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 지방
안달루시아지방 지도 / 안달루시아 주기(州旗) / 안달루시아 문장(紋章)
◆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
유럽 역사, 아니 세계 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큼지막하게 장식한 스페인을 여행하노라니 가는 곳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스페인 최남단인 안달루시아지방 관광이 특히 인상에 깊이 남는다.
이곳은 기원전부터 문화가 발달하였음은 물론,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부딪히는 등 숱한 문명들이 거쳐 간 곳으로, 따라서 곳곳에 다양한 문화의 자취들을 만날 수 있다.
또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스페인이 한때 얼마나 부유한 국가였는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고 스페인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현재 1인당 GDP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오히려 조금 앞서는 정도이다.
한국전쟁 후 극심한 경제난으로 최빈국에 분류되던 우리나라가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기적에 가깝고, 스페인 사람들도 내가 한국인이라니 모두 부러워한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뿐이고 우리 민족의 저력과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도 생긴다.
◆ 안달루시아지방 행정구역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스페인의 행정구역은 15개 지방과 대서양의 섬들인 카나리아 제도(諸島/Canary Islands)와 지중해에 있는 발레아레스 제도(諸島/Balearic Islands)로 나뉜다.
스페인은 지방마다 다시 작은 자치주들로 나뉘는데, 안달루시아지방을 살펴보면 먼저 주도(州都)인 세비야(Sevilla)를 비롯하여 그라나다(Granada), 말라가(Malaga), 알메리아(Almeria), 우엘바(Huelva), 카디스(Cádiz), 코르도바(Córdoba), 하엔(Jaen)의 8개 자치주로 나누어진다.
◆ 안달루시아의 상징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안달루시아의 주기는 가로로 삼등분하는데 짙은 녹색의 두 간 사이 흰 부분에 안달루시아 문장(紋章)이 그려져 있는 깃발이다. 안달루시아 문장(紋章)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허큘리스/Hercules)가 사자 두 마리를 쓰다듬고 있는 그림이다.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마주 보는 안달루시아지방은 최남단 타리파(Tarifa) 항구 부근에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 기둥(Pillars of Hercules)이 있는데 용맹의 상징인 신화(神話) 속의 인물인 헤라클레스를 주(州)의 문장(紋章/Emblem)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문장(紋章) 그림의 위와 아래에는 라틴어로 ‘지배자이자 창조주인 헤라클레스’라고 쓰여있다.
◆ 안달루시아지방의 역사(歷史)
스페인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기원전 11세기에는 페니키아인, 뒤를 이어 카르타고가 지배하며 BC 4세기,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인 포에니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하자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된다.
AD 5세기에는 반달(Vandal) 왕국, 뒤를 이어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Visigoth) 왕국, AD 7세기에는 비잔틴(Byzantine) 제국이 점령한다.
AD 5~6세기 북아프리카에 왕국을 세웠던 반달족(Vandal)은 무자비하게 가톨릭을 공격하고 파괴한 반 가톨릭 이슬람(Islam) 세력으로, 신성모독(神聖冒瀆)을 뜻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스페인은 AD 8세기 들어 사라센(Saracens/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되지만 AD 13~4세기에 들어 이슬람 세력을 대부분 몰아내는 등 스페인은 다양한 종족들이 영토분쟁을 일으키던 역사의 현장인데 그 중심지역이 이베리아(Iberia)반도 남단인 바로 이곳 안달루시아(Andalucia)지방이다.
AD 15세기 들어 스페인은 4개로 왕국으로 쪼개어 독립하는데 나바라(Navarra), 카스티야(Castilla), 아라곤(Aragon) 그리고 이곳 안달루시아지방의 이슬람국가인 그라나다(Granada) 왕국이었다.
그러나 아라곤의 왕자 페르난도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공주가 결혼하고 두 왕국이 합치면서 1492년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근거지였던 그라나다 왕국을 함락하고 마침내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을 말끔히 몰아내게 된다.
15세기 말,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와 계약을 체결(산타페 협약)하고 배 세척을 대어주어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는 등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의 막을 열었고, 스페인은 아메리카대륙에 어마어마한 식민지를 거느리는 엄청난 강대국으로 발돋움한다.
AD 16세기 초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의 카를로스 1세가 스페인의 왕위를 계승하고 AD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합스부르크가(家)는 막을 내리고 부르봉 왕가의 펠리페 2세가 왕위를 계승....
엄청난 경제력을 앞세워 세계를 지배하던 스페인도 1898년 중남미 식민지 쟁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함으로 아메리카대륙의 식민지를 대부분 잃는다.
<그리스·로마 신화>
신화에 보면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모험(과제) 중 11번째 모험이 헤스페리데스(Hesperides) 네 자매와 열두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이 지키고 있는 헤라(Hera) 여신의 황금 사과를 따오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착한 신(神)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불이 없는 인간이 불쌍하여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는데 하늘의 제왕 제우스(Zeus)는 그 벌로 코카서스 산 바위 절벽에 프로메테우스를 쇠사슬로 묶어놓고 낮이면 독수리가 날아와 옆구리를 찢고 간을 쪼아먹게 한다. 아틀라스는 신이라 죽음이 없으니 밤이면 간(肝)이 되살아나는데 다음 날이면 다시 독수리가 와서 간을 쪼아먹어 끝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면 헤라클레스는 하늘에 지은 죄업을 씻기 위하여 12개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그 중, 11번 과제가 지구의 서쪽 끝에 있는 헤스페리데스(Hesperides)의 황금 사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황금 사과를 찾으러 가던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의 간(肝)을 쪼아먹는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을 끊고 풀어준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헤라클레스에게 지구를 받치고 있는 자신의 형 아틀라스(Atlas)에게 가서 조언을 구하면 황금 사과를 찾을 수 있다고 일러준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를 만나기 위해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는데 산을 넘는 것이 지겨워 산줄기를 무너뜨리는데 그 때문에 바다를 막고 있던 아틀라스산맥이 갈라지면서 대서양과 지중해의 바다가 통하는 오늘날의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틀라스를 만난 헤라클레스가 도움을 청하자 사과를 지키는 헤스페리데스(Hesperides) 네 자매는 아틀라스 자신의 딸들이었으므로 자신이 대신 따다 줄테니 잠시 하늘을 메고 있으라고 한다.
헤라클레스가 잠시 대신 하늘 메고 있었는데 사과를 따 가지고 오던 아틀라스는 하늘을 메기가 지겨워 도망가려고 하자 헤라클레스는 꾀를 내어 어깨가 아파 바칠 것을 덧대야겠으니 잠시만 들고 있으라고 속여 하늘을 넘겨주고는 사과를 들고 도망을 갔다고 한다.
그 후, 지구를 메고 있기가 지겨워진 아틀라스를 구하는 영웅이 테세우스(Theseus)로, 사람을 돌로 만드는 고르곤(Gorgon)의 머리를 잘라 가죽 주머니에 넣어 지나가자 제발 그 머리를 보여달라고 사정하여 머리를 보여주자 아틀라스는 돌로 변하였는데 그 산이 아틀라스(Atlas)산맥이 되었다는 신기한 그리스⁃로마 신화(神話)를 읽던 기억이 난다.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마주 보는 안달루시아지방은 최남단 타리파(Tarifa) 항구 부근에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 두 기둥(Pillars of Hercules)이 서 있는데 용맹의 상징인 헤라클레스의 그림을 안달루시아의 문장(紋章/Emblem)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