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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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夕見寒山(해 저녁에 차가운 산을 보다가)
便爲獨往客(문득 홀로 머무는 나그네 되었네)
不知松林事(숲속에서 일어난 일은 알지 못하겠고)
但有麏麚跡(다만 사슴들의 자취만 있네)
--- 배적(裴迪), 왕유와 함께 읊은 망천이십경(輞川二十景) 중 제5수 「녹채(鹿柴)」
▶ 산행일시 : 2010년 11월 27일(토), 눈
▶ 산행인원 : 11명(버들, 숙이, 김희숙, 드류, 감악산, 더산, 한메, 사계, 해마, 산소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28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4.0㎞(1부 7.4㎞, 2부 6.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26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55 -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下安味里) 월두동, 산행시작
09 : 39 - 임도
11 : 01 - 남병산(南屛山, △1,151.1m)
11 : 59 - 기러기재, 임도
12 : 49 - 하안미리 도원동, 1부 산행종료, 식사, 가평동으로 이동
13 : 43 - 2부 산행시작
14 : 37 - 암릉
15 : 14 - 1,079m봉 전위봉
15 : 52 - 1,079m봉
16 : 50 - 묵밭, 원동
17 : 23 - 평창군 대화면 대화리(大和里) 상반정리, 산행종료
22 : 10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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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병산(南屛山, △1,151.1m)
아침 일찍 동서울종합터미널을 떠나올 때 차창에 얼핏 비치던 빗발은 영동고속도로 횡성휴
게소 들릴 때는 먼지 같은 눈발로 흩날리다가 대화면 하안미리 도원교 지나 월두동에 이르자
제법 눈 모양 갖춘다. 먼 산릉은 눈보라로 뿌옇게 보인다. 지도에 형광펜으로 선 그은 남병산
가는 능선은 뚜렷한데 월두동의 실경에서 여러 능선자락 중 주능선을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
지 않다.
우선 걷기 좋아 임도로 간다. 임도는 산기슭으로 곧장 간다. 눈은 대기 차가워 금세 쌓인다.
오늘 새벽 집에서 나오면서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등산화를 겨울모드인 발목이 긴 마인들로
바꿔 싣고 왔다. 운이 좋았다. 일행 중 여럿은(특히 더산 님과 사계 님) 산행 마칠 때쯤에는 눈
으로 바지자락 흠뻑 젖고 이어 양말까지 젖어들어 발이 매우 불쾌하게 축축하였다하니 나에
게는 상대적인 즐거움 또한 각별하였다.
산행시작 할 때부터 눈발 날리자 그러한 예감이 들었다. 임도는 Y자로 갈리고 우리는 오른쪽
임도 잡는다. 임도 끊기는 산기슭에서 도리 없이 아카시아와 산초나무 듬성한 생사면 뚫는다.
엷은 지능선으로 올라선다. 눈은 함박눈. 앞을 하얗게 가린다. 높은 절벽과 맞닥뜨리고 왼쪽
사면으로 돈다. 여기도 그 절벽 비슷이 가파르다.
눈 쓸어 발 딛고 암장 볼더링 흉내 낸다. 나뭇가지 홀더 붙드느라 장갑은 이미 젖었지만 기어
오르는 사면이 하도 험하여 손 시린 것을 미처 느낄 여유가 없다. 두 피치 올라 가파름이 주춤
하다. 어디서 왔는지 임도가 지나고 4륜구동 자동차 한 대가 살금살금 내려간다. 임도는 사면
돌다가도 능선 마루금을 고수하려 애쓴다. 임도 따른다.
지도에는 잘 생긴 펑퍼짐한 능선이어서 손맛 볼거리 있겠다 싶었는데 임도이거나 임도 벗어
나면 울창한 잡목 숲이다. 나뭇가지에 북어를 실 다발로 묶어놓은 고사 지낸 자리를 지나 임
도 흐려지고 기로다. 마냥 평평한 곳 골라 돌 수만은 없는 일. 직등하기로 한다. 너덜길이 미
끄럽다. 눈 덮여 너덜인 줄 몰라 엎어진다.
너덜 지나고 가파른 사면. 갈지자 크게 그린다. 길게 가로 누운 고사목 통과하는 데도 애먹는
다. 주능선 근처. 능선 사정없이 훑는 설한풍의 굉음에 바짝 움츠러든다. 일행 다 모이도록 사
면에 기대서서 주기(酒氣) 보충하고 복장 단단히 단속하고 능선으로 돌진한다. 너른 공터. 남
병산 정상이다. 조그마한 오석의 정상표지석이 있고 삼각점은 2등. 22 복구, 77.7 건설부. 눈
보라로 사방 아무 조망할 수 없다. 대화에서 남쪽인 남병산은 그 형세가 병풍을 두른 듯하다
고 한다.
정상 오른 의식으로 잠시 서성이다 물러난다. 눈길 눈보라로 진행이 더디다. 당초 목표했던
△1,156.4m봉은 가망 없을 것 같다. 내리는 길도 오지다. 눈은 인적 덮고 발목도 덮는다. 쭉쭉
내림 길. 걸핏하면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는다. 귀 먹먹하게 부는 바람 피해 사면으로 비켜 내
리다 나지막한 895m봉 넘어 임도 지나는 ┼자 갈림길 안부. 기러기재다.
원래 안미리는 지형이 기러기가 나는 모양이라고 하여 안미(雁尾)였는데 지금은 안미(安味)로
쓰고 있다. 12시. 여기서 왼쪽 골(‘버드나무골’이라고 한다)로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 완만하
니 길 좋다. 그런데 ‘위험, 접근금지’라는 표지가 자주 나타난다. 발파 작업하는 채석장이라도
근처에 있어서일까? 조심조심 내리지만 도원동에 이르도록 아무런 위험이 없다. 아마 역으로
도원동에서 오를 때 임도 내는 발파현장을 경계하려는 것이리라.
도원동으로 내리는 눈길 소로는 곧 임도로 이어진다. 여느 때는 퍽 따분하던 임도가 오늘은
조용한 눈길이다. 첫발자국 내는 즐거움을 분식(分食)하며 내린다. 도원동. 점심식사 할 장소
로 비닐하우스 찾는다. 앞뒤로 뚫렸지만 도로 바로 옆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주인 허락받아 들
어간다. 버너가 5개. 라면 끓여 중증 수전등 도진 듯하던 한속을 달랜다.
2. 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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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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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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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남병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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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설원의 미역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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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원동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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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평동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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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평동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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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9m봉
2부 산행. 산 넘어 대화로 가는 것이다. 우선 가평동으로 간다. ‘佳坪洞’이라 새긴 커다란 자연
석 표지석이 있는 데서 하안미천 건너 임도 따라간다. 눈은 멎었다. 어차피 올라야 할 산, 왕
도는 없는 것. 메아리 님 앞세워 왼쪽 가파른 능선 잡는다. 한메 님이 이 능선이 △837.5m봉
으로 간다고 했겠다. △837.5m봉 넘어서는 등고선 축축 늘어진 넙데데한 사면이다.
자생하는 회양목이 보이고 바윗길이 나온다. 좌우사면 둘러보아 직등이 낫다. 운신의 폭을 넓
히고자 겉옷 벗고 장갑은 얇은 것으로 바꾼다. 그리고 홀더 확실히 마련하여 한 발 한 발 옮긴
다. △837.5m봉일까? 삼각점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 자세히 뜯어보니 건너편 봉우리가
△837.5m봉이다. 우리(메아리, 더산, 나, 산소리)는 녹아났다!
짧은 나이프 리지성 암릉을 지나고 소나무 숲길을 간다. 두 번째 슬랩. 과감하게 직등한다. 세
번째 슬랩 오르기 직전에 골짜기 임도 따르던 한메 님 일행과 만난다. 세 번째 슬랩은 직등할
자신이 없다. 높고도 가파르고 눈 쌓였다. 오른쪽 사면으로 크게 돌아 오른다. 역시 가파르다.
사면의 성질이 단지 돌에서 흙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능선에 부는 바람 끝이 날카롭다.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움튼다. 능선 마루금에는 바람에 휩
쓸린 눈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몰려있어 가급적 사면으로 비켜간다. 1,079m봉 전위봉. 이제부
터 광활한 설원이다. 더덕대형 펼쳐 설원을 누빈다. 아직 땅은 얼지 않았다. 어느새 1,079m봉
이다.
1,079m봉. 15시 52분. 어디에서 어디로 하산할까? 지도 들여다보고 등고선 간격 대조하며 숙
의한다. 등고선이 겹치다시피 촘촘한 데는 틀림없이 절벽일 것. 욕심은 이 앞 △1,166.7m봉에
서 서진(西進)이지만 등고선 간격을 늘일 수가 없다. 가장 만만한 1,079m봉에서 내리기로 한
다. 그래도 절벽 피해 설사면 돌기 수회.
소나무 숲으로 내리고 한숨 돌린다. 파장. 숲길 능선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내린다. 묵밭 지나
농로로 들어선다. 농로는 콘크리트 포장하였다. 허름한 농가 한 채가 원동마을이다. 차도(31
번 국도)까지 한참 걸린다. 멀리 마을의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훈훈하다. 대화 사우나탕 온탕
에서 노곤하게 몸 녹일 일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냉탕에는 들어갈까 말까 미리
고심한다.
반정1교로 대화천 건너고 옛날에 원주와 강릉간의 중앙지점 위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상반정
리(하반정리는 중앙지점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다)에 다다른다.
(추기) 이 근처 산에 오면 우리는 꼭 대화 삼천리식당을 들린다. 오늘도 산행 마칠 무렵 한메
님이 삼천리식당 사장님에게 전화 걸어 예약하였다. 사장님은 서울에서 오는 중인데 18시 10
분까지 상을 차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화의 목욕탕은 요금이 무척 싸다. 3,500원. 그렇다고 시설이 낡은 것도 아니다. 냉온탕 들락
날락하여 얼굴 발그레하게 데워 나오는데 삼천리식당 사장님에게서 전화 왔다. 영동고속도
로가 눈길로 막히는 바람에 우리를 받을 수 없고, 옆집인 대중식당을 소개한다. 예약도 해주
었다. 삼천리식당 사장님이 실수했다. 대중식당의 음식 맛과 서비스가 삼천리식당 못지않기
때문이다.
산소리 님은 수시로 스파트폰 들여다보며 교통상황까지 체크한다. 영동고속도로의 상하행선
모두 정체가 극심하여 오늘 중 서울에 도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단한다. 그렇다면 하고
생더덕주 중탕한다. 차안에서 버들 님이 산 아이스과자로 입가심하고 눈 붙였다가 뜨자 동서
울이다. 거의 막히지 않았다고 한다.
11. 월두동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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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079m봉 전위봉
14. 원동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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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멀리는 남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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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원동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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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소나무 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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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작골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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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겨울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시네요~
역시 눈이 있어야 제맛이죠!!
어떠한 스마트폰의 교통정보가 있더라도 두메님의 교통체계는 못당하죠!!
동서울터미널 도착시각은 불변입니다.ㅎㅎ
2부 유두봉(![?](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에 오를때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금년 겨울 첫 눈 산행을 아주 짭짤하게 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0.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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