 쓰고 육류나 생선의 탄 부위는 일일이 제거하고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아주 가끔씩 먹는 구이 요리라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요즘처럼 잦은 회식 등으로 많은 육류를 섭취하게 되면 좋지 않습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아침을 먹으며 조제와 쓰네오는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음식을 먹는 것만큼 사람을 가까이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같은 식구(食口)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나누는가에 따라 건강한 식구가 될 수 있고, 혹은 아픈 식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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