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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집결 : 2020년 1월 19일(일) / 광나루역 2번출구 (10:30)
◈ 참석자 : 16명 <삼모, 정남, 종화, 진오, 경식, 원무, 윤상, 삼환, 용복, 전작, 일정, 문형, 영훈, 양기, 황표, 천옥(뒤풀이 후 참석)>
◈ 산행코스 : 광나루역-광장초등학교-자투리텃밭-생태공원-낙타고개-범굴사옆-아차산2보루-3보루-4보루-<원대복귀>-광나루역-길동역-뒤풀이 장소
◈ 동반시 : "아차산" / 가람 이병기
◈ 뒤풀이 : '가자미·넙치세꼬시'회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완도세꼬시'<강동구 성내동(길동역 1번출구 뒷편), (02) 488-9481>
오늘 산행지는 능선길을 걸으면서 서울시내와 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우리 시산회에서 여러차례 가 본적이 있는 포근한 공원 같은 야트막한 아차산이다. 오늘은 눈이 예보되고 있어 아이젠을 챙기고 따뜻한 보이차도 넉넉히 준비해 시간에 늦지 않도록 여유있게 집을 나섰다.
잰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정차해 있는 전동차에 잽싸게 타서 빈자리에 앉아 속으로 '오늘은 일진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카톡을 눈팅하며 한참을 갔다. 홍 총장님은 산우들에게 '마스크 챙겨라' 문자 도 보내고 원무의 '오늘 하얀눈이 내려 겨울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추임새에도 '오늘 경치는 끝내줄 듯하다.' 하다고 화답하며 마지막 까지 산우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시간상 환승역에 거의 왔다 싶어 확인해 보니 아뿔사 반대 방향으로 엉뚱한 역이 아닌가. 급히 교통편을 다시 확인해 보니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잠실역에서 8호선으로, 천호역에서 5호선으로 3번이나 환승해야 한다. 도착은 10시 50분 예정, 20여 분이 지각이다. 평소 타던 반대방향으로 전철을 탔어야 했는데, 세월 탓인지 생각과 달리 몸은 습관적으로 늘 타던 방향으로 타버렸다.
홍 총장님은 오늘 산행에 참석한 명단을 '오늘의 멋쟁이'이란 이름으로 카톡에 올려 놓는다. 불참한 산우는 안멋쟁이...ㅎㅎ 멋쟁이 총장님이다. 광나루역에 도착하여 급히 밖으로 나가니 홍 총장님과 날씨예보가 안좋아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지각한 6명의 산우들이 기다리고 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마자 홍 총장님이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나에게 오늘의 기자를 맡아 달라고 한다. 오늘의 기자로 지명된 산우가 사정이 있어 불참했다는 설명과 함께 족저근막염으로 뒤풀이에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간식거리를 한봉지 건네 준다. 누구의 명이라고 거역 하겠는가. 지각해서 기자선생이 되다니 오늘은 운수가 묘한 날이다.
선두를 따라가기 위해 다들 잰 걸음으로 이동한다. 광장중학교와 초등학교 옆의 오솔 길과 자투리 텃밭을 지나 늘 파룬궁 수행자들이 있는 정자 옆 공터까지 한 달음에 도착했다. 정남이가 정자 지붕을 뭣으로 만들었는지 묻는다. 나는 지금까지 짚으로 엮은 지 알았는데, 플라스틱이란다. 가짜가 많은 세상이라 지붕도 모조품이란 걸 이제야 알았다.
아차산 둘레길 정문 옆 안내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두와 함께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산행 시작이다. 지금까지 시산회에서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문형이가 오늘은 편한 길로 가자고 하며 앞으로는 높은 산, 힘든 산은 가지 말자고 한다. 한해 한해 체력이 달라지는지 다들 이의가 없는 듯 토를 다는 산우가 없다.
통상 역수터를 지나 좌측 암반을 타고 팔각정으로 가는 약간 힘든 코스를 피해서 오늘은 선두가 낙타고개 방향의 완만한 계단길로 올라 간다. 낙타고개 밑 오르막 계단길 옆에 있는 벤치에서 삼환이가 가져 온 죽순즙과 각자 준비해 온 간식으로 간단히 에너지를 보충하며 잠깐 휴식이다.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이다.
낙타고개에서 좌측 방향의 팔각정 위 능선을 따라 4보루와 범굴사로 가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범굴사 방향 평탄한 길로 다시 전진이다. 가는 길에 멀리 한강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안개 낀 한강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소그룹별로 12시경 범굴사 밑 체육도장에 도착하여 2보루 방향 암반길로 올라가 6보루 쪽으로 계속 전진이다.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한다. 4보루 방향으로 가면서 13명의 대오가 흐트러져 서로 보이질 않는다. 회장님과 총장님이 불참하니 향도 기러기가 없어 방향을 잃은 기러기떼 같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리더가 중요하듯이 회장님과 총장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다. 4보루를 향하여 계속 전진, 강한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앞을 가린다. 거세진 눈보라에 결국 4보루 직전에서 회군이다. 강한 바람을 피하기 위해 한강쪽 능선길로 빠른 하산을 시작 하였다.
마지막으로 '+1' 신고하고, '멋쟁이' 대열에 합류한 경식이가 올라 오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안나푸르나와 흥남부두의 눈보라가 못지않는 눈보라 때문인지 경식이와 종화가 등을 맞대고 휴대폰으로 서로 애절히 찾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13시 30분경, 6보루 부근에서 다시 모인 14명이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길동역 완도세꼬시로 가기 위해 광나루역으로 모처럼 한 무리가 되어 하산 하였다. 아차산에 오면 자주 그랬듯이 뒤풀이 장소는 영훈이 단골집인 '완도세꼬시' 식당이다. 광나루역에 도착,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제야 따뜻한 보이차로 산우들과 한 잔씩 마신다. 배낭이 가벼워 졌다.
14시 15경, 가자미에 넙치세꼬시, 토하젖에 생굴에 맛난 밑반찬, 소주에, 맥주에, 막걸리로 미리 한 상 차려 놓은 '완도세꼬시' 식당에 도착하였다. 홍 총장님이 오늘의 산행시를 낭송하고 식사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오늘의 산행시는 학창시절에 배웠었던 시조로 홍 총장님이 추천한 아차산 분위기를 잘 표현한 가람 이병기 시인의 시조 '아차산'이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을 했다.
"아차산"/ 가람 이병기
고개 고개 넘어 호젓은 하다마는,
풀섶 바위 서리 빨간 딸기 패랭이꽃,
가다가 다가도 보며 휘휘한 줄 모르겠다.
묵은 기와쪽이 발끝에 부딪히고,
성을 고인 돌은 검은 버섯 돋아나고,
성긋이 벌어진 틈엔 다람쥐나 넘나든다.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 이 없고,
벌건 뫼 검은 바위 파란 물 하얀 모래,
맑고도 고운 그 모양이 눈에 모여 어린다.
시를 낭송후 시장이 반찬이라고 날씨 탓에 산에서 요기를 못해서 인지, 서로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맛있게 상을 비웠다. 친절한 음식점 사장님 내외와 아주머니가 수시로 빈접시를 채워 놓는다. 영훈이 덕분에 다들 포식을 했다.
식사를 하고 홍 총장님의 사회로 금년 산행계획을 4월 11일 벚꽃개화, 5월 9일 철쭉개화 등으로 일부 조정하기로 하였으며, 향후 향도기러기 교훈을 삼아 기자가 산악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하였다.
4시경, 오늘 단체사진을 식당 앞에서 15명이 막 찍으려고 하고 있는데, 천옥이가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의 행사 관계로 마지막 멋쟁이 대열에 합류하여 멋쟁이들 16명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해산 하였다.
개미실험으로 밝혀진 '2080 파레토법칙'이 우리 시산회 운영에는 적용이 않되기를 바라고, 시절 인연으로 맺어진 산우들 모두 여생을 동행하면서, 무병장수 행복하기를 기원하였다. 올해도 산우여! 화이팅 하세나...
2020년 1월 19일 전작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