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를 버리다
심수자
더 이상 갇혀있기 싫다는 생각이
간장 종지만 한 틀을 부수었다
활보하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다가
돌무더기 사이로 흐르는 강물을 보다가
느티나무 그늘에 들어 다시 생각은 생각에 빠진다
정물화 속에 놓인 정물이 나 같다는 생각에
생의 탁자를 뒤엎고 싶어지는 나,
생각들이 만든 화려한 옷을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바퀴달린 가방을 끌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 속을 헤매었던가
일찍이 부수지 못한 탁자 앞에서
고요한 것들에게 이젠 장송곡을 들려주어야지
등짐 지고 모래사막 위를 걸어간다 해도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아주 버린 낙타처럼
지워져 보이지 않는 길, 터벅터벅 걸어가야지
무겁게 발자국 내려놓는 생각에 드는 사이
기상 오보 따윈 없는 사막에는
난데없이 장대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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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시 회원발표 시
정물화를 버리다 / 심수자
권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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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4
24.03.07 07:1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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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틀에 박힌 듯이 살아가는 시인은 마치 자신이 정물화 같다는 생각을 하신 듯합니다
종지 같은 굴레 깨부수면 도랑물 같은 출구라도 생길까?
생각 속만 헤매는..................
좋은 시 올리며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