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란
하늘도 울고 땅도 울던 날
평생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돌아온 노인은
자식들이 남기고 간 한마디에
밤잠을 설쳐대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나 아직 안 죽었다.”
지애미 죽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유산 타령이냐며 호통을 치는데요.
남겨진 아버지 걱정보다
챙겨야 할 유산이 먼저였던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안고 가게 문을 연 노인은
40년간 함께한 아내의 손때 묻은
흔적들을 매만지며 눈물짓습니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하루분의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과일을 내어놓고 있을 때,
가게 앞에서 머뭇거리던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가 사과 두 개를 훔쳐
주머니에 넣는 걸 보고는
“너 이 녀석…….”
“엄마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어서 가져다주려고요.”
내 것이 아닌 것은 주인에게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걸 아이에게
가르쳐준 뒤,
“ 엄마에게 가져다 드리거라.”
홀로 남겨진 슬픔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내 자식보다
철모르는 아이의 효심에 눈물이 맺힌 노인이
검정 비닐봉지에 사과를 담아 보내고
3일이 흐른 어느 날,
“죄송합니다.
아이가 뭘 모르고…….”
과일값이라며
아이의 엄마가 내미는 돈을 보며
손사래 치던 노인은
“아닙니다.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효심의 값으로
그냥 준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는 노을을 안고
엄마의 손을 잡고 멀어지는 아이를
세상 다 가진 듯한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노인은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돈 다 줘도 살 수 없는 게 효심이라며…….”
펴냄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