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지금보다 더 보수화될 듯
나는 수도자 심포지엄이나 사제 연수회에서 줄곧 그렇게 말하고 있다. 여러 근거중 하나는 은퇴 신부에 대한 이야기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은퇴 신부의 숫자와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혼자 거주하는 은퇴 신부들을 부양하는 돈이 교구 재정에 크게 압박을 주고 있다. 이 돈은 결국 죄 없는 신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신자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이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은퇴 신부들이 공동 생활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은퇴 신부들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은퇴 이전의 삶에서 신부들은 검소하게 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신부들은 골프는 살아 생전에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십자가를 버리고 왜 골프채를 들고 있는가. 한국 신부중에 골프장 다니는 신부가 많을까, 다니지 않는 신부가 많을까. 묻는 내가 바보 되겠다. 골프장 다니는 신부들이 부자들과 어울리겠는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겠는가. 골프장 다니는 신부들이 윤석열 독재정권에 저항하겠는가, 어림없는 소리다.
신부들이 지금처럼 사는 수준을 유지하려면, 교구가 돈벌이를 더 궁리해야 하고, 신부들은 부자 신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가. 그러려고 신부 되었나.
신자들도 겨울잠에서 어서 깨어야 한다. 신부들에게 좋은 뜻에서 돈 주는 신자들의 착한 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신부를 망치는 일이다. 신부에게 줄 돈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편이 훨씬 좋다.
신부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은,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처럼, 기도로 돕는 것이다. 신부들은 지금도 신자들의 헌금 덕분에 돈 충분히 받고 있다. 신부들은 죽을 때까지, 노후 걱정 없이, 산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신부들을 가난한 신자들이 왜 걱정할까.
신부들을 좀 굶겨야 한다. 신부들은 가난해야 정신 차린다. 내 말에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가난하게 사는 신부들이 제발 더 생기면 좋겠다. (지금 실제로 가난하게 사는 극소수 신부님들께는, 그리고 대다수 수도회 신부님들께는, 내 글이 대단히 송구하다.)
해방신학자. 김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