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길고 긴 장마 비가
무던히도 귀찮게 하던
시절이 저만큼 물러서고
긴긴 세월 간직했던
예쁜 백일홍은 뙤약볕
여름날 잘도 견디더니
가로수 길가에 길게 서서
오가는 이들에게 손짓하며
예쁜 짓에
귀여운 짓까지 하니
나 또한 너를 만나
기쁨이 두배로세
불그스레 석달 열흘
싫다 않고 피어 나는 너를
만고 일색 양귀비에 비할소냐
너의 속 깊음에
고개숙이며 지금의
네 모습을 고이 간직하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동지 섣달 긴긴 겨울날에도
내님인양 곁서에
두고 두고 살고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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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사랑
사랑아, 이제 우리
그만 아프기로 하자
피어서 열흘 가는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을
무색케 하는
배롱나무 꽃
그늘 아래서
우리 뜨겁게 만나자
당신과 내가
눈 맞추던 처음의
그 자리로 돌아가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 견디며
배롱나무꽃이
백 일 동안이나
거듭 꽃 피워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호숫가 노을이 다 지도록
가슴 속 그리움 다 사위도록
무언의 눈빛으로 나누자 구나
서로에게 눈 먼 죄로
쉽게 해 뜨고
해 지는 날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흘러가는 강물에
띄워 보내며
배롱나무꽃보다
더 화사한 사랑 하나
우리 생애에
새겨 넣자구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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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은 지고
싱그러운 하늬바람 불면
파르스름한 새싹이 돋아 나
연분홍 치마저고리 갈아입고
울긋불긋 꽃망울 맺던 여인아
행복만을
약속했는데 우리 사랑
새침한 밤바람이 내려앉으니
얼핏 져 시든 풀 잎새 마냥
긴긴 세월 지난
고달파진 여인아
영원히 꽃 피우자
맹세했던 선홍색
백일홍 피부가 오만
고생 주름살 늘었어도
쏟아진 땡볕 견뎌낸 여인아
찬 서리내린 가을날 오니
오색 단풍 빨갛게 물든 뒤
바싹 메마른 가랑잎 되어
사락사락 날 두고 어디로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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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김판출 시(詩)방
백일홍(배롱나무 꽃)에 관한 시
김판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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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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