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구천동을 다녀와서...
이윤옥
지금쯤 그곳은 타고 있을게다. 안 봐도 안다. 그러나 불타는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산이, 들판이 아직 물들지 않았을 때 우리는 문학기행 버스를 탔다. 수원까지 이른 아침에 어찌 갈꼬 싶었는데 다행히 일산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탈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나 미루다 보면 늘 뭔가를 놓치게 된다. 365일 어느 한날도 반반한 날이 없이 바쁘다는 것은 삶을 잘 못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문학기행 신청을 하고 나니 아뿔싸! 중차대한 모임과 겹친 것을 깜박해버렸다. 할 수 없다.이번에는 가야한다. 죽어도 가야한다 싶은 생각에 나선 길이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돌이켜 놓고 보면 그때도 이번 처럼 무슨 일이 겹쳤고 또 분주했다. 그럼에도 연 3회 내리 참가하고 나니 오호 문리가 터득된 느낌이다. 무릇 사람이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자주 만나니 정겹고 반갑고 기쁘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여 훌쩍훌쩍 자주 떠나지만 문학기행 글동무들과의 만남은 더 찡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무주구천동도 여러 번 간 곳이었건만 그렇게 새로울 수가 없다. 곤도라를 타고 올라간 설천봉에 드리워진 안개와 구름의 향연은 고화상도 디카로도 담아 낼 수 없는 빛깔로 남아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산다는 앙상한 주목나무를 배경으로 한 기념촬영도 환상적이었지만 막차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닿을 듯 말듯하던 색고운 단풍은 한 장의 수채화로 여전히 생생하다. 함께 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자리를 무엇으로 메웠을꼬 싶다.
낯선 방 팀원들과 하나가 되어 밥을 하랴 반찬을 챙기면서 든 정은 또 무엇이라고 표현하랴! 국 끓이라고 나눠준 콩나물은 냉장고에 넣어둔 뒤 선옥 씨, 매희 씨, 소현 씨와 나누는 이야기를 반찬 삼아 비워내던 한 공기 밥맛은 여전히 꿀맛 기억인 채 무주의 밤은 깊어 갔지만 우린 그 밤도 아까워 재잘재잘.....
하루 저녁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우리가 쌓은 장성은 이튿날 붉은치마산(적상산) 정상으로 이어졌으니 어찌 길지 않다고 하랴! 와인동굴에서 받아든 작은 잔을 챙기는 수옥 님 곁에서 하나 더 얻어온 깜찍한 유리잔은 지금 얌전히 책장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퇴근하고 돌아 온 날!
복잡한 일상의 머리 아픈 일들을 제치고 무주산 로제스위트 한 잔을 가득 부어 놓고 술잔에 비치는 그날의 벗들 얼굴을 하나 둘씩 그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잔 가득 부으면 두 배로 그리운 얼굴들이 묻어나겠지... 2011.10.25
빨간옷 팀과 까만옷 팀의 대결 ㅎㅎㅎ 아니 미녀들의 대결?
첫댓글 이윤옥 님의 모습 속에 여리디 여린 여자, 아이같은 순수한 모습을 적상산 곤도라 안에서 보았답니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탄성에 곁에서 웃고 또 웃고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무주를 가고 싶은 것도 그 시간 같이 있던 사람들 때문입니다.
정성스레 담아둔 무주구천동의 이야기는 이젠 추억 속에서나 꺼내봐야겠네요. 오래 숙성될수록 귀한 술로 거듭난다는 와인을 마시듯 마음에서 우러난 우리가 만든 <경인화합주>도 가끔 한 잔씩 마시렵니다. 고운 사람들과의 좋은 이야기를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