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장사 공양간 난로 앞에서 잠시 불멍을 한다.
뜨거운 불길이 굵은 통나무를 핥으며 조금씩 녹여 먹는다. 사실 저 나무는 얼마전까지만해도 푸른 잎새를 돋우고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던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지금은 나무-시체가 되어 태워져 예전의 형상을 잃어간다.
나도 죽어 저렇게 태워지리라. 나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이 찾아온다. 장례절차에 따라 아마도 1000도씨 연소실에서 내 죽은 몸은 저 통나무처럼 태워진다. 그럼으로 한 줌 재가 된다. 저 나무시체의 재와 인간시체의 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주의 시간이 억겁이기에 생명체의 삶이 찰나라면 지금 불멍하는 이 시간은 얼마나 찰나의 찰나일까? 살아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 마시는 공기가 달다. 지금의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지금 만나는 인연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첫댓글 봄날의 정원님 반갑습니다. 육지장자 공얀간 난로 앞에 앉으셨군요. 불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죠. 늘 움직이고 방향도 알수없고요. 그래도 그런 불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지요. 나와 나무를 동일 시 하셨는데, 맞습니다. 씨앗인 인으로 왔다가 흙, 바람, 공기의 연이 닿아 살지만 그 인연이 다하면... 그래서 서산대사가 삶과 죽음을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라고 했잖아요. 말씀하셨듯이 현재, 지금 순간을 알아차리며 숨 들이마시고, 내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