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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오신 예수님》
― 한 사람을 통해 시작된 믿음
1986년 1월이었다.
스무 해가 넘는 긴 냉담의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성당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기뻤던지 모른다.
마치 잃어버렸던 집을 다시 찾아온 사람처럼, 나는 서둘러 본당 신부님을 찾아갔다.
“신부님, 이제 다시 성당에 나오려고 합니다.”
그 말씀을 드리는 순간, 신부님의 파란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뜻밖의 질문을 하셨다.
“그러면,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지금의 나라면 아마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메시아이시고, 나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성경 말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신앙의 말도, 교리의 말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나를 깊이 바라보고 계시는 신부님께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이분이 제가 만난 예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래전 우리 집에 찾아왔던 한 걸인 아저씨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분이 우리 집에 왔던 일,
그때 내가 보았던 모습,
그분과 나누었던 짧은 만남,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열심히 신부님께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성경을 많이 읽었던 것도 아니고,
예수님에 대해 깊이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때 그분을 예수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 순간만큼은
머리로 예수님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믿는다.
그분은 그날, 나에게 오신 예수님이었다고.
그 후로 내 눈에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의 모든 남자를 예수님처럼 바라보려고 했다.
모든 여자는 성모님처럼 바라보려고 했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을 나의 형제요 자매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통받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예수님께서 지금 내 앞에 오셨구나.’
하고 바라보고 싶었다.
외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도,
아픈 사람을 만났을 때도,
슬픔에 잠긴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 사람 안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싶었다.
성모님의 마음으로 품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고,
상처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마저 달라졌다.
예수님을 알게 된다는 것은
성경 지식 하나를 더 갖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예수님은 성당 안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기도할 때만 만나는 분도 아니었다.
때로는 초라한 모습으로,
때로는 외로운 모습으로,
때로는 도움을 청하는 모습으로
내 앞에 찾아오시는 분이었다.
어쩌면 그날 우리 집에 찾아왔던 그분은
내가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는지 묻기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 예수님을 잘 몰랐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를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스무 해가 넘는 냉담 끝에 다시 성당으로 돌아온 나에게
예수님께서는 거창한 기적을 보여주지 않으셨다.
한 사람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을 통해
내 마음의 문을 다시 열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분을 믿는다.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예수님이 계실지도 모른다고.
그것을 알고 나니
삶이 달라졌다.
사람이 귀해졌다.
만남이 귀해졌다.
고통받는 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가치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세상의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예수님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주님,
제가 만나는 사람 안에서 주님을 알아보게 해주세요.
제가 외면하고 싶은 사람에게서도
주님의 얼굴을 발견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주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돌아보면 참 감사하다.
나는 예수님을 찾으러 성당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보다 먼저 예수님께서
나를 찾아오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예수님을 알게 되면 가치관이 바뀐다.
예수님 때문에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모습으로 그분을 만나는 것만이 아니다.
때로는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모습으로,
때로는
내가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의 모습으로,
예수님께서 조용히 우리 곁에 와 계실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날 나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 너머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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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벌써 40년 전에 일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