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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의 새벽 편지-542
천자문159
동봉
0549건널 제濟ji
0550약할 약弱ruo
0551도울 부扶fu
0552기울 경傾qing
(제환공은 바로잡아 제후모으고)
-연약하고 넘어진자 붙들어주며-
0549건널 제濟
건널 제濟는 삼수변氵이 부수이고
건널 제济
건널 제済로도 쓰며
건널 제滛
건널 제㴉 등도 같은 뜻입니다
'건너다'에서 보듯 삼수변氵이 기본입니다
소릿값에 해당하는 제齊/齐/斉/亝는
'가지런하다' '같다'의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제도濟度란 말을 씁니다
첫째 물을 건네줌이고
둘째 보살이 중생을 고해에서 건져냄입니다
셋째 성불成佛하도록 이끌고
넷째 해탈解脫하도록 도와줍니다
번뇌로 가득한 이쪽 언덕에서
법희法喜로 가득한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며
마침내는 가장 쾌적한 세계
최고로 행복한 세계 극락으로 이끕니다
제도의 '제'에서 부수氵를 뺀 '제'가
가지런함이고 같음의 뜻이듯
제도濟度는 가지런함이고 같아짐입니다
왜 같아짐이고 가지런함일까요
글자의 모양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첫째 돼지해머리두亠에서의 대칭입니다
평행선一 자체가 가지런함인데
그 위의 점丶도 한가운데 놓여있습니다
'돼지해머리두亠'는 왜 붙여 썼을까요
부수 명칭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표기한다면
'돼지 해 머리 두亠'처럼 띄어 써야겠지만
부수 이름일 경우는 늘 붙입니다
'돼지 해亥' 자에서 위에 놓인 것亠이기에
'돼지해머리두亠'라고 표기한 것입니다
둘째 돼지해머리두 아래 놓인
구결자口訣字 하丷 도 정중앙이고
이 두 기운이 곧게 아래로 이어집니다
잎사귀와 가지로부터 고루고루 받아들인
소중한 에너지를 줄기로 내려보내되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셋째 구결자 하丷아래 이어진 기둥丨도
흐트러짐 없이 한복판에 우뚝 섰습니다
마치 영어의 대문자 Y자와 같습니다
Y자는 세 갈래 표시입니다
두 가지의 기운이 하나의 그루로 이어지고
그루터기에서 가지로 벌어짐입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세 방향으로의 힘의 분배가 균형을 이룹니다
넷째 Y자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글자가 같은 꼴입니다
같은 칼刀 두 자루를 가져다가
바깥쪽으로 비스듬히 세운 것입니다
이는 곧 양쪽 겨드랑이 아래 낀 호신검입니다
다섯째 달월月 자를 아래에 두었는데
이는 육달월月인 까닭에
건강한 두 다리를 상징한 것입니다
여섯째 육달월은 두 다리며 사다리입니다
두 다리 한가운데 선물示이 있으니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 준 것이고
신이 준 것이기에 보일 시示로 표시합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뭐냐고요?
때로는 그냥 넘어가기도 하자고요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할 재齋며
옛말로 목욕재계沐浴齋戒할 재齋자입니다
이처럼 가지런해짐이 제齊의 본령입니다
불보살이 중생을 제도한다는 것은
불보살이 눈높이를 중생에게 맞추고
중생을 끌어올려 불보살과 가지런하게
경지度를 맞추어감을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제도濟度의 '제濟'는
중생과 부처의 경지를 가지런하게 함이고
제도濟度의 '도度'는 가지런함의 수준입니다
견현사제見賢思齊입니다
어진이를 보면 닮아지길 생각하는 것입니다
건널 제濟 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건너다, 돕다, 도움이 되다, 구제하다, 이루다
성공하다, 성취하다, 더하다, 소용있다
쓸모 있다, 유익하다, 많다, 그치다
원조, 도움, 나루, 물 이름 따위입니다
물 이름으로 '지쒜이濟水Jishui'는
중국의 옛날 4대강의 하나입니다
창싼常山Changshan 팡즈房子Fangzi
짠후앙싼贊皇山Zanhuangshan에서 나와
동쪽의 찌지앙汦江Zhijiang으로 들어갑니다
중국의 요즘 4대강은 전혀 다릅니다
창지앙長江Changjiang6,300km
후앙허黃河Huanghe5,464km
헤이롱지앙黑龍江Heilongjiang4,444km
주지앙珠江Zhujiang2,200km입니다
창지앙은 양쯔지앙扬子江이라고도 하고
헤이롱지앙은 아무르 강이라고도 합니다
0550약할 약弱
1개의 활을 만들 재료를 가지고
2개의 활로 만들었으니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깃털羽처럼 가벼운 활이라면
강한들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약할 약弱 자의 상대는 강할 강強 자입니다
강할 강強 자는 활弓에 깃羽이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뱀虽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으레 강력強한 녀석입니다
약하다, 약하게 만들다, 약해지다, 쇠해지다
수가 모자라다, 잃다, 패하다, 침노侵擄하다
날씬하다, 젊다, 불법으로 침범하다 외에
약한 자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를 보실까요
懦 : 나약할 나/겁쟁이 유
收 : 거둘 수
脆 : 연할 취
柔 : 부드러울 유
衰 : 쇠할 쇠/상옷 최/도롱이 사
軟 : 연할 연软 자 따위가 있습니다
쇠할 쇠衰를 '상옷 최衰'로도 새기는데
어려서 읽은 '복服'에 관한 글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참최斬衰니
참최친斬衰親이니 하는 것은 물론
최복衰服이니
자최齊衰니
재최齋衰니
묵최墨衰조차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상옷을 입는 제도가 없어졌고
상례 때 곡哭하는 법도 없어졌습니다
사십구재나 백재를 지내는 경우는 더러 있으나
그나마도 부모상에 국한될 뿐입니다
유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매년 양력 5월 첫째 일요일에 거행되는
종묘제례 정도에서나 가능할지 모릅니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서
해마다 5월이면 초대장을 보내왔기에
참석한 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얼마나 장중한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0551도울 부扶
재방변扌에 지아비 부夫 자입니다
'도울 부扶'외에 '기어갈 포扶'로도 새깁니다
포복匍匐의 포匍 자와 같이 쓰입니다
도울 부扶 자에는 돕다, 지원하다, 붙들다
더위잡고 오르다, 떠받치다, 부축하다
다스리다, 바로잡다, 곁, 옆의 뜻입니다
1975년 겨울 안거가 시작되며
우리는《緇門》을 읽어나갔습니다
그 때 중강仲講을 맡았던 현근玄根 스님은
'치문'과 함께 총림叢林을 설명했습니다
그 때 들은 말이 상기도 기억납니다
'봉생마림불부자직蓬生麻林不扶自直'
쑥이 삼밭에서 자라니
붙들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곧다
환경의 중요성을 비유로 든 것입니다
훌륭한 스승
좋은 도반
고즈넉한 도량
일할 맛 나는 직장
웃음꽃 피우는 단란한 가정 등등
환경이 행복의 절반을 책임져줍니다
걷지 않는 자가
땅을 밟지 않을 수는 있으나
걷는 자가 어찌 땅을 밟지 않을 수 있으며
날지 않는 새가
허공을 거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나는 새가 어찌 허공을 거치지 않을 수 있으랴
환경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도 맞으나
쾌적한 환경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서방정토 극락세계입니다
해인총림은 실로 장엄한 도량입니다
이 장엄한 수행도량이
천 년 만 년 이어져갔으면 싶습니다
왜냐하면 도량을 가꾸는 이도 수행자요
도량을 망치는 자도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0552기울 경傾
명재경각命在傾刻이란 말이 있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이지요
이는 위기에 처했음을 일컬으며
거의 죽을 지경이거나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해보면
삶과 죽음 사이는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부처님께서는《四十二章經》에서
"사람의 목숨은 호흡 사이에 있다" 하셨지요
이와 같은 뜻이 '명재경각'일 것입니다
기울 경/ 기울일 경傾을 시간으로 볼 때
고개 한 번 한쪽으로 갸웃하는 순간입니다
고개가 삐딱한 것도 버릇이라는데
근대 한국불교사에는 최고의 석학이셨던
가산 지관대종사가 계셨습니다
큰 스님께서는 이미 열반에 드셨습니다
실로 금석문金石門의 대가셨지요
특히《가산불교대사림》은
완간을 다 보지 못한 채 아쉽게 가셨는데
스님께서는 버릇이 하나 있으셨습니다
당신도 알고 계셨는데 앉아 계실 때는
늘 고개를 왼쪽으로 젖히곤 하셨습니다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젖히듯
목을 기울이고 고개를 젖히는 순간이
다름아닌 경각傾刻입니다
고개를 잘 젖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고개를 옆으로 눕힙니다
나는 어떤 일에 열중할 때면 혀를 빼뭅니다
하도 많이 지적을 받다보니
요즘은 좀 덜한 편이기는 해도
여전히 혀 빼어무는 습관이 있나 봅니다
경각이란 바로 이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짧은 순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람인변亻에 이랑 경頃/顷 자입니다
이랑은 밭이랑인데 중국의 면적 단위에서
100묘畝를 1경頃이라 합니다
중국의 지세는 동북부 쪽을 제외하면
남서부는 물론 북서부도 산악지대입니다
계단식 논이 많은 것처렴
계단식 밭도 상상 밖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이랑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사도, 곧 기울기가 높은 편이라 하겠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용어가 '깔딱고개'입니다
산중의 논밭이 다 가파르다 보니
한 이랑 한 이랑이 모두 깔딱고개입니다
여기서 이랑 경頃, 기울 경傾이 나온 것이지요
그러나 정확하게 얘기하면
밭이랑을 얘기할 때는 이랑 묘畝이고
이랑 경頃은 비탈진 밭에서 기울기만 땄을 뿐
실제는 고개 젖히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랑 묘畝에는 밭田이 있는데
이랑 경頃에는 목과 머리頁만 있습니다
이 기울 경傾 자에는
기울다
기울어지다
마음을 기울이다
비스듬하다
바르지 않다
다투다
다치다
'잠깐'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반듯한 것만 좋은 게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더러 기울일 곳이 참 많습니다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랫사람 의견에 마음을 쓰고
직장 선후배 동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보다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사랑을 기울이면 그만큼 행복해질 것입니다
여기《千字門》에서는 지濟의 후안꽁이
사사로움을 등지고 마음을 바르게 갖고
모든 제후들을 모아 정치를 논하되
약한 자를 구제하고
쓰러지는 자를 도우려 애쓴 사람입니다
나는 그를 근대의 중국 혁명가
저우언라이에 견주기도 했습니다만
지후안꽁은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06/25/2016
한국전쟁발발 66주년에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