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 홍해리
발자국 소리 가까이 오고 있는지
찻소리 들리는지
귀마다 가득가득 이명이 울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앞산을 바라보나
첩첩하기 그지없고
하늘을 올려다봐도
막막하기 하릴없다.
여보세요, 계세요, 문을 두드려도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쥐 죽은 듯 하오의 햇살만 놀고 있는
텅 빈 마당 한 켠
살구나무가 주인을 기다리다
팔을 뻗어 바깥세상으로
살구 몇 알 떨어뜨렸다
홍해리 시집 『비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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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 홍해리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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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1 09:1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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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적막 속을 걸어봅니다.
가슴에 그리운 살구꽃이 폴폴 피어나고 툭 살구가 떨어집니다.
작년 괴산의 어느 시우 고향을 찾아갔다가 만난 풍경입니다.
요즘 이런 농촌이 많은 걸로 압니다.
지금쯤 살구가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을 듯싶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살구나무가 바깥 세상이 몹시 그리웠나봅니다~ 즐거이 보고 갑니다~^^*.
(강원도 산행을 하다보면 빈집을 종종 보게 됩니다. 아침햇살도 주인을 찾는지 이곳 저곳 비추더군요.)
살구꽃도 주인의 발소리와 기침소리를 들으며 피웠을 텐데 얼마나 주인이 그립겠습니까?
살구가 익어도 오지 않는 주인을 원망하며 바깥세상으로 열매를 떨구고 있는 것이겠지요.
빈집 기다리는 그리움.... 감동입니다
위의 사진이 참 오래된 풍경이지요?
저런 곳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가.
빈집이 정말 을씨년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산 시인님! 이주바라기 님!
살구나무는 주인을 따라가지 않고 남아 집을 지키고 있군요. 떠난 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처럼.
살구나무가지 떠나면 그 집은 무너지고 말 겁니다.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허허할 것인가?
빈 집이 시가 정겨워서 빈집이란 생각도 안드네요. 늘 건강하시어요.
반갑습니다, 김순 님!
그리움이 적막으로 돌고 살구알 떨어지듯 적막에서 얻어지는 싱그러움으로 윤회하는 시어 감사히 읽었습니다.
윤회를 믿기에 사는 것이 덜 괴롭겠지요?
오늘도 푸른 하늘처럼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움마저 없었다면 빈 집은 허물어졌을 겁니다 선생님의 시를 읽다가 문득 허공을 생각 합니다 ^^*
허공도 마음이 받쳐 주지 않으면 무너지고 맙니다.
싸립문을 밀치고 들어가 주인을 찾아 냉수한 그릇 얻어먹으려는데 …아무도 없습니다 그 적막 …어린시절 많이 겪었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