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올랐던 산들을 다시 찾아가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다.
이번에는 곡성에 위치한 동악산으로 간다.
이곳은 여름에 찾아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단체산행인고로 계곡 휴양객들로 붐빌 것 같아 연기하게 되었다.
청류동계곡을 따라가다 동악산을 올라 배넘어재를 거쳐 대장봉, 형제봉을 지나 소위 말하는 공룡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도림사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청류계곡에는 구한 말 선비 하정(荷亭) 조병순(曺秉順)과 춘기(春沂) 정순태(丁舜泰) 두 사람이 계곡 굽이마다 구곡(九曲) 이름을 붙이고 글을 새겨놓은 청류구곡이 있다.
1곡 쇄연문(鎖烟門) - 자욱한 운무에 뒤덮인 문.
'쇄연'은 무쇄연미(霧鎖煙迷)의 뜻으로 자욱한 운무가 뒤덮인 상태를 말한다.
거대한 하나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청류계곡은 그 계곡의 웅장함과 멋이 일품이다.
2곡 무태동천(無太洞天).
동천은 道迹經(도적경)과 당나라 두광정의 '동천복지기'에 나오는 '동천복지'의 준말로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사는 별천지나 경치가 뛰어난 명승지를 의미한다.
3곡 대천벽(戴天璧).
대천은 '대천이지(戴天履地)'에서 따온 말로, 사람이 천지간에 살면서 천은(天恩)과 왕은(王恩)을 높은 하늘과 두터운 땅처럼 많이 입은 것을 의미.
도림사 계곡.
곡성 도림사 계곡은 해발 735m의 동악산 남쪽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줄기로, 동악계곡, 성출계곡과 더불어 아홉 굽이마다 펼쳐진 넓은 바위 위로 맑은 물줄기가 흐른다.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이 흐르는 물줄기는 연중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늙은 소나무와 한데 어우러져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예부터 이곳은 경치를 감상하려는 풍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며, 계곡 곳곳의 바위는 선현들이 새긴 문구가 남아 있어 선인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계곡 정상 부근에는 신선이 쉬어 간다고 하는 신선바위가 있으며, 계곡 중간에는 신라 무열왕 7년(660)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도림사가 있어서 계곡의 경치를 더욱 수려하게 한다.
4곡 단심대(丹心臺) - 충성스런 마음을 표현한 누대.
조선 말기의 학자이며 애국지사인 간재(艮齋) 전우(田愚) 선생이 나라 잃은 설움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단심'은 '단심벽혈(丹心碧血)'에서 나온 말로 붉은 마음, 곧 충성스런 마음을 의미하며 '벽혈'은 피가 푸른 옥으로 변한 것으로 곧 충성스런 마음이나 고귀한 선혈을 말한다. 그러므로 단심벽혈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을 칭송하는 말이리라.
5곡 요요대(樂樂臺) - 물을 좋아하는 지혜로운 자와 산을 좋아하는 어진 자가 노니는 누대.
'요요대'는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데, 물을 좋아하는 지혜로운 자와 산을 좋아하는 어진 자가 노니는 누대라는 뜻이다.
도림사는 내려올 때 들르기로 하고 그냥 지나간다.
6곡 대은병(大隱屛) - 진정한 은사가 은둔하는 곳.
'대은'이란 '소은'의 상대적인 말로서 진정한 은사를 의미하는데 이 말은 진(晉)나라 왕강거의 '반초은시(反招隱詩)에 나온다. 몸은 조시(朝市)에 있어도 뜻은 멀리 산림에 두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은사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7곡 모원대(暮遠臺) -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는 의미를 지닌 누대.
'모원'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뜻이다. 사기(史記) 오자서열전에 나오는데 '힘이 다하고, 사용할 계책이 다했다'라는 뜻이다.
8곡 해동무이(海東武夷).
오른 쪽 위 바위 면에 새겨져 있다. 넓은 반석 위에도 수많은 글씨를 새겨놓았다.
주자의 '무이구곡'을 조선식 버전으로 뜬 듯 하다. 해동무이는 곡성 동악산 청류구곡을 주희가 살았던 중국 무이산의 무이구곡에 비유한 말이다. 무이구곡은 중국 복건성 무이산시의 무이산에 있는 구곡으로 무이산 36봉우리와 37암석 사이로 계류가 흐르면서 아홉구비의 절경을 이룬 곳이다.
오랜만에 보는 누리장나무.
2철교.
9곡 소도원(小桃源) - 중국 복건성 무이산 제6곡에 위치한 '도원동'의 멸칭.
소도원은 도연명이 노래한 도화원과 풍광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명 '도화원'이라고 한다. 중국 복건성 무이산 제 6곡의 차병봉과 북랑암 사이에 위치해 있다.
소도원은 무이산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바위 사이로 석문을 지나면 눈앞이 홛연히 열리며 밭두둑이 넓고 평평하고 집들이 정연하며 오두막과 복숭아밭, 죽림, 석지(石地), 작은 시냇물 등이 도연명이 묘사한 도화원과 흡사하다.
동악산갈림길.
계속 진행하면 배넘어재로 바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동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우측 길로 들어선다.
과거에 없었던 계단이 곳곳에 놓여있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곳에 설치된 계단만 기억에 생생한데...
시야가 열리며 좌측에 형제봉과 대장봉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동악선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암릉도 수시로 나타나고...
다시 조망이 트이며 문덕봉과 고리봉도 보인다.
정상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전망대.
전망대 위에 올라서니 맑은 날씨 덕에 시야가 거칠것 없이 멀리까지 뻗어간다.
만복대와 반야봉, 노고단, 그리고 문바우등과 왕시리봉이 시원하게 늘어서 있고, 반야봉과 노고단 사이로 움푹한 곳에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는 천왕봉도 보인다.
그 앞으로는 곡성읍이...
반야봉과 노고단을 당겨보니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천왕봉의 모습이 제법 뚜렷하다.
가야 할 형제봉과 대장봉, 그 앞쪽의 공룡능선, 그리고 맨 우측 무등산.
동악산(735m)에 올라섰다.
동악산은 전라남도 곡성군 북쪽에 자리잡은 높이 735m의 산이다. 북쪽 아래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형제봉과 최악산으로 이어진다. 곡성읍 서쪽에 위치한 동악산은 겉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산으로 보이나 산속으로 들어가면 골짜기가 깊고 , 바위로 이뤄진 산세는 범상치 않다. 신라 무열왕 7년(660) 원효가 길상암과 도림사를 세울 때 하늘의 풍악에 산이 춤을 췄다고 동악산이라 불린다고도 하고 곡성 고을 사람 중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인물이 나올 때마다 산이 흔들리며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다고 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단다.
정상을 지난 곳에서 식사를 하고,
계속 산행을 이어간다.
맑은 날씨 덕에 멋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진행하니 이야말로 산꾼들의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랴!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앞쪽 검은 능선 바로 뒤 암릉으로 이루어진 문덕봉과 고리봉.
정상에서 내려서는 계단은 무척 급한 경사에 제법 길다.
눈앞이 어질어질할 정도.
가을에 볼 수 있는 용담. 오늘 딱 한 송이만 볼 수 있었다.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앞은 곡성 약천리의 약천저수지와 흑천저수지.
지나온 동악산도 뒤돌아보고..
배넘어재에 도착했다.
미역취.
대장봉 오름길은 제법 가팔랐다.
아무런 표지도 없는 대장봉.
진행할 형제봉.
형제봉 오름길에 설치된 계단.
형제봉에 올라 바라본 건너편의 동악산.
형제봉 동봉(758m).
성출봉이라고도 적혀 있다. 오늘의 최고봉이다.
앞쪽의 공룡능선과 뒤쪽 동악산, 그리고 좌측 배넘어재.
좌측 공룡능선을 향해 계단을 내려선다.
공룡능선 상의 부채바위.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멀리 반야봉도 구름에 덮이기 시작한다.
계속 이어지는 암릉들.
지나온 형제봉과 대장봉.
동물을 닮은 기암괴석도 제법 보이고..
형제봉과 대장봉은 점점 멀어진다.
계속 암릉을 오르내리지만 조망이 좋아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공룡능선의 마지막.
경사가 무척 심하다.
마침내 배넘어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하고...
도림사를 둘러본다.
도림사는 동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의 말사이다. 원효대사가 도림사를 지을 때 풍악 소리가 온 산을 진동해 산 이름을 동악산(動樂山)이라 하고 도인들이 절에 숲처럼 모여들어 절 이름을 '도림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신라 헌강왕 2년(876)에 도선국사, 고려 때 지환스님, 조선 현종 4년에 영오선사 등 이름난 스님들이 근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낡은 건물들을 고쳐 왔다. 19세기 후반에는 처익 스님이 산내 암자인 길상암과 나한전을 지었다. 중심 건물인 보광전을 비롯하여 명부전. 응진당. 칠성각과 같은 전각, 보제루와 오도문이 있으며, 승려들이 거처하는 궁현당 등의 요사체가 있다. 보광전에 모셔진 괘불탱(보물 제1341호)과 목조 아미타 삼존불상 아미타여래 설법도(보물 제1934호)는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절 앞의 계곡에는 기암괴석과 널따랗고 평평한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흐른다. 수석의 풍경이 삼남에서 으뜸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며 산행을 끝낸다.
도상거리 14.5km, 6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계절이라 청명한 하늘에다 바람도 약간씩 선선하게 불어 산행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이었다.
게다가 한여름 피서철을 지난 덕에 우리들만의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었으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귀가길에 거의 10여년 만에 들른 남원 새집에서 추어탕으로 하산주를 곁들이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