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96회 등산 함백산(1573m) 2021-4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경계) 2021년 2월 28일(일) 맑음 원성연 박용균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심장부에 위치한 함백산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지리산(1915m),설악산(1708m),덕유산(1614m),계방산(1577m)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함백산은 우리나라 전통 지리서인 산경표와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는 크고 밝은 뫼란 뜻을 갖고 있는 대박산 으로 불린다. 함백산 정상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호남정맥 등을 완주한 전문 산악인 원의연 선생은 함백산은 태백산에 속한 봉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함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정암사 일주문에는 태백산 정암사라고 적혀있고 조선시대 우의정을 지낸 허목선생이 편찬한 책 “미수기언” 에는 태백산은 신라 때 북악인데 대박, 문수의 두 봉우리가 있다고 쓰여 있다. 정상의 전망(운탄고도 위의 백운산이 지척이고 백운산 뒤로 영월군 1봉 두위봉이 조망된다. )
함백산 정상에 올라서면 수려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방의 어느 곳을 보아도 모두가 1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의 비경이 전개돼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이 밀려온다. 함백산은 주변 산군들의 맹주답게 천혜의 조망을 자랑하고 있다. 함백산 안내판
특히 산자락 서쪽 정선 땅 고한의 좁은 골짜기엔 정갈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천년고찰 정암사가 들어앉아 있다.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한국의 5대 적멸보궁이며 적멸보궁 뒤로는 국보 332호로 지정된 수마노탑이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 능선 길
우리나라 고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만항재(1330m) 아래 새롭게 시설된 주차장(1310m)에서 산행이 시작된다.(10:51) 산길 초입에는 함백산 대형안내판과 함백산 2.7Km, 두문동재 8.3Km란 푯말이 서있다. 완만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른다. 곳곳에 이정표 푯말이 서있다
조금 경사가 급해진 산길로 하나의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 한 굽이 치올라 두 번째 봉우리인 창옥봉(1393m)에 올라선다.(11:05) 전망을 하니 함백산 정상이 나무사이로 보이고 남쪽 가까이 태백산도 조망된다. 이제 대간능선 길은 유순한 내리막길이 된다. 정상 1.8Km란 푯말이 반기는 곳을 지나(11:10) 함백산 기원 단에 이른다. 기원단
기원 단은 옛날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신앙의 성지였다고 전해온다. 과거에는 함백산 일대에 석탄이 많아 광부가족들이 함백산 주변으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광부들이 지하막장에서 석탄을 생산하던 중 잦은 지반붕괴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와 무사안전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던 곳이다. 당당하고 헌걸찬 함백산 정상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은 이렇게 고달플 수밖에 없었을까? 목숨을 걸고 힘겹게 살았던 선인들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진다. 기원 단에 삼배하며 군자의 마음을 가져본다. 기원 단선 늠름하고 헌걸찬 모습의 함백산 정상부가 훤히 보인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서있는 푯말
기원 단을 뒤로하고 대한체육회 선수촌으로 이어진 차도로 내려선다.(11:25) 차도에는 산악 회원들을 태워온 3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었다. 이곳은 함백산 정상을 올라가는 최단코스다. 시멘트 길이 된 백두대간 능선 길로 2분쯤 진행하니 정상 0.9Km, 만항재 2.1Km란 푯말이 나타난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 오르막길
이제 대간 능선은 급경사 오르막길로 바뀐다. 하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게 거침없이 올라간다. 대간 능선 길은 조금 후 너덜길이 나오면서 더욱 가팔라진 돌계단 길로 바뀐다. 된비알 길을 호흡조절을 하며 오르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보니 태백산이 우람하고 선수촌으로 이어진 길이 산을 휘감아 돌고 있다. 정상의 필자
마침내 돌무더기 상단에 소원을 비는 돌탑을 쌓은 함백산 꼭대기에 올라선다.(11:54) 오늘은 축복 받은 행복한 날이었다. 사방으로 너무도 아름다운 웅장한 산 풍경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백두대간의 산들인 중함백(1503m), 금대봉(1418m)이 가깝고 대덕산(1307m)이 조망된다.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도 뚜렷하고 두타산 오른쪽으로 100대 명산 덕항산(1071m)이 시야에 들어온다. 함백산 소개 글(뒤는 태백산)
동으로는 낙동정맥 산줄기를 내어주는 매봉산(1303m)이 보이고 눈앞 가까이 연화산(1171m)이 우뚝하다. 둥글게 조망되는 백병산(1259m)을 비롯하여 동쪽으로 끝을 모르고 뻗은 낙동정맥의 수많은 산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힘차게 솟구쳐 있다. 남쪽으로는 태백산 천제단과 문수봉 돌탑이 보이고 백두대간 산줄기가 소백산까지 길게 뻗어나간다. 특히 소백산은 웅장한 큰 산의 풍경으로 주변 산들을 압도하고 있다. 기원단 후면
서쪽은 독특한 형상의 장산(1409m)과 운탄고도 위의 백운산(1426m)이 지척이고 백운산 오른쪽으로 영월군 최고봉 두위봉(1466m)이 빛나고 있다. 두위봉 뒤로는 멀리 남한 9봉 가리왕산(1561m)이 멋진 풍경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 아래 모든 산들이 눈 밑으로 머리를 낮추는 듯한 환상의 조망에 취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추위도 잊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기원단의 운치 있는 나무
하산은(13:00) 올라온 길을 되짚어 산을 내려가다가 휴대한 나침반을 정상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뒤돌아 또다시 정상에 올랐지만 나침반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침반과 함께 등산을 하며 20년 이상을 동고동락 했는데 이제 인연이 다 된 모양이라 기분이 씁쓸하다. 높은 산이라 군데군데 얼음이 덮여 있다.
급경사 대간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정상을 오르는 젊은 사람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 길이지만 평소에 등산 활동을 꾸준히 했다면 결코 어려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선수촌을 가는 차도로 내려선 후부터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마치 산책을 하듯 아주 기분 좋게 진행하여 한편의 풍경화처럼 환상적인 함백산 산행을 마친다.(14:16)
오늘 등산은 사방 거칠 것 없이 아스라이 물결치는 첩첩 산마루의 향연이 내 마음을 휘어잡았다. 또 나에게 산은 배려와 겸손과 공경을 알려주는 삶의 의지 처였음을 확인해준 뜻 깊은 날 이었다
◈ 도상거리 5.56Km, 3시간 25분소요(66분 휴식포함) 평균속력 2.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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