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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사극에서 ‘대권(大權)’을 네 번이나 잡았던 탤런트 유동근(47)씨.
현재 KBS 드라마 ‘아내’에서 열연 중인 유씨는 한편으로 지난 98년부터
미국 골프장갑 회사인 HJ글로브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
350개 업체에 골프장갑을 공급하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공장까지
돌리고 있다.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 상주하는 전직원 20명 중 여성이
17명.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유씨는
“골프장갑은 섬세함이 필요한 제품이어서 여직원들이 더 영업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예인들 중에는 유씨처럼 CEO들이 적지 않다. 연예인들은 불안정한
인기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누구보다 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 그들 중
일부는 일반 기업체 CEO 못지않은 경영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탤런트 손지창(33)씨는 스타들을 벤처기업의 홍보업무와 연결시켜주는
업체인 ‘베니카’를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홍익대 경제학과 출신인
손씨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전문적인 기업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최근엔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 등에 제품을
소품으로 노출시켜 해당 기업을 홍보하는 PPL(Product Placement)기법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탤런트 채시라씨의 남편이자 가수인 김태욱(34)씨는 2000년 말 결혼
포털사이트인 아이웨딩의 홍보이사로 벤처와 인연을 맺은 뒤, 2001년엔
아예 지분 8%를 인수하면서 공동대표로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요즘 잭
웰치 전(前) GE회장의 자서전을 통독했다는 김씨는 “초기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일정 단계에 이르면 자신을 잘 포장해 알리는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벤처와 연예계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헤드폰을 개발한 엠엠기어사의 김성일(43) 사장은 MBC 탤런트(공채 13기)
출신. 웬만한 엔지니어 뺨치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청순미로 유명했던 영화배우 조용원(36)씨는 ‘원앤원 픽처스’란 회사의
대표로 일본어 교육사이트인 ‘에듀버스’와 영화잡지 ‘시네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듀버스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어 회화를 가르치는
인터넷 일본어 교육사이트. 직원 25명을 두고 있는 조 사장은 “인사가
만사”라며 “일단 한번 일을 시키면 그 사람을 끝까지 믿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씨와 함께 청춘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최재성(39)씨도 지난해 가을
부동산 분양 대행회사 ‘JS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면서 부동산 사업에
뛰어 들었다.
수퍼모델 이소라(34)씨도 미용과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퍼트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 8월 설립된 이 회사의 직원은 5명. 자신의
다이어트 운동 비디오는 물론, 작년 10월엔 가수 엄정화와 함께 촬영한
요가 테이프 ‘우린 요기’를 판매 중이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여성용
운동용품도 제작·판매하고 있다.
대형음식점·카페 등 요식업 CEO를 맡고 있는 연예인의 숫자는 엄청나다.
중견 탤런트 김종결(59)씨는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 ‘주신정’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주신 정으로 정성껏 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93년 문을 연 이곳의 직원은 40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다.
김씨의 전략은 ‘손님이 왕’이라는 구호를 몸소 실천하는 것. 촬영이
없는 날엔 직접 앞치마를 두르기도 한다. 현대증권 등에선 그를 초빙해
서비스 철학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극단 하늘땅 대표인 개그맨 이원승(43)씨는 피자 레스토랑
‘디마떼오’를 대학로의 명물로 만든 인물. 디마떼오는 지난 98년 초
문을 연 정통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집으로 이탈리아 부자(父子) 요리사를
비롯, 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70년대 액션스타 신일룡(54)씨는 지난 2001년부터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시애틀즈 베스트 커피’의 한국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면서 비즈니스에
가장 성공한 연예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항상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도 철저한 사전준비와 ‘CEO마인드’로 무장해서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기존 연예인 CEO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