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소녀는 이제 5학년 언 듯 보면 2학년 꼬마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나쁜 짓이라곤 지어 본 적 없는 이름과 꼭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그런 아라에게 가슴 아픈 일이 쌓여 있지요 6살 유치원 무렵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이였어요. 가족이 함께 간 여행길에서 큰 사고로 엄마를 잃었고 , 다친 아빠는 많은 슬픔을 잊으려고 먼 나라에 떠나 계십니다. 단 한사람. 아라와 함께 살아가는 할머니 오직 아라가 어리광 부리며 살아가는 절대자시며 보호자입니다. 연세가 많은 탓에 먼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싫다고 남으셨기 때문이지요.
허겁지겁 돌아온 아라는 대문을 밀쳤다 "할머니! 할머니! 어디에 있어?" "응. 여기에 있다. 이제 오는 거냐?" 할머니는 뒤창고방에서 나오셨다" "응." "얼른 손 씻고 와." "이 할미가 우리 아라 좋아하는 고구마 쪄 놓았단다." "고구마? 엊그제 깨온 고구마로. 그제 아라는 큰 공원으로 체험 학습을 다녀왔다. 생전 처음으로 고구마를 캐 보았다. 호미로 파는 일도 재미있었지만 땅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랐다는 것이 신기했다. 고구마가 아플까봐 조심조심 캐어 담았다. 아라는 풀 썰매도 타고,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모두 익숙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 마지막으로 예쁜 잠자리 한 마리 얼굴에 그려 넣었다. 걸음을 많이 걸어 다리가 좀 아팠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예쁜 단풍잎들도 고운 옷 갈아입느라고 재잘거리며 정신이 없었다. 방안에 들어서던 아라는 책상 위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다. 아라가 고사리 손으로 빚은 걸작품이다. 3학년 때이다.미술시간에 고무찰흙 놀이를 했었다. 미술 선생님은 아라의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어깨까지 토닥여 주셨다. 그 후 수학시간에 틀린 문제를 지우고 남은 지우개 가루.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지우개똥을 버리려고 뭉치다가 고무 찰흙 같다는 느낌이 들어 꼭꼭 다져 보았다. 신기하게도 말랑말랑 잘 뭉쳐졌다. 하나씩 서툴게 인형들을 만들어 갈 무렵 아라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큰 도깨비 나라의 어느 집이였다. "놀라지 마. 우리는 착한 일만 하는 쌍둥이 도깨비란다. 동생은 들비 난 참비." 아라는 조금 놀랬지만 머리에 소담하게 돋아난 뿔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생김새 또한 책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말썽꾸러기 같이 생겼지만 귀여웠다. "응. 난 아라라고 해. 고아라." "이야! 이름 참 이쁘다. 헝아 그렇지?" 들비가 소리쳤다. "응 그렇구나. 얼굴하고 꼭 같은 이름이구나." "우리의 성에 온 것을 환영해. 여러 곳을 두루 다니면서 구경해 봐." "고마워." 마당에는 작은 성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꿈을 가득 담고 있었다. 으젓하게 폼을 잡고 있는 왕도 있었고, 아름다운 왕비님, 어여쁜 공주님도 있었다. 언제인가 도깨비들이 방문했던 나라의 모습이라고 했다 “우리는 시간만 나면 쪼르르 달려가 저렇게 고무가루로 작품을 만들곤 하지.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 않으려고 말이야.” 도깨비들이 자랑을 했다. "뭐.... 고무가루?" "응. 고무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만들곤 하지. 사람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아온 아라 인지라 금방 도깨비들과 친하게 되었다.
"나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 "그래. 만들어 봐." 쌍둥이들은 앞 다투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고무 반죽. 즉 지우개 반죽으로 만드는 일은 너무 재미있었다. "지우개 똥으로 만들 때는 참 힘이 들고 잘 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잘 만들어지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했다. "뭐. 지우개 똥?" 쌍둥이들이 합창을 했다 "응 지우고 난 뒤 생기는 가루 말이야." "아. 알았다 사람들은 공부란 것을 하지." '그럼 너희들은 공부를 안 해?' "그럼 우리는 눈으로 배우면서 깨달아 경험으로 말이야." " 참 좋겠구나. 너희들은 머리 아프게 안 배워도 되니." 키보다 큰 기둥을 만들다 넘어뜨리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가만히 자기 방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의 생각 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다면' 책상위로 달려가 서랍에서 지우개가루 뭉친 것을 꺼내었다. 오늘정호와 옥숙이가 학교 온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모아다 준 것이었다. 정말 꿈속에서처럼 잘 만들어졌다 아라는 손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거울에 가서 자기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도깨비들이 뒤에서 소곤소곤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그 뒤부터 아라는 '지우개 똥 쌓는 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앙징맞고 훌륭한 작품들이 뚜닥닥 하나씩 만들어져 갔다. 아라의 손을 거치면 못 만드는 것이 없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있는가 하면, 물속에 있는 인어도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갔다. 담임선생님의 책상 위에도 친구들의 필통 속에도 소중하게 자리 잡아 갔다. 크기는 작아서 3센티에서 5센티미터를 넘지 않았다. 정말, 아라는 지금 꿈을 가꾸고 있는 중입니다. 올망졸망...... 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기에 열심히 할 따름입니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흘러갔지만 아라의 키는 그대로였습니다. 친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갔습니다. 정말 자라는 것이 피터 팬처럼 정지 된 것일까요. 하루하루 먼 곳의 아빠의 얼굴을 허공에다 그려봅니다. ‘지금 아빠는 뭘 하고 계실까’ 인터넷 덕분에 메일을 자주 하지만 언제나 보고픈 얼굴입니다. 이렇게 아빠 생각이 나면 아프리카의 사파리 공원을 그리며 동물들을 만듭니다. 중국의 대나무 밭에서 놀고 있는 코알라도 만들고 브라질 강의 큰 악어도 턱하니 만들곤 합니다.
찬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오랫동안 해소 기침을 하시던 할머니는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쯧쯧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잘 해야 한데이. 아빠한테. 그라고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라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응. 할머니.” 뭐가 뭔지 모르지만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냥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메일로 아빠에게 할머니의 병을 알렸지만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셨습니다. 가끔씩 들여다보시는 고마운 아주머니입니다. “ 아라야!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구나. 아빠에게 위급하다고 어서 오시라고 전화라도 하거라. 빨리.” “보냈어요. 메일에.” 그 날 밤 할머니는 아라를 혼자 두고 쓸쓸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울고 부는 아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라를 달랑 혼자 남겨 두고 말입니다. “할머니. 할머니 눈 좀 떠 봐. 아라는 목이 쉴 때까지 울었습니다. 죽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아라는 알지 못합니다.
다음 날 늦게 달려온 아빠는 그 동안의 불효로 가슴을 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할머니를 바다에 묻고 온 날 저녁 아라는 몸살과 슬픔으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39도의 고열로 헛소리까지 했지요. 검사결과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자라지 못한 이유가 아빠엄마를 보고파 하는 마음이 병을 만들고 그 생각들이 성장점을 막아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아빠는 그동안 혼자 남겨 둔 것에 잘못을 빌며 이제는 다시 헤어져 살지 말자고 아라를 포근히 감싸 안았습니다.
차츰 아라의 그리움도 줄 것이고 더불어 키도 자라겠지요. 이제 먼 나라에서 새롭게 살아 갈 아라. 그 동안 빚은 지우개 나라의 환상 같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들을 가슴에 새롭게 담게 되겠지요. 또 이곳에서의 할머니와의 추억들, 다정했던 친구들과의 추억도 아름답게 아라의 손에 다시 태어 날 것입니다.
첫댓글마음으로부터 오는 병이 이렇게도 크게 자라고 있었군요 어린소녀가 표출하지 않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멀리 떠나 살게 되었지만 많은 친구들과의 교류도 생겨나고 나누지 못했던 부녀간의 사랑을 매일매일 한보따리씩 만들어 나가길 기도합니다...아마도 쑥쑥 성장하겠지요*^^*
첫댓글 마음으로부터 오는 병이 이렇게도 크게 자라고 있었군요
어린소녀가 표출하지 않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멀리 떠나 살게 되었지만 많은 친구들과의 교류도 생겨나고
나누지 못했던 부녀간의 사랑을 매일매일 한보따리씩
만들어 나가길 기도합니다...아마도 쑥쑥 성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