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9> 감자꽃 이야기
감자 꽃 / 고구마 꽃 / 돼지감자 꽃
내 고향은 강원도 강릉이니 나는 이른바 감자바우로, 강원도 사람들을 격하(格下/卑下)하는 말이다.
감자는 울퉁불퉁 못생겨서 고급 식재료로 쓰이지는 않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부터 식탁에 오르던 귀중한 식재료이다. 서양에서는 포테이토 칩(Potato chip) 처럼 기름에 튀겨서 야채(野菜)처럼 고기를 먹을 때 곁들여 먹거나 수프를 끓일 때 함께 넣어 끓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볶거나 조려서 반찬용으로 이용하는데 나의 고향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주식(主食)으로 이용하는 등 요리가 수도 없이 많다.
감자떡, 감자전, 감자옹심이 등 별미로 만들어 먹는 음식도 있지만, 감자밥, 감자탕은 물론이려니와 근래 와서는 감자 고로케(Korokke/튀김)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또, 대부분 식재료들은 썩으면 못 먹지만, 감자는 캘 때 호미에 찍히거나 너무 작아 조리용으로 쓰기 어려우면 일부러 썩혀서 녹말을 만들거나 썩은 가루(썩감자 가루)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감자 수확철인 여름, 개울가에 큰 자배기나 고무 대야(다라이)를 놓고 상품 가치가 없는, 작거나 호미에 찍힌 감자를 깨끗이 씻어 넣은 후 물을 채워두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금방 썩는다.
며칠 있다 만져보면 감자는 형체도 없이 흐물흐물 없어지고 껍질만 남는데 껍질과 이물질을 걷어내고 맑은 물이 될 때까지 물을 여러 번 갈아주며 냄새를 우려내면 밑에 뽀얀 녹말가루가 가라앉는데 자배기를 기울여 위의 물을 가만히 따라내고 밑에 가라앉은 가루를 긁어 햇볕에 말리면 하얀 가루가 된다. 예전 어머니 말씀으로, 이 감자가루(썩감자 가루)는 백년을 두어도 썩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시며 귀한 저장식량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감자는 세계 약 130여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하는 인류의 주요 식량자원 중의 하나이다.
재배역사는 남아메리카 페루 북부해안의 잉카문명 유적지에서 발견된 감자 덩이줄기의 석조조각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4세기경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일찍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는데 감자의 풍부한 영양소를 알고 ‘땅속의 사과’, 또는 ‘땅속의 영양덩어리’라고 부르기도 했던 주요 먹거리였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순조 24년(1824), 만주 간도(間島) 지방에서 전래되어 재배하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남한에서는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북한에서는 함경도와 양강도 등 산간지방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감자는 한자로 북저(北藷), 토감저(土甘藷), 양저(洋藷), 지저(地藷), 마령서(馬鈴薯/‘말방울 모양의 마’라는 뜻) 등으로 부르며, 분류로는 가지과(科) 다년생 초본에 속한다.(藷-참마 저, 薯-참마 서)
감자는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파괴하는 약이 아니라 알칼리성 건강식품으로 체력을 회복시켜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장수(長壽)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유명한 ‘파키스탄의 훈자(Hunza) 지방’과 ‘에콰도르의 빌카밤바(Vilcabamba)’지방 주민들의 식생활을 조사해 본 결과 ‘유카’라는 감자류를 주식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원도 사람들을 가리켜 ‘감자’, ‘감자바우’ 등으로 부르며 놀리는데 대체로,
‘약간 바보스럽고 순박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등의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북한 지방에서는 함경도와 양강도 여자들은 입이 삐죽이 튀어나오고 드세다고 놀린다는데 그 까닭은 이 지방에서 감자가 많이 생산되어 감자를 자주 삶아 먹는데 뜨거운 감자를 먹을 때 식히느라고 입을 내밀고 후후 불어서 입 모양이 그렇게 되었다고 놀린다고 한다.
감자와 함께 구한말 우리나라에 들어와 식생활에 크게 변화를 준 농작물 중에 고구마가 있다.
고구마는 1763년 일본에 통신사로 가던 조엄(趙曮)이 대마도(對馬島)에서 처음으로 고구마를 들여와 동래(東萊)와 제주도에 시험 삼아 심게 한 것이 처음이라고 하니 감자보다 먼저 들어와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분류학적으로 고구마는 메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처음에 감저(甘藷), 조저(趙藷), 남감저(南甘藷) 등으로 불리다가 후일 고구마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꽃은 메꽃과 거의 유사하며 통꽃으로 너무나 앙증맞고 귀여운데 여간해서 보기 어려워 고구마 꽃을 보면 행운이 온다는 말도 생겼다.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해(1945년) 고구마 꽃이 많이 피었다던가....
고구마와 감자는 전분(澱粉/炭水化物)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서로 같지만, 차이점이 더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구마는 뿌리가 변해서 생긴 것이고, 감자는 줄기가 변해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고구마는 ‘덩이뿌리’라 하고 감자는 ‘덩이줄기’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구마는 날로 먹어도 그대로 단맛이 나지만 감자는 익히지 않고 날로 먹으면 아린 맛이 난다.
그 까닭은 감자의 움푹한 눈에 솔라닌(Solanine)이라고 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아린 맛이 나게 된다.
감자가 햇빛을 받으면 파랗게 변하는데 이것도 솔라닌이 생성된 것이며, 솔라닌은 독성이 있어서 구토, 설사,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구마는 길쭉한데 감자는 둥글고 통통해서 구별이 쉽게 되지만 고구마는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고, 감자는 강원도처럼 서늘한 지방에서 더 잘 자라는 특징적 차이도 있다.
뚱딴지로도 불리는 돼지감자도 있는데, 이름만 감자이지 완전히 다른 식물로 분류상으로 국화과에 속한다.
꽃은 해바라기와 유사하고 키도 해바라기처럼 매우 큰데 음식으로 먹는 천연 인슐린이라고 부를 만큼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서 근래에 각광을 받는 식물이다.
울퉁불퉁 못생겨서 뚱딴지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날것으로 먹었을 때 가장 그 효능이 크다고 하는데 특히 당뇨 환자들의 혈당치를 낮추는데, 또 다이어트 음식으로, 어린이들의 무공해 건강식 재료로 각광(脚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출신인 내가 젊었을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비탈’이었다.
강원도는 산간지방이라 산등성이 비탈밭이 많은데 그 밭에서 호미로 김을 매려면 한쪽 다리는 아래로 쭉 뻗고, 한쪽 다리는 굽히고 밭을 매다보니...
자연히 여인들 엉덩이가 산비탈처럼 찌그러진다는 말로 그 산비탈 엉덩이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다.
따라서 강원도 사람들을 가리켜 비아냥거리는 별명인 ‘비탈’은 지독히 외설적인 뉴앙스를 간직하고 있는 말이다.
입에 담기 싫은 말인데 결국 내가 입에 담고 말았다!! (지금은 대부분 이런 말을 모를 텐데 제기럴 내가 괜히 쓸데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