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화두가 어느때부터인가 미니멀, 단순, 오직, 유일 등이 되어 있었다. 시대가 급변하고, 직업은 다양해지고, 소통아닌 소통이 있는 싱글세대들에게 안성마춤의 단어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정작 이 화두들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결혼 후의 삶'에서이다. 가족과 친지가 생기고, 관혼상제를 챙겨야 하고, 부부의 직장에 변동이 생기고, 가정 살림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시기에 '미니멀한 단순함' 은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심플빈 작가의 '단순하게 산다는 것' 은 결혼 후 초래되는 가치관의 혼란과 생활의 변화로 인한 고통과 번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곁 표지에서 이미 그 답의 반은 보여주고 있다. 하얀색 바탕에 까만색 글씨, 지극히 절제된 디자인이다. 표지가 비록 화려하지 않으나, 이 책의 의도는 그림하나와 한문장의 글에 담겨 있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 은 단조롭거나 바보처럼 산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다. 작가는 초지일관 그걸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살아왔던 자기의 속살을 내보이면서까지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서 외치고 있다. 단순해지자고, 비우며 살자고.... 그래야 내가 행복해지고,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세월 숫자과 과학적 논리에 익숙한 직업인으로 살아온 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에서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실제 어떻게 사는 것인가? 작가는 왜 그런생각을 했을까? 실제 그렇게 살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를 되묻게 된다.
최근에 내가 읽었단 비소설류들의 인생지침서에서 제시되는 대안들은 너무 겉멋이 많고, 비현실적이다.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화려한 유토피아만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 좌절감과 계층적 괴리감만 조장한다.
책속에 제시되는 가르침 중의 일부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제안으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은 정녕 없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50대인 나에게 많은 교훈적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교수생활 20년, 아직도 경쟁과 실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단순과 비움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사람은 기껏해야 일백년 살고 죽는다. 정녕 내가 떠난 자리가 추하지 않으려면, 단순하게 살자. 비우며 살자. 그래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