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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배추
당나라가 망하고 제나라가 들어서면서 순무와 구분된 ‘崧(숭)’이라는 채소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배추의 뿌리다.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르러, ‘소나무 풀’이란 뜻의 ‘숭’이란 이름을 얻었다 한다. 옛날 문헌을 취합해보면 당시의 배추는 지금 것처럼 크거나 살찌지 않고 알이 배기지 않은, 시금치처럼 생긴 채소였다. 겨울을 살아내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얼갈이배추가 바로 숭이었을 확률이 높다.
숭은 줄기가 희다 해 ‘바이채<白菜(백채)>’로 불리었으며, 이 바이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배추란 이름으로 정착했다.
민간 속방으로 배춧국은 숙취 깨는 데 좋은 것으로 돼 있고, 배추 씨앗을 볶아서 가루를 내 이른 새벽 氣(기)에 길은 정화수에 타 마셔도 숙취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밖에 배추씨 기름을 머릿기름으로 선호했는데 머리를 길게 한다고 알았기 때문이요, 무반에서는 이 기름을 도검에 칠해두면 녹이 슬지 않는다 해 필수품으로 여기기도 했다.
현재는 김치의 세계 수요량 중 85%를 일본이 가로채고 있는 실정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일본에서 재배한 배추로는 김치 종주국인 한국 김치의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강우량이 많은 일본에서 재배된 배추는 우리 배추보다 30~50% 정도 수분이 더 많으며, 상대적으로 섬유질은 적다. 따라서 일본산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국물이 많이 생겨 맛이 안 들고, 오래 저장할수록 용해 속도가 가속돼 저장식품으로서도 질이 떨어진다.
-무
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한사군 시절로 추정된다. 무는 보리나 밀을 먹음으로써 생기는 麥毒(맥독)을 풀어주는 해독제로도 쓰여왔다. 또 무에 항암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항암 성분은 MTIB라 하는데, 많은 채소 가운데 이 성분을 포함한 것은 무밖에 없다. 날로 무를 먹을 때 매캐한 맛이 나는 것과, 먹고 나면 속이 쓰리며 고약한 트림을 하게하는 원흉이 MTIB이다. 또 <본초강목>에 무즙은 안팎의 腫毒(종독)과 瘡毒(창독)에 좋다고 했다. 내장에 발생하는 종독과 창독이 바로 암이다. 옛 사람들이 써놓은 것을 범연히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절감한다.
-파
파가 얼마나 독한가는 야금술에 파가 긴요하게 쓰인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다. 동짓날 파를 즙 내어 단지에 담아 땅에 묻어두었다가 이듬해 하짓날 꺼내보면 파가 물로 변해 있다. 이 물에 금이나 옥, 은, 청석을 담그면 녹아버린다 한다. 파즙물에 금을 녹여 오래 고면 엿처럼 되는데, 이는 ‘금장’이라 하여 단식하는 선골들이 먹던 선식이다.
고대 중국 문헌인 <예기>에 고기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와 더불어 먹고 가을에는 갓과 더불어 먹는다 했다. 파가 생선에 기생하는 독을 해독시킨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터득하고 있었음이다. 근래에도 생선찌개나 생선회에 파가 필수인 것은, 파에 냄새나 비린 맛을 중화하는 효용 이외에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약에 감초’라면 ‘국에는 파’다. 특히 고깃국에 파는 필수인데, 맛을 돋우는 것 외에 고기를 연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이
프리나우스의 <박물지>에는 고대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에 건너간 오이가 이미 로마시대부터 민간 약재로 다양하게 활용됐음이 나와 있다. 오이즙을 포도주에 타 마시면 이뇨도 하고 기침도 멎으며, 부인의 젖에 타 먹으면 뇌염에 좋다 했다.
또 초에 타 먹으면 이질에 좋으며 꿀에 타 마시면 간장병에 좋다 했다. 오이에 대한 유럽 사람의 이미지는 ‘차다’는 것과 오이밭 원두막에서 연상된 ‘고독’ 그리고 ‘음험함’이다.
오이는 걸구지 않아도 되며, 물 없이도 잘 자란다. 또 마디마디 높낮이 없이 잘도 열린다 해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민초의 상징으로 곧잘 읊어졌다.
-미나리
선조들은 미나리에서 삼덕을 갈파했다. 첫 번째 덕은,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에서 때묻지 않고 파랗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심지다. 미나리는 집 앞의 하수를 여과시키는 더러운 수렁밭에서 자란다. 그리고 오염물질들을 흡수, 파랗게 정화시킨다.
두 번째 덕은, 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다. 세 번째 덕은,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이겨나는 강인함이다.
미나리 요리 중 보편적인 것은, 살짝 데쳐서 돌돌 말아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미나리강회다. 씹는 촉감과 미나리가 지닌 향취를 최대한 살린 음식이다. 전통적인 봄 밥상차림 중에서 ‘봄삼첩’은, 흰밥에 무장국, 나박김치, 간장 그리고 청포무침과 조기조림, 미나리강회다.
갖은 생선무침이나 생선찌개에도 향긋한 향취로 비린 맛을 중화시키는 미나리가 필수다. 또 술마시기 전에 미나리즙을 마시면, 깨끗하게 취하며 숙취도 예방한다.
-가지
문헌에 보면 가지의 본성이 寒性(한성)인 데다 아랫배를 훑는다 했다. 그러므로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할 며느리가 가지를 많이 먹으면 애깃보를 다치니, 못 따 먹게한 것이 수도 있다.
가지로는 가지나물, 가지찜, 가지선, 가지장아찌를 비롯해서 가지김치를 담가 먹었다.
가지는 식용 이외에도 쓸모가 많았다. 한 꽃에 두세 개 달리는 돌연변이 가지가 나면 벼 한 섬과 바꿀 만큼 소중하게 여겼다. 이 가지를 문기둥에 매어놓고 드나들 때마다 보면, 눈이 밝아지고 눈병을 예방하며 또 고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말린 가지나 가지꼭지, 가지뿌리를 태워 그 재를 고약으로 만들어 바르면 각종 종기에 좋다 했으며, 숙취에도 특효인 것으로 알았다. 술 속에 가지 태운 재를 넣으면 술기가 가시고, 술이 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학질에는 가지를 피해야 한다. 학질이 나은 후에도 환자가 가지밭을 지나가면 병이 재발한다 할 만큼 가지와 학질은 상극이다.
-부추
부추를 한문으로 ‘韭(구)’라 하는데, 부추가 자라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다. 뜯어 먹으면 자생하길 한 해에 서너 번 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게 덮어만 주면 잘 산다 해 ‘초종유’, 곧 ‘풀에서 나는 젖’이란 별칭까지 얻고 있다. 일명 ‘기양초’, 곧 ‘남자의 양기를 돋우어 주는 풀’이라고도 하는데, 겨울에도 죽지 않는 왕성한 생명력에서 왕성한 양기를 유감한 것일 게다. 뿐만 아니라 부추는 뿌리를 찢어 심어도 잘 자라고, 씨앗을 뿌려도 잘 자란다고 한다.
서양에서 부추는 식용 이외에 외상이나 손 튼 데, 동상 등에 잘 듣는다고 알았고, 로마의 네로 황제는 연설할 때 목청을 좋게 하는 약으로도 상식했다고 한다.
-씀바귀
야생의 고들빼기를 10여 일 정도 냉수에 담가 쓴맛을 적당히 우려낸 다음, 멸치젓국, 마늘, 생강, 고추로 버무려 삭힌 고들빼기 김치는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상비해두던 찬이었다.
씀바귀는 음식 재료로만 쓰인 것이 아니다. 잠을 쫓는 가장 친근한 처방으로 씀바귀즙을 내 먹었다. 또 겨울날 먼 길을 갈 때 밭두렁의 눈 틈에 파릿파릿한 씀바귀를 보면 뜯어다가 얼음물에 휑궈 날로 먹었다. 그렇게 하면 추위를 덜 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프리니우스의 <박물지>에도 씀바귀가 나온다. 씹어서 입 냄새를 없애고 뇨 속의 결석을 녹이며, 부인들의 분만을 돕고 젖이 많이 나게 하는 민간 약재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재배 씀바귀는 야생과 구별해 ‘고거(苦)’라 했다. 한데 씀바귀는 씨를 받아 재배하는데, 재배 기간이 10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열리는 씨앗도 적다. 또 발아율이 60%밖에 안 돼 대량재배에 한계를 느껴온 터였다.
최근 들어 충북 농촌진흥청의 연구진이 씨앗 재배가 아닌 종근 재배를 개발했다. 뿌리를 얇게 잘라 심음으로써 씀바귀의 크기를 배로 늘리고 수확기는 반감시켜, 수확량을 60%나 올릴 수 있게 됐다.
-상추
쌈은 특유하고 독보적인 한국의 음식 문화로, 국제사회에서 각광받을 만한 것이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채소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는데, 상추쌈을 제일로 여긴다 했다. 19세기 작자 미상의 <시의전서>에 보면, 상추쌈뿐 아니라 곰취쌈이나 양제채 쌈 등 산채는 물론, 깻잎쌈, 피마자잎쌈, 호박잎쌈, 배추쌈, 김치쌈 등, 잎이 큰 것이면 모두 쌈이 됐다. 특히 여덟 가지 색의 각종 어육채소를 얄팍한 전병에 싸서 먹는 구절판은 쌈 문화의 미적인 극치다.
-도라지
중국의 <본초강목> 문헌을 뒤져보면 도라지는 여자의 속살을 예쁘게 하고 상사병을 낫게 하며, 질투 때문에 저주 받아 생긴 병에 잘 듣는다 했다. 역시 사랑과 밀접한 음식이요 약초였음을 알 수 있다.
도라지와 더덕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도라지와 더덕을 소금에 주무르거나 물에 우려 쓴맛을 뺀 후, 파, 마늘, 고춧가루, 젓갈로 버무려서 익혀 먹거나, 그냥 국물 없는 깍두기처럼 담가 먹기도 했다. 이를 도라지김치, 더덕지라 했다.
-박
박 요리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은 박고지다. 박이 여릴 때 그 속을 버리고 겉살을 얇게 도려 깎아 말린 것으로, 고기 씹는 촉감을 주는 음식이다. 또 고기 맛을 담백하게 한다 해 고기 요리에도 필수가 돼왔다.
박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박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긴 다음 나머지를 도톰하게 썰어 소금에 절인다. 절인 박에 마늘, 고춧가루, 실고추, 파, 배를 넣어 양념으로 버무리고, 심심하게 간을 맞춘 국물을 부어 익혀 먹었던 것이다.
-시래기
시래깃국은 무나 배추의 잎 말린 것에 된장을 풀어서 끓인 것으로, 가장 서민적인 국이다. 토장국과 비슷한데 재료에 약간 차이가 있다. 토장국은 잘 삶은 누르무레한 된장을 걸러 넣고, 청어, 멸치 말린 것이나 기름기 있는 약간의 살코기로 맛을 돋운 다음, 무, 배추, 아욱, 시금치 같은 채소류를 넣어 끓인다. 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기도 한다.
시래깃국이 토장국과 다른 점은 첫째, 국물에 고기류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시원하고 맛이 담백하다는 것이다. 다만 멸치가 우러나와 연안에서 잡히기 시작한 18~19세기 이후부터 국물에 멸치나 멸칫가루를 넣기도 했다. 둘째, 시래깃국 재료는 무, 배추의 잎 정도인데, 토장국처럼 날잎이 아니라 김장 때 엮어서 말려둔 마른 잎을 주로 쓴다.
셋째, 토장국은 맑은 물에다가 된장을 푸는데, 시래깃국은 쌀뜨물을 받아두었다가 그 물에 된장을 풀어 끓인다. 쌀뜨물로 끓이면 맛도 달라지고 채소의 섬유조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넷째, 시래깃국에는 날콩을 갈아 만든 콩가루를 넣어 맛을 더욱 구수하게 낸다. 콩에는 단백질 성분이 많아 영양 측면에서도 많은 배려를 했음을 알 수 있다.
무나 배추의 잎을 엮어 아무렇게나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래기는 사시사철 볕이 안 드는 북쪽 벽의 처마 밑에서 말려야 하며, 반드시 흙벽이어야 상하지 않고 알맞게 마른다.
-마늘
코피가 안 멎을 경우, 마늘을 절구에 찧어 둥그런 마늘떡을 만들어 붙이면 낫는다는 속전처방이 있다. 환자가 남자이면 왼쪽 발바닥 복판에, 여자이면 오른발 족심에 붙인다. 치질 등 심한 종기를 앓았을 때도 남자는 왼쪽 관혈에, 여자는 오른쪽 관혈에 마늘떡을 붙인다.
약용 또는 주술용으로 쓰는 마늘은 쪽이 난 마늘보다 통마늘일수록 효력이 크며, 5월 5일 단오날에 캔 것이라야 효험이 있다 했다.
마늘은 세계의 자연식품 중 세 번째로 영양가가 높다. 마늘 속의 아시린 성분은 항균력이 뛰어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또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단백질을 재빨리 소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마늘과 함께 육식을 섭취하면 영양 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생강
많은 채소 가운데 생강을 배척한 것은 없으며, 음식에 생강을 넣으면 보다 좋은 맛으로 달라질 뿐 제 맛을 손상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생강은 양념뿐 아니라 음료인 각종 탕에도 안 들어가는 곳이 없으며, 약도 되고 과자도 되고 술도 되고 차도 된다. 수많은 김치 무리에 생강이 안 들어가는 김치가 없음도 그 때문이다.
생강의 약효에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위부인비전이라 해, 산후 처진 배를 원형으로 회복시키는 데 생강찜질을 했다. 처진 복부를 압박대로 감싸 죄어 맬 때, 압박대에 생강 김을 쬐어 매면 살을 긴박시키는 효력을 발휘했다.
또 생강 한 되를 기름에 섞어 약한 불에서 하루 종일 닳이면 고약이 되는데, 이 고약을 흰 머리카락을 뽑아낸 구멍에 문지르면 사흘 후 그 구멍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돋아난다고도 했다.
-고추
고추와 후추는 똑같이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인데, 고추는 발효음식 문화권에서, 후추는 유럽같은 유지(油脂)음식 문화권에서 발달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 사람들이 월동 준비로 고기를 저장할 때, 지방산의 부패를 억제하고 고기의 선도를 오래 지속시키는 후추는 반드시 필요한 향신료였다.
발효음식에 있어서 채소나 젓갈류의 산패를 막고 산패 직전의 아미노산 맛을 유지하는 데는 고추의 성분이 마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곧 유지 산패에는 후추, 발효 산패에는 고추다.
<오주연문장장전산고>에 보면, 추운 날 먼 길 떠나는 사람이 배에 고추를 넣어 만든 복대를 차고 버선 틈에 고추를 넣어 신었다 했다. 고추의 자극성으로 혈행을 좋게 해, 추위를 안 타게 하는 용도다.
-갓
갓 하면 연상되는 것이 갓과 작물의 씨앗인 겨자씨다. 갓을 한문으로 ‘개(芥)’라 하고, 그 씨앗은 ‘개자(芥子)’라 한다.
갓의 씨뿐 아니라 잎과 대를 먹기 시작한 것도 무나 배추보다 오래됐다. <본초강목>에는 갓이 맵고 매서운 맛을 지니며 굳세고 위연한 모습이라 했다.
갓을 먹어온 역사는 꽤 길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밀밭에 자생하는 갓을 약초로 썼는데, 사랑의 묘약 곧 최음제와 피임제로써 바람둥이의 필수품이었다. 비둘기에게 먹히지 않는 한 몇 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는 보리밭의 야생 갓은, 여린 잎을 따다 샐러드로 무쳐 먹는 식용으로 쓰였다. 또 갓 잎을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기력을 자극해 피로 해소에 좋다하여, 재배작물로서 유럽에 번져 나갔다.
우리 옛 속담에 봄날 회 먹을 때는 파가 좋고 가을 회 먹을 때는 갓이 어울린다 했듯이, 서양에서도 갓은 어육 먹는 데 향신료로 필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갓을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동치미 등에 매콤한 맛과 붉은 빗을 내기 위한 첨가물로도 많이 쓴다. 겨자로는 즙을 만들어 생채와 육류, 전복 등을 무쳐 겨자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달래
매운 맛은 미각 신경을 자극해, 타액 분비를 재촉하고 식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맛이다. 매운맛을 내면서 주로 양념으로 쓰이는 고추, 파, 마늘, 생강과 달리, 달래는 적당하게 매운 맛을 지니며 생채로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식품이다.
달래는 신선한 계절 미각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 비타민 A, B1, B2, C를 지녔다. 특히 달래는 피부의 젊음과 건강을 다스리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미용음식이다.
달래는 삶으면 60~70%의 비타민C가 파괴되므로, 날로 먹는 게 좋다. 초를 약간 치면 달래 속의 비타민 C가 더욱 활력을 갖는데, 알칼리성식품이므로 산성 노이로제에 걸린 현대인에게도 반가운 식품이다.
-젓갈
세계 영양학자들은 한국의 수산 발효식품인 각종 젓갈이 단백질 분해 작용으로 보나 풍부한 유산균, 비타민, 무기질을 갖춘 것으로 보나, 또 특유한 발효 맛으로 보나 국제적으로 뛰어나 식품임을 인정했다.
함유된 소금의 분량을 20%에서 8%정도로 낮출 수 있다면 국제식품으로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청각
우리 조상이 먹어온 해조의 대종으로, 미역, 김, 파래, 다시마 그리고 청각을 들 수 있다. 그중 후각미와 촉각미를 고루 갖춘 음식 재료가 청각이다. 바다의 바위벽에 기생하는 청각은 철사만 한 굵기로 3~5인치쯤 자라며, 마치 사슴뿔처럼 생겼다 하여 청각채, 또는 녹각채라고도 한다. 청각은 따서 말려두었다가, 쓸 때 다시 물에 불린 다음 초를 약간 치면 처음처럼 생기가 돋아난다.
김치, 특히 물김치에 불가결한 양념이다. 청각의 향기는 젓갈이나 생선의 비린내를 완전히 가시게 하고, 맛이 과하여 질리는 것이나 마늘 냄새로 역겨운 것도 중화시킨다. 김칫 맛을 고상하게 하고, 김치 먹고 난 뒷맛을 개운하게 하는 맛의 마술사다.
중국 <본초강목>에 보면 청각은 웬만한 식중독도 해독한다 했다.
청각을 씹었을 때 물씬 향내가 풍길 뿐 아니라, 그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나물처럼 초를 쳐서 무쳐 먹기도 하는데, 오돌오돌 씹히는 맛으로 해변 사람들에게는 향수 어린 식품이다.
-소금
한국 사람들은 주로 식물식을 하기에 소금을 많이 필요로 한다. 하루 식염 필요량은 성인의 경우 13g 내외인데, 이 정도만 섭취하면 미각적으로도 생리적으로도 충족된다. 육식을 주로 하는 유럽 사람들은 한국인의 1/3 또는 1/2 정도의 소금 섭취로 충분하다.
짜고 싱거움에는 어떤 객관적 표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이나 개인의 생리적 요구, 곧 혈액의 염분 농도가 그를 좌우한다. 혈액의 염분 농도가 낮은 사람이 간을 맞춘 음식은 짜고, 반대의 경우는 싱겁다.
-새우젓
미식(美食) 민족들은 나름대로의 젓갈 문화를 누리고 있다. 중국 젓갈인 지, 말레이시아 젓갈인 부쓰우, 베트남 젓갈인 녹맘, 보르네오 젓갈인 자크트, 일본 젓갈인 소쓰루가 있다. 하지만 단백질 분해작용이나, 풍부한 유산균, 무기질, 비타민 함유량과 특유한 발효 맛으로 보아, 한국의 젓갈이 제일 뛰어나다는 것이 구미 식품학자들의 반응이다.
-조기젓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이 즐기는 생선들을 잘 먹지만, 딴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을 입에 대지 않으려 한다.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선호 생선으로 쌍벽을 이뤄온 조기와 명태는 한국 사람만이 먹는 생선이다. 조기는 미국 연안에 80종, 유럽에 20종, 열대에 37종, 일본에 14종이나 있다는데 11종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최고 선호된다. 덕분에 조기는 민족색을 대변하는 개성 있는 민족 생선이다.
중국에서는 조기와 굴비를 안 먹지는 않았지만, 석수어(石首魚)라 해 설사나 소화제 또는 해독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리굴젓
해산물은 민족이나 나라에 따라 기호가 무쌍하다. 한데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한결 같이 즐겨 먹는 것이 꼭 한 가지 있다. 굴이다. 토머스 퓰러가 ‘사람이 날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육류가 굴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유럽에서 생식하는 단 한 가지 해산물이 굴이었던 것 같다.
굴은 이미 로마시대부터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에서는 연중 이름에 ‘R’자가 안 든 달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전이 있다. 5월에서 8월 사이가 해당되는데, 굴의 산란기라서 맛도 떨어지고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산 간월도의 어리굴젓이 제일이다. 이곳에서 나는 굴은 알이 작은 데다가 고춧가루를 알맞게 흡수하는 솜털이 나 있어, 얼간한 맛을 내는 데 당할 굴이 없다.
-오징어젓
십초어란 바로 오징어다. 다리가 여덟 개인 문어나 낙지를 팔초어라 하고, 다리가 열 개인 오징어를 십초어라 부른 것이다. 실은 오징어의 다리도 여덟 개다. 양쪽으로 별나게 긴 두 다리는 다리가 아니라 팔이다. 그 긴 팔은 먹이를 잡아먹을 대 쓰며, 사랑을 나눌 때 암컷을 힘껏 끌어안는 수단으로도 쓴다하여 ‘교미완’이라고 부른다.
노련한 어부는 몸에 오색이 영롱한 오징어가 걸려들면 다시 환생시켜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한다. 오색빛이 나는 것을 공작 오징어라 속칭하는데, 발정하여 암컷을 찾아다닐 때 잠시 발광하는 수놈의 체색으로 인한 것이다. 공작오징어를 잡지 않는 것은, 한 번의 사랑에 30만~50만 개의 오징어알을 낳는다는 수자원적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징어 암컷은 가엾기 짝없다. 오징어 수컷은 음흉해 성적으로 미숙한 소녀 오징어를 노려 겁탈한다. 소녀 오징어는 수컷의 정자를 체내에 보관했다가 성순한 뒤에야 결합하는 지각 부화를 한다. 그렇게 알을 낳은 후 순사한다. 그 삶이 길어야 1년인 암오징어의 일생이다.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로 표기한다. 오징어는 까마귀 잡아먹기를 좋아해, 해면에 죽은 채하고 떠 있다가 까마귀가 쪼려 들면 다리로 얽어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 그래서 까마귀의 적, 곧 오적어가 됐다는 설이 있다.
믿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라 하는데, 오징어 먹으로 글을 쓰면 1년 만에 먹글씨가 증발해 소멸하기 때문이다.
-통배추 김치 담그기
*재료
통배추 3~4포기(6kg):중간 크기
소금 600g:일반염
수돗물 혹은 청정한 우물물
쌀가루풀 1컵(1cup):찹쌀가루 또는 멥쌀가루로 끓인 맑은 풀
액젓 1/2컵:가정에서 달인 맑은 젓국 혹은 시판 액젓
새우젓 1/4컵:곱게 다진 육젓. 다른 종류의 젓갈도 쓸 수 있다
김치용 고춧가루 1/2컵
고운 고춧가루 1/2컵
마늘 1/2컵:곱게 다진다
생강 1/3컵:곱게 다진다
대파 1/2컵:4cm 길이로 쓴다
갓 1/3컵:4~5cm 길이로 쓴다
미나리 1/2컵:4~5cm 길이로 쓴다
*담그는 법
배추는 떡잎과 상한 겉잎들을 따버리고 뿌리를 자른다. 뿌리 쪽에서부터 칼을 넣어 약 1/4정도 가른 후, 손으로 나머지를 쪼갠다. 이때 배춧잎 부분까지를 칼로 자르면, 나중에 배추를 절이고 씻을 대 속잎 부분들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뿌리나 줄기 부분을 칼로 어느 정도 가른 다음, 나머지는 반드시 두 손으로 쥐고 쪼개야 한다.
항아리나 크고 넓은 통에 미리 약 8~10% 농도의 소금물을 마련해 둔다. 그 속에 두 쪽 혹은 네 쪽으로 쪼갠 배추를 잘 적신다. 쪼개진 쪽을 위로 해서 전부 담고, 웃소금을 약간 뿌린 뒤 눌림을 올려둔다. 김장 배추를 절이는 기간은 30~36시간 정도다. 사용한 소금의 양과 기온, 배추의 양 등에 따라 조금 달라지지만, 김장의 계절이라 해도 이틀을 넘기는 건 안 좋다.
무, 배추의 조직이 물러지거나 전체 김치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나 배추는 줄곧 소금물에 잠겨 있어야 하므로, 절이는 동안에도 한두 번 뒤집어서 골고루 잠기도록 손본다. 절임 과정에서부터 온전한 김치 맛이 형성되는 것이다.
알맞게 숨이 작 죽은 배추는 곱게 다뤄야 조직이 상하지 않는다. 배추 몸에 상처나 멍이 들지 않게 얌전히 만지며, 충분한 양의 냉수에서 두세 번 씻어 헹군다. 그런 다음 절일 때와는 반대로 배추의 자른 부위를 아래쪽으로 해서, 큰 소쿠리 등에 엎어 물기를 뺀다. 위의 절임 과정은 어떤 종류의 김치 담그기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공통되며 중요한 처리 과정이다.
김치소(양념)를 마련한다. 넓고 큰 그릇에 쌀가루풀(끓여서 식힌 것)과 젓국, 다진 육젓, 고춧가루, 마늘과 생강 다진 것 등을 모두 넣어 골고루 잘 섞는다. 무채, 갓, 미나리, 파를 넣어 버무린다. 그리고 입맛에 따라 청각, 실고추, 설탕, 조미료, 생굴, 양파채, 당근채를 함께 넣고 김치소를 만든다. 이때 주재료인 배추와 무는 이미 간이 맞게 절여진 것이므로, 김치소의 간을 소금이나 액젓 등으로 잘 맞춰야 한다. 2.5~2.8%의 염분 농도가 적당하다.
김치소를 넣는다. 물기를 뺀 배추의 잎줄기 한 켜 한 켜 사이로 김치소를 알맞게 고루 넣는다. 배추를 길이로 절반 접어 제일 겉잎으로 소가 흘러나오지 않게 감싼 후, 김치 용기에 차곡차곡 담는다. 배추의 자른 부위가 위로 오게 쌓는다. 맨 위에 유리나 도자기로 된 큰 접시 등 가벼운 눌림을 올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때 절인 무 1/4개씩을 배추에 하나씩 박아 넣는다. 배추 속에 넣은 무는 김치를 꺼내 먹을 때 함께 썰어 그릇에 나란히 담아 낸다.
이틀 혹은 사흘쯤 후, 김칫 국물의 간을 맞춘다. 이때 국물이 적어 무, 배추가 국물 위로 솟아오르지 않도록 양을 알맞게 맞춰야 하며, 반드시 다시 눌림을 올려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