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세미티 원정4-15피치까지 휙스로프 설치하는 날
다음날 28일 새벽 6시 홀백 2개를 짊어지고 허트릿지 아래 고정자일 밑에 도착.
나와 전남이 먼저 주마 시작하여 홀백 1개와 함께 9시 12피치 도착
13피치부터 등반이다. 간만에 선등이다.
13피치 5.6거의 걸어가는 수준, 등반길이가 20m정도이니 획스시킬거면 12피치와 13피치를 한꺼번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4피치 할로우 플레이크, 5.11d의 다운 클라이밍 후 트레버스 하여 5.9의 반침니 등반이다.
“다운 클라이밍” 그것 참 애매하다.
자일의 텐션을 받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남은 어려운 피치들에 대한 중압감,
어제 등반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파이팅이 떨어지는 오늘 같은 날이면 더욱...
몇 번인가의 암묵적인(?) 등반자와 확보자간의 언발란스 후 등반완료.
15피치, 5.7침니, 얕보지 마시라. 20미터에 확보물 하나도 없고, 무수한 등반으로 바위가 미끄러워져 살 떨리는 등반이다.
여분의 홀링자일을 챙기지 않아 홀백을 15피치까지 올리지 못하고 13, 12피치에 데포 시킬 수 밖에 없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1시 30분 하강시작
요세미티 원정5 - 1차 시도: 요세미티 선더스톰
이틀 쉬고 10월 1일, 드디어 본 등반 시작이다.
그러나 비소식이 있다. 강수량 5mm, 선더스톰 예상
예상되는 비양이 많지 않으니 일단 출발이다.
아침 3시 기상, 4시 출발이다.
각자 오늘 하루분의 행동식과 물, 침낭을 매고 쥬마 시작
8시 30분 성훈과 내가 15피치 도착
오늘 등반의 선등은 16피치부터 20피치까지 성훈이가 맡는다.
그런데 밑에서 자일이 회수되어 올라 오는게 늦다.
벽 등반 시 4명 한조이고 홀백이 2개면, 자일 5동이 맞는 것 같다.
한 시간을 기다려 9시 30분 성훈 16피치 스타트
5.10a 핸드잼밍과 레이백, 한동작 한동작 여유가 넘친다. 가볍게 온사이트
17피치 5.10c 핸드잼밍과 레이백, 전혀 부담 없게 온사이트, 그러나 문제는 홀링 속도이다.톱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비는 왔다가 개이고를 반복한다. 가랑비이고 그 양이 많지 않으니 얇은 우모복을 입고 있지만, 옷이 젖지는 않는다. 이런 비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허나, 18피치 귀(the ear)에 이르렀을 때 였다.
30분 전 구름이 엘 캡 앞의 미들 케시드럴 정상부 까지 내려온 것이 그 전조였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우박과 돌풍이 동반된다.
특히 18피치는 침니인데 그 안은 가히 폭포라 할 만 하다.
그런데 딱 그 순간 내가 그 폭포 속에 있었던거다.
거기다 비옷이 아닌 우모복을 입고...
온 몸이 젖는다.
곧바로 말부터 나오질 않는다.
몸이 굳어오기 시작한다.
비옷을 준비하지 않은 오만이 지금의 위험을 불러온거다.
이럴 때 플라이가 있는 포타렛지가 있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겠지...
비상용 플라이나 젤트색, 심지어 침낭카바 조차도 준비하지 않은 우리로선
하강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
몸은 떨려오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직감한다.
각자 침낭만 빼서 매고 홀백은 남겨둔 채 하강 시작
다행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추인다.
살았다. 햇볕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요세미티 원정6- 두 번 째 시도
10월 2일 하루 쉬고 10월 3일 출발해야 하지만 10월 3일 저녁부터 5일까지 비다.
귀국날짜는 9일...
방법은 5일 출발해서 2박 3일로 등반하고 하산, 8일 샌프란시스코로 나가는 거다.
마지막날 하산까지 해야하니 등반시간은 더 촉박하게 됐다.
비가 오는 5일의 등반을 위해서 비옷과 개인용 비박색을 구입한다.
10월 3일은 쿠키클리프에서 짧은피치 등반으로 몸을 풀었다.
간만에 쥬마나 홀링 없이 등반에만 집중하니 좋다.
5.11a, 5.11c, 5.11d, 5.12a 크랙등반이다.
뭔가 크랙등반에 대한 자신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
10월 4일 휴식, 그러나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ㅠㅠ
다음날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일찍 잠이 든다.
10월 5일 5시 자일 한 동 더 챙겨서 쥬마 시작,
날씨는 화창 그 자체다. 완전히 속았다.
엉터리 일기예보 때문에 2일을 까먹은 셈이다.
아주 많은 양의 비 예보가 아니면 출발해야 하나보다.
단, 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서...
10시 30분 성훈과 내가 먼저 18피치 도착,
그런데, 그 전 등반시 비가 와서 회수 못한 왕캠(블랙다이아 몬드6호)이 없다.
누군가 가져간 거다.
이런 환장할...
악명 높은 몬스터 오프위드를 왕캠 하나로 등반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18피치 몬서터 오프위드는 두 구간으로 나뉜다.
5.11d 트레버스 후에 오프위드 직상 10m 등반 하여 볼트에서 한 피치 끊고 나머지 5.11a 오프위드 직상 30m
성훈이 5.11d 트레버스 구간에 붙는다.
트레버스는 온사이트로 성공했으나
10m의 오프위드 직상 구간에선 좀체로 자세를 잡지 못한다.
거기다 왕캠 한 개 가지고 밀면서 등반해야하니...
문제는 다음피치 30m 오프위드 직상 구간이다.
왕캠 하나로는 너무 위험한 등반이다.
몬스터 오프위드 자유등반을 포기한다.
오프위드(넓은 크랙)등반에 대해서 특별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사라테 19피치로 간다.
내가 선등이다.
초반부 10m의 5.10d 주먹재밍크랙
후반부 30m의 5.13c 얇은 크랙, 인공등반도 힘들다. 서두르다 슬립까지 한 번 먹었다.
20피치 5.10a 오프위드와 침니를 올라서니 엘캡스파이어다.
1시 30분, 종일 햇볕이 비치니 온도가 많이 올라간다.
2개의 홀 백과 5명 모두 스파이어에 올라온 시각이 3시
전남이 21피치 5.11c 얇은 손잼밍 크랙에 도전한다.
캠 4개 꼿고 실패...
이미 꼽혀진 4개의 캠을 그대로 두고 자일을 뽑아
내가 시도한다. 역시 전남이가 떨어진 부분이 어렵다.
손 잼인데 얇아서 반 정도 들어가는 것 같다.
이놈의 크랙등반 그레이드는 그런건가?
5.11+면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겨우 완등하고
22피치 5.10d 손잼과 레이백 온사이트
23피치 드디어 후버 피치다.
전반부 5.12a 레이백 크랙, 후반부 5.13a 페이스 프리라이더의 최고 크럭스 구간이다
시간은 이미 5시를 넘기고 있지만, 한번 잡아보지 않고서는 잠이 오질 않을 것 같다.
성훈이 선등이다.
그러나 하단부 레이백 구간에서 동작이 잘 안 풀린다.
어렵게 보인다. 길을 잘 못 든 건가? 5.12-에서 동작이 안 풀리진 않는데...
다시 내가 시도한다.
그러나, 크럭스 진입도 못하고 발이 터져 슬립
충격이 좀 크다.
바위에 부딧쳤는지 오른쪽 무릎과 왼쪽 궁둥이 부분이 몹시 아프다.
“아~ 남은 등반이 가능할건가?”
절둑거리며 곧바로 하강
엘캡 스파이어에 내려오니 6시가 넘었다.
모두들 지쳤다.
오늘 14피치 등반한거다. 거기다 홀링까지
등반시간 14시간
엘캡스파이어에 어둠이 내려앉고
건조식에 덥힌 물을 붓는다.
내일의 등반에 대한 걱정 때문인가?
오늘 몬스터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서 인가?
그리, 달지 않다.
내일은 23피치 후버피치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완등은 못 하더라도 동작은 풀어야 한다.
그리고 26피치 인듀어 코너(5.12b 레이백 크랙)까지 진출해야 한다.
두 개의 등반조로 나누어야한다.
후버피치에서 동작을 푸는 조와 24피치 블록(두 번 째 비박지)까지 홀 백 2개 올리고 인듀어 코너까지 진출하는 조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역할 할 수 있을지...
부어오르기 시작한 오른 무릎에 파스라도 잔뜩 붙여본다.
별 빛이 아름답다.
레인져 사무실에 붙여졌던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저녁까지 비가 내려야 맞는데...ㅎ ㅎ
날씨도 그리 춥지 않다. 겉옷은 모두 벗고 속옷 바람으로, 나름 잘 잤나보다.
6시 기상 7시 출발이다.
오른 무릎은 그런대로 쓸 만하다.
성훈이 전남이 배선배님이 먼저 출발하여 블록까지 홀링하고 인듀어 코너까지 진출하고,
수봉형하고 내가 후버피치에서 동작을 풀기로 한다.
8시 30분 후버피치 밑까지 쥬마 해서 올라 왔는데
왠 하강하는 팀이 2팀이나 된다.
모두 프리라이더의 동작을 해결하는 중이다.
한 팀은 미국 팀이며 로칼이다.
이들은 동작이 잘 나온다.
아마 완등을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 같다.
또 한팀은 네델란드인 형제, 나이가 22세와 19세이다.
이들은 아직 동작해결 중이다.
잘됐다. 같이 동작을 해결하니 도움이 많이 된다.
나이가 내 아들놈 보다 어리니, 대견하기도 하고
네델란드의 등반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프리라이더 자유등반을 위해서 40일의 원정을 온 거니
이들의 자유로운 모험 속에서 뭔가가 나와도 나오지 않겠나?
우리나라의 젊은 클라이머 중 프리라이더가 뭔지 아는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아무튼, 한 시간여를 낑낑대다보니 동작이 풀린다.
이때 시간이 오후 1시
늦어도 2시에는 위로 올라가야하니 두 번 정도의 시도는 가능하겠다.
첫 번 째 시도,
스타트부터 발자리가 좀 엉켰다.
몸 상태도 좋지 않다.
홀드 몇 개 잡으면 지쳐온다.
크럭스 전에 추락.
동작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내려와서 30분을 쉰다.
수봉형은 벌써 2시간째 빌레이만 보고 계신다. 편치 않은 자리에...
이런 벽등반은 처음이신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사에 침착하게 잘 대처하신다.
무엇보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벽등반, 정말이지 믿음직스럽고 감사하다.
30분을 쉬고 두 번째 시도,
크럭스에서 추락,
하지만 해볼 만하다.
이정도면 선운산의 5.13a 하구 비슷하다.
하루정도 온전히 시간이 주어지면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체력과 시간이 여의치 않다.
2시 30분 후버피치를 뒤로하고 블록으로 향한다.
우리가 쥬마링하고 있는 이 24피치는 5.10c 핸드잼 크랙이다.
오전에 성훈이가 온사이트로 오른
두 번 째 비박지 블록에 도착하니 3시다.
성훈과 전남이는 이미 위로 올라갔다.
잠시 쉬고 25피치를 쥬마로 오르니 성훈이 26피치에서 내려오고 있다.
26피치 인듀어 코너 전반부(5.11c)에서 온사이트 실패 했단다.
자일 고정하고 내려온다.
많이 지쳐있다. 나 역시 오늘은 더 이상 무리다.
그렇다면 26피치 인듀어 코너 전반부는 자유등반 실패다.
내일 인듀어 코너 후반부부터 등반하도록 하고 모두 하강, 블록에 내려오니 4시 30분
블록, 가이드북에 2명이 편히 잘 수 있는 걸로 나와 있다.
우리팀 다섯 명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6시, 침남 깔고 막 자려는데 들이닥친 영국아저씨들 2명
결국 7명의 잠자리가 돼버린 블록
쓸려 내려가는 엉덩이를 밀어올리기를 수십 번
그러나 아침이 되니 잘 잔 것 인양 털고 일어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무감이 있어서인가?
새벽 5시 기상, 6시 나와 수봉형이 먼저 출발하고 다음 세 사람이 홀링 한다.
정확히 날이 밝은 6시 40분 인듀어 코너 후반부 출발지점 도착
인듀어 코너 후반부!
5.12b의 얇은 레이백크랙으로 시작하여 벙어리진 핸드크랙으로 마무리되는,
어제 만났던 네넬란드 친구들이 프리라이더에서 해결하지 못한 단 두 피치중 하나(그러니까 후버피치와 인듀어코너)이다.
몸이 덜 풀려서인가? 피로가 쌓여서인가?
캠 하나 박고 쉬고를 반복한다.
자유등반으로 동작은 풀고 있지만, 루트가 길어서 어제의 후버피치보다 완등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다.
27피치 트레버스 5.12a/b 페이스
캠 없이 퀵 5개만 가져가면 된다. 역시 페이스는 해볼 만하다. 하지만 온사이트는 실패, 다시 시도 못함.
28피치 5.11d 오버행 핸드잼 크랙
라인이 어마어마하다. 110도 오버행에 30m 손잼 크랙이 일직선으로 뻗어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체력적으론 지쳤지만
11시, 아직은 그늘이고 찬 기운이 감돈다.
바위 조건은 최고다. 손이 착 착 감긴다.
어렵지 않게 온사이트, 제대로 손 맛 봤다.
29피치 5.11d 손가락잼 크랙
역시 온사이트 후 오프위드로 바뀌는 지점에서 캠으로 확보 본다.
30피치 5.10d 오프위드
성훈이가 선등, 온사이트 실패, 역시 우리가 오프위드에 약하다. 다시 공부해야한다.
30피치 5.10d 손잼크랙
성훈 온사이트
31피치 5.10d 얇은 트랙 트레버스와 짧은 오프위드
전남 선등 온사이트 실패
32피치 5.6
수봉형 선등 온사이트
3시 40분 수봉형 정상 도착
|
첫댓글 형님고생하셨습니다~등반기읽어보니기억이새록새록합니다ㅡ가슴이콩당콩당거리는게역시머리보다몸이기억하는게오래가나봅니다^^;
오프위드공략법을더공부해야할것같습니다ㅡ
@그린내 다음을 기약하며 열심히 준비해봐...
@그린내 가까운데 우정길, 그리고 또 찾아봐야지...
실감나는 후기입니다. 마음이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