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지인들과 숯가마를 찾았습니다. 늘 동네 찜질방만 찾았던지라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거리상 1박2일을 작정하고 갔기에 마치 여행을 가는 마음으로 갔지요. 밤 늦게 도착하여 그곳 시설에 익숙하지 못해서 어두컴컴한 마치 축사와 같은 분위기에 그닥 좋은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체험담을 통해서 숯가마의 효능을 듣고 좋구나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게 되었지요. 마냥 그곳 시설이 신기해서 숯가마 체험보다는 고구마와 가래떡을 구워 먹으며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가 MT라도 온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숯가마의 아침이 시작되면서 저는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였습니다. 숯가마를 만드는 것부터 공개되는 모습이 제게는 교육의 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게차로 한짐 날아온 참나무입니다. 이렇게 많은 참나무가 한 가마를 채우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한번 더 가져와야했지요. 그래도 가마 전체를 채우진 못합니다. 너무 채우면 잘 탈수가 없어서 삼분의 이정도를 채워준다고 하더군요. 가마 안을 채워가는 모습입니다.
가마안에 참나무를 채운뒤 벽돌을 쌓아가며 가마를 막는 모습입니다. 황토흙을 반죽하여 벽돌을 붙여가며 정성스레 쌓았습니다.
가마 입구가 봉쇄되었습니다. 밑에는 불을 붙이는 아궁이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조그만 구멍이 남겨져 있습니다. 이곳으로 가스불을 붙인다고 합니다. 다른 화학적인 것을 첨가하지 않고 숯의 역할을 하는 작은 나무가 앞에 있어서 그곳에 불이 붙여지면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봉쇄된 입구를 보는 순간 저는 백제 무녕왕릉의 입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저 벽돌 몇 장 쌓아놓은 것 뿐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제가 역사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네요. 사실 백제 무녕왕릉은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발굴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발굴 작업을 하다보니 너무도 많이 훼손되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정성들여 쌓으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발굴 역시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말입니다. 청계천의 복원 작업도 다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보니 괜한 생각까지 이르는군요. 불때고 나면 부수어버릴 벽돌을 쌓으면서 정성을 다해 일하시는 분의 모습을 보면서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이 일은 오후가 넘도록 계속되었는데, 서두르지도 않고 꼼꼼히 정성을 다해 일하셨거든요.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인데 참으로 열심히도 일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 방식들이 손도 많이 가고 힘이 많이 드는 작업들이 있는데, 이렇게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의 전통이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숯가마 열풍이 일어서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숯가마들이 많이 없어진 까닭이 이와 관련된 것일까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황토흙으로 미장질을 합니다. 완성된 모습니다. 3일동안 불을 때고 이제 막 공개될 가마입니다. 아래 벽돌부터 차례로 부숩니다. 아래 벽돌을 작은 것을 쌓았던 이유가 쉽게 부수기 위한 것이었네요. 가마안에서는 불이 활활타오르고 있네요. 타고 있는 불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동인의 <광염소나타>가 생각나더군요. 예술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취했던 주인공이 그 순간 이해되다니... 곁에 계신 분이 배화교까지 말씀을 하셨는데, 조로아스터교라고 불리는 고대 페르시아 종교이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불을 숭배했던 종교는 아닙니다. 어디서나 종교 의식에 불이 사용되었던 것처럼 제단앞에 불을 피워 신성하고 위엄있게 보였던 것 뿐이지요.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고 그 이후 불은 이성, 계몽, 자유의 표현 그리고 인간에게 창조적인 능력에 도움을 주었지요. 그러다 보니 불은 역사적인 의미가 강해서 올림픽의식에서 가장 돋보여지기도 하지요. 어쨌든 타오르는 숯가마 속의 불꽃을 보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이제 숯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시간입니다. 함께 불꽃을 피우던 녀석들은 바깥 공기와 만나면서 숯의 모습도 잃어가며 그 빛도 퇴색해 가겠지요. 작은 녀석들은 이게 최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열기를 우리들에게 한껏 피워주고 하얀재가 되지요. 안쪽에 남아있는 녀석들은 멋진 숯이 되어 또다른 역할을 위해 다시 태어날겁니다. 숯은 사라지고 열기만 남은 가마는 이렇게 열기가 혹시라도 빠져나갈까봐 이중문을 만들어 열기를 꼭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숯이 남겨준 열기와 원적외선이라는 멋진 성분과 만나게 되지요. 저는 만병통치약을 믿지않습니다. 이 세상에 모든 병을 치유할 수있는 약은 없는게 당연한거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오신 분들은 숯 덕분에 좋아진 건강을 자랑하시더군요. 사실 이런건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개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조상들이 참나무를 숯으로 썼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간장을 띄울 때 숯을 함께 넣었던 까닭도 있었겠고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살았던 우리 어머니들이 부인병이 적었던 것도 그러한 열기 때문이라 해도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그분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보니 효능을 굳이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것들을 놓고도 우리는 디베이트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정책 논제나 사실 논제 같은 것들은 우리가 쉽게 말할수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쉽지 않지요. 책에서 읽었던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도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가지고 논제를 삼을 수 도 있지만, 가끔 이런 약효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신빙성만 있을 뿐 확실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의약계에서도 논쟁이 되고, 체험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되지만 결론만큼은 쉽게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논제로 세우기는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분명히 쉬러 숯가마에 갔습니다. 그런데 숯가마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숯의 효능에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디베이트의 효과가 아닐까요? 무심코 지나쳐도 되는 것에 대해서 자꾸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저는 오늘 초보 디베이터로서 일상생활속에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