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곰을 찾아서
김영욱
그 어렸을 때 고향이나 다름없는
강릉 주문진 나릿가에는 개도 먹지 않았다던
천덕꾸러기 물곰*이 근래에는 귀한 몸이 되었다지만
코로라 19에 걸려 자가격리하는 동안
죽살이 하다가 끝난 뒤 입맛을 잃어버려
먹고 싶은 건 시원한 맛으로
후르룩 넘어가는 물곰탕이었지
그 놈 물곰는 장호원 오일장에 가도 없었다
그 보다 큰 이천 오일장에 가도 없어
아내를 다그쳐 함께 모동헌慕東軒*을 떠나
가파른 재가 동서를 나누는 대관령을 넘을 때
먹구름은 걷히지 않고 눈발을 날리는데
뭇 봉우리들 사이 사이에
동해의 검푸른 빛은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데
아, 옛날에는 입고 먹는 것도 부족했던
대관령 골골 백성들이 부지런히 밭두렁을 갈아
고달프고 미간 펴질 날 없는 농사지어도
세금 독촉하는 벼슬아치 매일 문전에 닥쳐
새벽이고 밤중이고 닭과 개를 놀래키고
게다가 수시로 양반 선비 가마 태워
대관령을 넘겨주는 노역까지 해야 하고
길손들 맞이하고는 대접해 보내야 했다는데
주문진에는 흐물거리며 제 몸 가느지 못하고
누워있는 물곰이 있을려나
대관령을 넘어서서 주문진항 어판장에 갔다
고기 파는 아낙네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이마와 눈만 빼꼼이 내놓고 있어도
예쁘장하게 얼굴이 그려져 보이고
누가 마음씨 좋은지 알 수 없지만
싱싱한 고기 사라는 호객 소리는 비장했다
이제는 마스크가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니
야릇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리 저리 돌아도 물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처럼 잡히지 않아
10만원을 줘도 살 수 없는 물곰이라서
아내가 물곰 대신 양미리나 코다리를 사서
돌아가자고 하는 말이 야속하지만 어찌하랴
젊은 시절 밤새도록 퍼 마신 술을 물곰탕으로
속풀이하던 주문진항이여!
꼭 물곰을 사서 돌아가 물곰탕을 먹으면
코로나 19로 떨어진 입맛을 돋아줄 것 같았는데
동해 수심 50에서 270미터에서 살고 있다는
물곰을 뒤로 하고 대관령 넘어 돌아오는 길
차창 밖 횡계橫溪 설원雪原은
아름답고 평화스럽기보다는 을씨년스러웠다
그놈의 물곰 때문에
아내가 왈왈曰曰 왈曰
여보!
그러니 어쩔래요 물곰은 아예 잊어버려요.
*물곰-물메기, 또는 곰치라고도 한다.
*물곰탕-곰치탕 또는 물메기탕이라고도 한다.
*모동헌慕東軒-그 의미는 필자가 강원도 강릉 연곡에 살았으로 강릉은 동쪽이기 때문애 ‘강릉을 그리워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택호를 ‘모동헌慕東軒’이라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