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5월 23일(월)*
▲함께 사는 생명, 찔레
◼찔레꽃에 깃든 정서
◀찔레꽃①
◾장사익
◾린
◀찔레꽃②
◾임형주
◾김희진
◀찔레꽃③
◾나훈아
◾LPG
*라인 댄스
◾조아람
◾전자 바이올린 연주
◉지난 주말 뒷동산에
찔레꽃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뒷동산에 구획을 지어
찔레나무를 심고 삽목(揷木)까지
해줬습니다.
그리고 지지대까지 만들어줬더니
드디어 꽃을 피웠습니다.
산 계곡 가의 찔레꽃보다
조금 늦은 듯합니다.
그래도 집 주변에
은은하고 부드러운 일품의
향기를 퍼지게 하니
공들인 보람이 있습니다.
◉찔레꽃 향기의 근원은
화려한 꽃술입니다.
다섯 장 꽃잎이
치마폭을 펼치듯이 열리면
그 가운데 풍성한 꽃술이
나타납니다.
이 풍성한 부자(富者) 꽃술에서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번져 나갑니다.
아카시아 향보다 더 좋은 향기라
화장품회사에서는 꽃을 증류시켜
흔히 스킨이라고 부르는
화장수로 내놓기도 합니다.
◉찔레꽃은 한국이 원산인
들장미입니다.
그래서 ’Oriental Wild Rose‘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도 찔레꽃이 훨씬 정감 있고
애착이 가는 이름입니다.
아마도 찔레나무에 달린
가시 때문에 찔레꽃이란 이름을
얻은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이 가시는 숲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가시로 숲을 방어하고
지키는 스크램블 기능을 합니다.
’망토식물‘로서 주변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초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만듭니다,
◉장미꽃에도 향기가 있긴 하지만
찔레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가수 장사익이 ’찔레꽃‘이란
노래를 만들게 된 경위를
봐도 그렇습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사는 게
바빠서 마흔 살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사익입니다.
가구점, 카센터, 보험사 등
15개 직업을 전전했다고 합니다.
1993년 마흔세 살 때
3년만 뜻대로 살아보자며
태평소 연주자로 음악 쪽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
장사익은 좋은 향기가 나서
장미인 줄 알고 다가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장미에서는 별 냄새가 없고
그 뒤에 숨어있는 찔레꽃에서 나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고
목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태평소를 불며 무명으로 지내는 ’
자신의 삶과 너무 닮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가
‘찔레꽃’입니다.
찔레꽃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면서 찔레꽃처럼
울었던 삶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은은한 향가를 내뿜는 꽃,
고향을 생각하게 만드는 꽃
‘찔레꽃’을 장사익이 올봄
특집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올렸습니다.
https://youtu.be/tMyCMS5z0G4
◉소박하고 애처로운 찔레꽃을
그려내는 데는 감성 보컬 린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린은 특유의 소울이 가득한
보컬로 장사익의 ‘찔레꽃’을
커버했습니다.
향기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는
가슴에 와닿은 노랫말의 정서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앞의 장사익의 무대도 그랬지만
린의 무대에도 코러스가 더해져
애틋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그날 압도적인 점수 차로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한
린의 ‘찔레꽃’ 무대입니다.
https://youtu.be/KvUnTs8zAqE
◉또 다른 ‘찔레꽃’은
보릿고개를 얘기하게 만듭니다.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나고
보리는 아직 거두지 않은
5월의 춘궁기를 바로 보릿고개
(맥령기:麥嶺期)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식량 약탈로
당시 보릿고개는 혹독했습니다.
찔레꽃은 바로 이 보릿고개 때
피는 꽃입니다.
굶주린 아이들은 들과 산에서
‘찔레꽃을 따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습니다.
◉1970년대 통기타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은
바로 이때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이원수가 쓴 ’찔레꽃‘은
광산에 일 나간 누나를 기다리며
찔레꽃 따 먹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시입니다. ’
이 시의 누나를 엄마로 개사해서
1920년대 작곡가 박태준의
‘기러기‘에 붙인 노래가 바로
이연실의 ’찔레꽃입니다.
2절은 윤태선의 시 ‘가을밤’을
붙인 노래로 찔레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올해 72살의 이연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래서 맑고 청아한 음색의
그녀의 노래를 그 이후
직접 들을 수가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여기서는 팝페라가수 임형주의
노래로 만나봅니다.
◉13년 전에 임형주의 콘서트를
주최하면서 만났던
그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임형주 소속사의 대표인 그녀가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자세로
아들을 엄하게 가르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선 임형주는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벌써
20년 경력의 팝페라가수가 됐습니다.
‘찔레꽃’과 ‘가을밤’을 간추린
그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Y50cqcpUpCw
◉포크 가수의 노래로
들어보면 역시 노래의
느낌이 다릅니다.
팝페라가수의 노래가 단아하다면
기타선율에 실리는 포크 가수의
노래는 애틋함이 더 합니다.
추억 속의 포크 가수, .
라나에로스포 출신의 김희진입니다.
제주 출신으로 40대 후반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에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여자 포크상을 수상했습니다.
역시 ‘찔레꽃’과 ‘가을밤’이
청아하고도 아름다운
김희진의 목소리에 실렸습니다.
https://youtu.be/K3HLFkYyVyw
◉1942년 백난아가 부른
‘찔레꽃’은 KBS가요 무대에서
가장 많이 신청받은 노래로
꼽힙니다
그만큼 한국인이 사랑하는
트롯이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일제 강점기에 북간도에
위문공연을 다녀온
김영일 김교성 콤비가
몰래 독랍군을 만나보고
그들이 그리워하는
망향의 노래로 만들어
백난아에게 부르게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큰 인기가 있었던 노래가
아니었지만 해방 후
계속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 나오는
찔레꽃은 붉습니다.
앞의 노래에 나오는 찔레꽃은
모두 흰색 꽃입니다.
그런데 여기 찔레꽃이 붉은 이유는
해당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래를 부른 백난아의 고향이
제주도이고 바닷가 모래밭에 피는
해당화가 있는 곳입니다.
해당화나 찔레꽃이나 모두
장미과 꽃이니 광의로 해석해서
해당화를 찔레꽃으로 노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부르지 않지만
원래 있었던 3절에는 북간도에서
피는 찔레꽃아 등장해 헷갈립니다.‘
요즘은 개량 붉은 찔레꽃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꽃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해당화로 보는 주장이 강합니다.
이 노래는 나훈아의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XJsIYDA25i8
◉이 노래는 라인댄스의
자주 사용됩니다.
라인댄스는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을 말합니다.
여성 트롯 아이돌 그룹
LPG의 노래에 맞춰 추는
춤을 만나봅니다.
https://youtu.be/iz7us6UrnNQ
◉전자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마무리합니다.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조아람의
연주입니다.
조아람은 클래식 악기로
인식돼온 바이올린으로
트롯 노래들을 연주해
인기를 얻고 있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애절하고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찔레꽃‘연주입니다.
https://youtu.be/QvEeDiuV0-0
◉찔레나무는 숲에도,
숲에서 사는 생명에게도,
사람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존재해서 고마운 생명입니다.
우선 사람에게는
어린 새순에서부터 꽃과
열매는 물론 뿌리까지
사랑받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이른 봄 찔레꽃의 새순은
나물로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좋다고 해서 ’
엄마들이 열심히 챙겨서
먹이기도 합니다.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것은
인삼에 많이 들었다는
사포닌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릿고개 시절엔
먹거리가 되기도 했던 찔레꽃잎은
이제는 귀한 꽃잎차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좋은 향기가 입안에 달콤한
느낌을 돌게 한다고 합니다.
◉8-9월이 되면 붉은 색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한방에서는 영실(營實)이라고
부르는 열매입니다.
여기에는 사포닌과 함께
비타민 C,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성분만 봐도 여러 약재로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입니다.
뿌리 역시 달여서 먹으면
특히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뿌리 근처에서
찔레 상황버섯을 만나면
그 또한 큰 보너스입니다.
◉붉은색 열매는 새들에게
겨울철 좋은 식량이 됩니다.
숲속 모든 생명과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구휼(救恤)식물입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 채취하는 것은
도리도, 예의도 아닙니다.
생명과 성장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적절히 채취하고 솎아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세상 사는 이치와 다를 것이 없는
접근법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