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복 예찬(禮讚)
춘주 문학회
권 영 섭
나는 30여년전 할머니의 완고하신 지론(持論)에 의해 전통 혼례식, 요즘 말로 구식으로 혼인식을 올렸다.
처음 한복을 입어보는지라 아버님께선 옷고름과 대님 매는법을 몇 번이나 가르쳐 주셨으나 혼인식 날 역시 아버님께서 손수 옷고름과 대님을 매주셔서 婚行길을 다녀온 기억이 새삼 부끄럽다.
그해설날, 아내는 장롱 깊이 두었던 한복을 챙겨주었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안방으로 건너가 아버님 앞에 털썩 앉으니 아버지께선 솔기를 맞춰 꼼꼼하게 감쳐서 마치 파르스름한 나비 한 쌍을 붙여 주시는 것 같이 대님을 매 주셨다.
그때 발목에 느껴오던 깔끔한 느낌과 장가를 드는 놈이 댓님도 못 맨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대견해 하시던 아버지의 눈길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정과 발목에서 오는 깔끔함에 비해, 궁둥이 쪽에서 오는 풍성함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듯 했다.
우리전통한복은 음 양 관의 기초에 충실하여 남자는 天氣를 받기 위해 갓을 넓게 썼으며 地氣를 막기 위해 대님을 꽉 묶었단다.
여성의 한복은 地氣를 많이 받기 위해 치마가 삼각형으로 쫙 퍼지고 저고리와 치마가 상박하후 하여 옷차림도 단정하고 아담하다.
한복은 우리민족의 전통성과 얼이 담겨있는 민족의상이다.
그 후 나는 명절이나 제사 때나 입는 한복이지만 한복 예찬론자가 되었고 특히 사뿐히 날아갈듯 한 여성의 한복을 더 예찬 한다.
한복의 美는 곧은 선과 은은히 흐르는 곡선으로 이어지는 너그럽고 유연한 선의 흐름이다.
마치 한옥 집 추녀와 같은 저고리의 배래선과 물결과 같은 도련의 곡선, 그리고 칼날같이 예리한 동정의 직선, 섶과 도련의 만남에서 생긴 독특한 섶코의 조화는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또한 풍성한 치마의 주름위에 외곡선인 도련이 놓여 짐은 끝없는 여운을 남기게 한다.
그리고 치맛자락을 튕겨 나오는 하얀 콧날의 버선 모습은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우아한 가운데에도 이지적인 여성미의 매력을 풍기게 한다.
한복은 밝은 삼원색을 많이 쓰고 있다.
단일민족의 청렴결백함과 전통성을 고수하는 배색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색채의 조화다.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 노랑 저고리에 남치마, 등 음과 양, 남과 여, 생과 성장의 관계 등으로 인생의 근본원리를 바탕으로 배색한 것이라 한다.
다홍치마는 오행설의 불의 상징으로 자손과 가운(家運)이 불같이 번성하라는 뜻과 자주색은 고귀한 색이므로 부귀를 누리라는 조상들의 깊은 뜻이 들어있다.
또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신분을 나타내는 지혜도 볼 수 있다.
치마를 보더라도 반인계급은 왼쪽으로 서민계급은 오른쪽으로 입어 양반과 상사람을 갈랐으며, 색은 어려서부터 출가한 후 애기를 날 때까지는 다홍치마를 입었으며 중년이 되면 남치마를 입었고 노년이 되면 옥색 회색계통의 치마를 입었으나 부부가 함께 살면 아무리 늙어도 큰 일 때는 남치마를 입는다.
과부는 평생 흰 치마를 입었으며 자주색 고름과 깃은 신랑이 있어야 달수 있고 아들이 없으면 끝동을 달수 없다고 한다.
우리한복은 옷감부터가 문양과 원색이 자연 색을 나타내면서도 움직이는 인체를 대상으로 체형에 어울리도록 만들어 지고 있다.
대마직물인 베, 저마 직물인 모시, 면직물인 무명, 견직물인 명주가 있다.
직물가운데 베와 모시는 섬세하고 청아하며 무명은 질박하고 담소하며 명주는 단아하고 온려(溫麗)함으로 우리고유의 전통적인 美의 특성을 나타내며 봄과 가을 여름과 겨울철에 따라 품위와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다.
동정의 희고 깔끔함도 우리조상의 정결한 성품을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깨끼 저고리의 고운 섶선과 아기젖꼭지같이 나온 코의 섬세함은 생활 한복이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함이다.
계절에 맞는 고운 색의 치마저고리를 단정하게 입은 여인네들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며 전통한복을 지켜나가는 어머니들의 지조(志操)인 것이다.
간혹 환갑잔치에서 가족들이 생활한복으로 단체를 이룬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생활한복은 옷감부터가 면이나 혼방으로 색상도 어느 정도 한정되고 모양새도 통일성이 없다. 마치 편하면 그 만이라는 식으로 옷의 모양새가 변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생활의 복잡성과 활동력의 증가에 따라 의복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용도에 따라 구성도 달라져 실용성도 있어야 되겠지만 약간의 직선과 곡선이 기본을 이루는 두루마기의 정갈함이며 여유작작함이란 생활한복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을 만큼 전통한복은 정말 아름다운 옷이다.
우리고유의 색상과 옷감으로 선과 멋을 살리고 단일민족의 청렴결백함을 고수하여 역사의 전통성과 예의적 목적이 갖추어진 우리의 전통한복으로 조상들의 슬기를 본받기 위해서라도 신세대의 가정에서도 한복을 즐겨 입기를 권하고 싶다.
첫댓글 어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어느 한복 전문가가 쓴 것 같은 점문성에 그만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권영섭님,![짱](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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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점하는 친구에게 몇날 듣고 배웠습니다.
신세대들이 즐겨입는 생활한복은 편리함은 있지만 우아한 아름다움은 전통한복에 비할수가 없지요. 운암선생님 덕분에 우리 한복에 대해 많이 배우고 갑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생활한복이라는 거 조금 더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선뜻 손이 가지질않습니다. 고유의상이 제격이지요.
과부는 평생 흰 치마을 입었으며 자주색 고름 깃은 신랑이 있어야 달수 있었다고 한다 아들이 없으면 끝동을 달수 없다고 ..... 어휴 요즘세상에는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멋진 글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한달이 훨씬 넘었군요. 몇날씩이나 연구한 작품이라니 그 열의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