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스무 닷새 날
해피버스 데이
부산 사는 할매가 코로나 19 땜에 꼼짝 못하고 방콕하는데 심심했다
그래서 아는 할매한테 전화를 했는데 다섯살 손자가 받는다
‘ 느그 할매 무하노?’
‘우리 할매 디비 잔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한참 지났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또 손자가 받는다
‘느그 할매 아직도 자나?’
‘퍼졌다’
‘깨워봐라’
‘지랄 할낀데’
‘마 그래도 깨워 봐라’
했더니 잠 깬 할매 버럭 소리를 지른다
‘봐라, 우리 할매 지랄
용천 안하나?’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이 나이에 뭐가 무섭노, 걍 나서는 기지, 하며 집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에서
할매는 서양 아저씨와 나란히 부산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안 와서 지루했다
그러다가
‘왔데이!’
할머니 말을 들은 서양 젊은이 왈
‘먼데이!’
할매는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버스 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가 아니고 완행 버스 데이’
할매는 버스를 탔다
외국 남자가 할매 보고
‘씨잇 다운 써’
라고 했다
‘무시라고? 씨~?’
‘야! 이눔아 내보고 씨발
할라고 했제~ ?
그렇게 싸움이 시작 되려는 데
어느 대학생이 나서서 말렸다
#~%@?♡
#$%^&*@
‘오케이~ 아임 쏘리’
‘할매요 그게 아니고 앉으시라는 영어입니더’
그케 되어서 할매는 앉았고
버스는 달렸다
할매가 버스기사에게 자꾸 묻는다
‘기사 양반 시청 아직 멀었는교?’
귀찮은 기사 양반
‘할매요, 제가 시청 도착하면
깨워 드릴테니 한숨 주무시소 마’
할매는 잠이 들었다
근데 이 기사 분 그만 깜박하고 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아뿔싸
그래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시청으로 되돌아 가서 할매를 깨웠다
눈을 뜬 할매
‘에기가 시청 인교?’
그람 이제 두 정거장만 더 감 된다
기사 뒤집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할매 버스에서 내렸다
목이 말랐다
자동판매기가 보였다
저기서 콜라를 판다는 건 알았는데 처음 시도해보는 거다
동전을 꺼내 잘 살펴보니 구멍이 있어 살짝 넣으니 땡그렁 받는다
그리고는
‘보소! 콜라 좀 주이소’
하니 대답이 없다
다시, 또 다시 외치고 두드려 봐도 묵묵 부답
그 광경을 보고있던 옆 할배가 한마디 거든다
‘할멈 거 콜라 말고 딴 거 함 달라 해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