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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원대 매출은 거품인가?
‘판매원 300만 명, 3조 원이 적정 규모’ 주장도[기획] 다단계판매 어디로 갈 것인가? - <1>
다단계판매업 매출이 수년째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업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입되는 인구보다 유출되는 인구가 더 많다는 것이 불투명한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단계판매업이 정체된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생계가 팍팍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률이 올라가면서 정체되는 다단계 시장은 업종 이동이라는 진단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단계판매마저 정체 또는 뒷걸음질 친다면 일부 계층의 경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는 과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유층으로 올라가는 사닥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한계 상황으로 밀려나는 빈곤층의 상황을 측정하는 ‘탄광의 카나리아’ 역할로 전락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다단계판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위기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길은 없는 것일까?
다단계판매업계의 연 매출이 수년째 5조 원대에 머물면서 ‘한계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계 상황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5,100만 명에 불과한 한국 인구에 비해 다단계판매원이 1,000만 명에 육박했던 것은 일종의 거품 현상이었다”며 “지금과 같은 회원 감소와 취급 상품 및 상품 가격에 제한을 두는 한 판매원 300만 명, 연 매출 3조 원으로 전체 시장이 하향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냉정하게 업계를 평가하고 있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2년 세계 각 나라의 직접판매(방문판매 포함) 규모를 보면 미국이 405억 2,000만 달러(약 52조 6,000억 원)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이 184억 7,500만 달러(24조 175억 원)로 2위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미국의 인구가 3억 3,400만 명이 조금 넘고, 대한민국은 5,100만 명 선이다. 인구는 약 6.5배 차이가 나는데 직접판매 업계의 매출은 2배가 조금 넘는 차이를 보일 뿐이다.
3위인 독일은 인구 8,300만 명으로 한국보다 약 3,000만 명이 많지만 직접판매 매출은 약 179억 9,800만 달러로 한국보다 약 5억 달러 적다. 여전히 저개발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14억 4,000만 명의 인구에도 158억 1,800만 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인구 1억 2,500만 명인 일본이 약 116억 1,000만 달러(약 15조 930억 원)로 한국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각 국가별 소비 성향이나 사업 성향을 고려한다고 해도 한국의 직접판매 시장은 여타의 국가에 비해 과열된 것으로 분석 가능한 대목이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은 ‘사재기’
다단계판매뿐만 아니라 방문판매 및 후원방문판매까지 망라한다고 해도 한국 사업자들의 사업방식이 무모하다는 데에는 대부분이 수긍한다. 심지어 전체 매출의 30~40%는 사재기한 것이라는 추정에 대해서는 현장의 사업자들 또한 인정한다. 이 추정이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다단계판매 3조 원대 하향 주장도 납득이 가능하다.
수년 전부터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인터넷 재판매 문제가 발생한 근원이 ‘사재기’인 걸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실수요자가 소비하는 수량을 제외하고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한 비축 분량을 감안한다고 해도 각종 오픈마켓이나 중고 사이트에 대량으로 상품이 올라온다는 것은 지금의 다단계판매 방식이나 각 회사의 시스템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증거다.
당장 짐작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들이 목표로 하는 수입에 비해 활동량과 성과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목표로 잡는 수입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회사나 스폰서들이 그것을 바로잡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잡아주기는커녕 오히려 과대망상을 주입하면서 그것을 비전이라고 착각하도록 가스라이팅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적게는 300만 원 선에서 많게는 700만 원, 심지어는 1,000만 원을 넘어가는 패키지도 문제다. 사업이 아니라 고객의 ‘눈탱이’를 치거나 파트너의 등골을 빼먹는 수준이다.
700만 원어치 패키지를 구매한 고객 또는 파트너 사업자가 3개월 정도 먹다가 포기했을 때 남은 제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반품 기간은 지나버렸고, 반품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위에서 수당으로 챙긴 후라 환불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과연 소비자 또는 사업자는 이 제품을 떠안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재판매를 해야 할까? 어느 정도 가격을 할인해서라도 판매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의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업체들은 마치 인터넷 재판매가 회원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또는 파트너 사업자는 손해를 봐도 되고 이제 막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야말로 도덕적 하자가 있는 게 아닐까?
누구를 위한 ‘메가 요법’인가?
또한 취급 제품이 많은 기업일수록 사업자들은 ‘홈샵’ ‘카샵’ 등등의 명목으로 사재기를 강요당하는 것이 사실이다. 회사 방침은 아니더라도 사업자 그룹에서 시스템의 중추로 설정하면서 ‘앵벌이’로 전락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유동인구가 많은 목이 좋은 곳에 진열을 해놔도 팔릴까 말까 한 제품을 집에다 쌓아놓고 팔리기를 바란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그리고 자동차에 싣고 다니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게 다단계판매의 본질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하나 사재기를 획책하는 것은 ‘메가 요법’이다. 많이 먹고 많이 바를수록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회사도 빼놓지 않고 강조하고 강요하는 것이 메가 요법이다. 이들 업체에서는 한 달 분량의 건강식품을 일주일 안에 먹도록 하거나, 늦어도 보름 안에 소진하도록 교육한다. 메가 요법의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사례가 많기는 하지만 제품에 명기한 용량과 용법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제품과 다단계판매 시장 전체가 부정적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
다단계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전체의 매출이 아니라 사업자 개인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전체 시장이 3조 원이 됐든, 5조 원이 됐든, 심지어 10조, 20조로 확장되든 개인이 가용할 수 있어야 사업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재판매’는 사업자의 권리 VS 그래도 가격을 지켜야
한국 시장에서 재판매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하위권의 매출이 거의 없는 기업을 제외하고 적극적인 사업자가 존재하는 한 재판매 문제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통한 재판매도 심각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물 시장에서의 재판매도 심각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재판매가 왜 문제가 되냐는 점이다. 일반적인 유통 상식으로는 회사에서 물건을 떼다가 파는 게 정석이다. 지금도 오프라인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유통시장이 유지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 역시 떼다 파는 기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회사측에서 문제를 삼는 것은 회원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부분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재판매를 근절하겠다며 적발된 회원을 제명하거나 수당을 정지시키는 등 강경책을 쓴다. 언뜻 봐서는 그럴듯한 정책인 것 같지만 실상은 기업의 갑질일 때가 많다. 사업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서 사업자는 제품을 못 팔게 한다는 발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이것은 시스템이나 문화적으로 가다듬어야 할 문제이지 단속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사업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수당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양자 간의 거래는 종료된 것이다. 물론 3개월에 달하는 반품 기간이 남아 있지만 그것은 법률이 정한 기업의 책임이며 사업자에 대한 보호장치이다.
재판매를 아예 근절할 수는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물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1인당 구매량을 기꺼이 제한할 기업이 존재할 것인가? 여기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재판매 운운할 자격 자체가 없다. 기업이 사업자를 이용해 돈을 번 것처럼 사업자 역시 기업의 정책이나 보상플랜 등을 활용해 돈을 버는 것이 자유경제의 기본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자’라는 말은 허상에 불과하다. 사업자는 기업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상호 간 거래처의 개념으로 정리했을 때 가장 긍정적인 다단계판매로 자리매김된다.
출처 : http://www.mknews.kr/?mid=view&no=40490&cate=A1&page_siz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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