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영국식 가치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들이 고향의 문화적 가치관을 그대로 옮겨왔듯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 영국인들도 영국의 가치관을 간직햇다.
또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서 그랬듯이,
영국의 고유한 가치관들 중 일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부적절한 가치관들 중 일부가 아직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백인들에게는 유산처럼 남아 있다.
특히 다섯 가지 문화적 가치관
ㅡ 양, 토끼와 여우,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식물, 땅의 가치, 영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가치관 ㅡ이 특히 중요했다.
18세기에 영국인들은 양모를 거의생산하지 않고 에스파냐와 독일의 작센에서 수입했다.
그런데 영국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하고 처음 수십 년 동안
유럽 대륙을 전쟁의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은 나폴레옹 때문에 양모를 대륙에서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지 3세가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왕의 지원을 받아 영국인들은
에스파냐에서 메리노 양들을 영국으로 몰래 가져와 그 일부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냈다.
이 양들이 훗날 오스트레일리아 양떼의 모태가 되었다.
그후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에 양모를 제공하는 주요 공급처가 되었다.
거꾸로 말하면 , 양모는 1820년부터 1950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수출품이었다.
부피가 작고 품질이 좋아 '거리의 횡포'를 이겨내고 해외 시장에서,
부피가 큰 오스트레일리아의 다른 수출 품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덕분이었다.
오늘날까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식량을 생산할 만한 땅에서 양들이 방목되고 있다.
요컨대 목양(牧羊)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문화적 정체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목양에 의존해 살아가는 시골의 유구너자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땅은 원래 목양에 적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청청한 풀들이 많았고 개간해서 목초지를 심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토양은 생산성이 원래 매우 낮았다.
따라서 목양업자들이 토양의 비옥도를 훼손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많은 지역이 목양을 신속히 포기해야 마땅했다.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기존의 목양 산업은 기회 비용의 상실이며,
목양의 유산은 지나친 방목으로 인해 토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사진 29)
오스트레일리아는 양 대신에 캥거루를 사육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전부터 있었다.
양과 달리 캥거루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토종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식물과 기후에 적응된 동물이다.
캥거루의 부드러운 발바닥이 딱딱한 양의 발굽보다 토양에 충격을 덜 준다는 주장도 있었다.
캥거루 고기는 기름기가 적어 건강에 좋을 뿐만 아이라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맛도 기막히다.
게다가 캥거루 가죽은 무척 고가이다.
이런 모든 장점을 거론하며 양의 방목장을 캥거루 목장으로 바꿔가자는 제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생물학적이고 문화적인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양과 달리 캥거루는 목자와 개의 인도에 수순히 따르는 가축이 아니다.
또한 쉽게 몰고 다니기도 힘들고, 차례로 트럭에 태워 도살장으로 끌고 가기도 어렵다.
따라서 캥거루 목장이 가능하더라도 목장 주인은 사냥꾼들을 고용해 캥거루를 추격한 다음 한 마리씩 쏘아 맞혀야 할 것이다.
캥거루 사육의 더 큰 어려움은 뚜어난 기동성과 담장을 뛰어넘는 도약력에 있다.
가령 당신이 큰돈을 투자해서 당신 땅에 캥거루들을 사욕한다면,
그런데 어딘가에 비가 내려 캥거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당신 땅에서 50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다른 사람의 땅에서 그 캥거루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캥거루 고기가 독일에서는 환영받아 적잖은 양이 수출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문화적 장벽을 뚤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도 캥거루를 저녁거리로
영국의 전통적인 양고기외 쇠고기를 대체하기에는 별로 내키지 않는 해로운 동물로 생각한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많은 동물 복지 단체들은
야생 캥거루보다 양이나 소가 훨신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가고
훨씬 잔혹한 방법으로 도살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캥거루사육을 반대한다.
미국은 캥거루 고기의 수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캥거루가 귀여운 동물이라는 생각과 캥거루가 멸종 위기에 빠졌다는 한 의원 부인의 하소연 때문이다.
캥거루의 일부 종이 멸종 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살코기용으로 사육되는 캥거루 종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귀찮을 정도로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도살을 엄격하게 규제하며 할당량을 저해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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