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쌈
9반 전명수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다. 지구 온난화 현상도 그 기세를 발휘하지 못한 듯이 몸을 움츠리는 생활이 연속되다보니 싫어하는 속내의도 마다하지 않고 꺼내 입어야하였다. 그래도 세월은 가는 모양이다. 이제 머지않아 봄은 올 것이고 봄의 화신은 아무래도 매화이지만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매화가 없으니 일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통도사에 가면 홍매화가 만발하였을 것이다. 봄나물 중에서도 가장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라면 미나리일 듯하다. 옛날에는 미나리를 먹으려면 5월이 되어야 노지 미나리꽝에서 한단 베어 와서 삶아 먹었던 것이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이맘때가 되면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새파란 미나리가 두 뼘 가까이 자라서 미식가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오래전부터 청도 한재 미나리가 유명해지더니 이젠 웬만큼 청정한 개울물이 흐르거나 지하수를 개발하여 미나리를 재배하는 곳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고향동네 육동에서도 미나리 재배 단지를 조성하였고 팔공산 순환도로변과 가창 수원지 안골 마을 정대리에도 미나리가 한창이다. 그리고 가까운 화원 명곡지구 명곡초등학교 남쪽 들녘의 도로를 따라 양옆에 미나리꽝을 조성하여 길손들을 유치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오늘도 식구들이 봄 미나리 맛보러가자고 하기에 한나절에 동행하였다. 자동차로 20분이면 닿는 곳이라 금방 가기는 하였지만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집집마다, 비닐하우스마다 사람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도로 양변에는 자동차가 줄을 이어 주차되어있고 낯선 들녘이 시장판 같이 웅성거린다.
이집 저집을 거쳐 어느 비닐하우스 안을 기웃거렸더니 마침 빈자리가 보였다. 우리 일행은 재빠르게 들어가 자리에 앉았더니 주인아주머니가 30분은 기다려야 미나리가 나올지 말지 모르겠다며 반색도, 밉상도 아닌 표정으로 지극히 사무적으로 대하였다. 밀려오는 손님을 감당이 안 되는 모양이다. 즐거운 비명인지 귀찮은 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안식구와 두 딸아이 그리고 외손자랑 5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미나리 두 단과 삼겹살 4인분을 주문하여 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는데 미나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꽝에서 미나리를 베고 다듬는 손길이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우리자리에 미나리 두 단이 올라오고 불판에 불을 붙여 삼겹살을 굽는다. 새파랗고 길쭉하게 자란 연한 미나리를 몇 차례 접고 끝부분으로 둘둘 말아서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 올려 쌈 된장 찍어 먹는 맛은 일품이다. 이것이 입맛을 돋구어주는 봄맛이다. 비단 삼겹살 쌈뿐만 아니라 갖은 양념을 뿌린 삼겹살과 미나리 무침도 좋고 잘게 썰어서 생으로 밥에 비벼먹거나 전을 부쳐 먹어도 좋다. 미나리와 오징어무침도 그 맛이 좋고 독이 있는 복어요리는 미나리가 제격이다.
미나리는 수경재배 방식도 개발되어 있지만 다량으로 생산하려면 아무래도 토양 재배를 해야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미나리는 호습성 작물로 샘물 부근의 물속 또는 깨끗한 물이 솟아나오거나 물 빠짐이 양호하며 물이 정체되지 아니한 곳으로 비옥한 점질토가 좋다고 한다. 밭에서 재배할 경우에는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가 좋다. 그리고 미나리는 빈혈, 변비예방의 효능이 있고 식물성 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하여 대장운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혈액의 산성화 되는 것을 예방하며 풍부한 무기질로 인하여 정신을 맑게 해주며 혈액도 맑게 해준다는 것이다. 또 심한 갈증을 없애주고 해열작용도 해주며 고혈압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여성들의 하혈에도 좋은 효과가 있고 숙취에 좋으며 복어 요리에는 미나리가 필수적인 것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것은 독성을 지닌 복어를 미나리가 해독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비타민A, B1, B2, 비타민C, 카로틴 등 식물성 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단백질, 철분,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이다. 미나리를 고를 때에는 적당하게 굵고 가늘지 않으며 줄기가 일정한 굵기의 것으로 골라야 할 것 같다.
백화점 매장에 포장되어 나오는 상품보다야 싸겠지만 1kg 한단에 9,000원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7,000원하던 것이 많이도 오른 것 같다. 삼겹살은 2인분에 7,000원이고 자리 값으로 4인 기준 테이블 하나당 10,000원씩 별도로 받는다. 처음에는 자리 값을 별도로 받는다는 것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수긍이 가기도 하였다. 미나리를 그냥 사가더라도 9,000원이니 고기를 사들고 와서 구워 먹으려면 불판 등 각종 기구나 쌈장, 가스 등을 제공해주니 그럴 만도 할 것 같았다. 역시 음식은 왁자지껄 손님이 밀려드는 집에서 먹으면 입맛이 더 당기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맛나게 상큼한 봄 미나리 쌈을 먹을 만큼 먹고 처연하게 앉아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이어지는 손님들 때문에 먹다 남은 미나리는 봉지에 담아 가져 오기로 하고 우리 일행은 바로일어나 미나리꽝을 구경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해마다 한번은 이렇게 현지에 나와 아삭아삭하고 연한 미나리 맛을 보며 새봄을 맞이하는 기분을 내어보는 것이다. 한동안 향긋한 미나리향이 입안에서 감도는 느낌이다.
첫댓글 가족가 함께 미나리 자시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네요. 갑자기 미나리가 먹고 싶네요.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 주면 저도 한 번 다녀오고 싶네요. 좋은 정보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대곡- 수목원- 화원 명곡지구, 명곡초등학교에서 용연사, 논공으로 넘어가는 길 초입 들판에 비닐하우스를 만나게 됩니다. 한번 다녀오시지요 .주말은 피하시고 평일이 좋을 듯 합니다.
미나리 삼겹살 요즈음 먹는 이야기가 나오면 꼭 오르내리는 먹거리인것 같아요 가족과 나들이겸 입을 즐겁게 하고 오셨네요
행복한 모습 아름답읍니다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행복한 세월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미나리가 제철인가바요 온가족이 함께 삼겹살과 미나리을 자시은 즐거운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이네요 잘읽고 지나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잠시 봄 나드리 하고 왔습니다.행복하게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