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걸음 걸은 것도 오히려 틀렸거늘 하늘 땅을 가리킨 것 그 더욱 잘못이네 그때 그런 허물 저지르지 않았던들 운문(雲門)의 아픈 방망이와 꾸짖음을 면했을 것을*
출산상(出山像)을 찬탄함
설산(雪山)에서 6년 동안 굶주림을 참다가 산을 달려나옴은 큰 일 하기 위해서였는데 도를 이루어 법륜을 굴린다고 부질없이 말했다가 그 말이 천하에 퍼져 입의 허물 이루었다
사람마다 코는 우뚝하고 두 눈은 가로 찢어졌는데 무슨 일로 주리고 떨려고 설산으로 갔던가 한 번 샛별 보고 도를 깨쳤다 말한 뒤로는 그때부터 그 자손들 깜깜하게 눈 멀었네
지공(指空)을 찬탄함
마가다국에서 반야경을 보다가 문득 세 곳에서 온몸을 단박 잊었다 그때 만일 하늘을 찌르는 뜻이 있었더라면 무엇하러 남천축으로 가서 보명(普明:지공의 스승)을 뵈었던가 아아 대원국(大元國)에서 잠자코 앉았으매 아는 사람 없었으나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 있었네
등산상(登山像)을 찬탄함
설산에 오르기 전에 두 눈이 파랬는데 무엇하러 차갑게 앉아 6년 고행했던가 주리고 떨며 머리털은 길고 몸은 바짝 여위었으나 바른 눈으로 볼 때에는 그저 쓸데없는 짓이네
달마(達磨)를 찬탄함
양왕(梁王)과 맞지 않아 부끄러이 떠났나니 소실봉(小室峰) 앞에서 성이 나 말 않다가 신광(神光)에게 독한 화살 쏜 뒤에는 몽두(蒙頭) 쓰고 합장하여 하늘에 알려준다
죽망달마(竹網達磨)를 찬탐함
향지국(香至國:달마스님의 고국)의 왕궁에 복없이 머무는데 서쪽 바람이 불어오매 동쪽으로 나왔나니 노호(老胡:달마)는 아무데도 편히 머물 곳이 없어 남의 집 대그물 속으로 달려들어갔구나
관음(觀踵)을 찬탄함
여여(如如)히 움쩍 않고 몇 봄과 가을인가 보름달 같은 인자한 얼굴 천하에 가득하다 이미 두렷이 통하고 자재하게 보거니 어찌 수고로이 머리 위에다 머리를 포개는가
자찬시제(自讚詩題)
쯧쯧, 이 촌뜨기 중이여, 하나도 봐줄 만한 것 없나니 자세히 살펴보면 털끝만한 행(行)도 없다
얼굴은 자비스러운 듯하나 마음 속은 가장 독하여 부처와 법을 비방하니 그 허물 하늘에 찬다 너에게 보시하는 자 복밭이라 할 수 없고 너를 공양하는 사람 3악도에 떨어지리
가슴에 손을 대매 모양은 사람 같으나 뱃속에는 원래 조그만치 진실도 없네 부처와 스님을 비방하매 마음이 가장 독하거니 지금에는 온몸을 드러낼 수 없구나
아아, 이 널판자 짊어진 이[擔板漢]*여 분노와 어리석음 버리지 못했으매 마음[心意心識]은 뒤바뀌었고 참선을 말하려 함부로 입을 열면 혀 끝이 잇따라 어수선하다 일찍 고요히 선정에 들지 못해 한종일 허덕이며 행랑으로 달리나니 남에게 코를 쥐여도 잘 웃으면서 남에게 입 열기를 용납하지 않으며 아무 때고 방망이를 함부로 쓰면서 옳거나 그르거나 척루(脊)를 물리친다
허공을 쳐부수어 뼈를 내고 번갯빛 속에 토굴 짓나니 내 집 가풍을 묻는 이 있으면 이 밖에 다른 물건 없다 하리라
지공(指空)을 찾아뵙고 내 종지(宗旨) 잃었나니 쯧쯧 이 눈먼 사람 도로 대롱 속에 들어갔구나
발원(發願)
원하노니 나는 세세생생에 언제나 반야에서 물러나지 않고서 저 본사(本師)처럼 용맹스런 의지와 저 비로자나처럼 큰 각과(覺果)와 저 문수처럼 큰 지혜와 저 보현처럼 광대한 행과 저 지장처럼 한없는 몸과 저 관음처럼 30응신(應身)으로 시방세계 어디에나 나타나 모든 중생들을 무위(無爲)에 들게 하며 내 이름 듣는 이는 3도(三途)를 면하고 내 얼굴 보는 이는 해탈을 얻게 하며 이렇게 항사겁(恒沙劫)을 교화하여 필경에는 부처도 중생도 없게 하여지이다 원컨대 모든 천룡(天龍)과 팔부신장(八部神將)님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몸 떠나지 않아 어떤 어려움에서도 어려움 없게 하여 이 큰 발원을 성취하게 하여지이다 발원하고서 삼보에 귀명례(歸命禮)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