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江邊에서 피 묻은 傳說의 가슴을 씻는 내 가난한 母國語 꽃은 밤을 밝히는 紙燈처럼 어두운 山河에 피고 있지만 이카로스의 날개 치는 눈 먼 祖國의 새여 너의 울고 돌아가는 神話의 길목에 핏금 진 壁은 서고 먼 山頂의 바람기에 묻어서 늙은 사공의 노을이 흐른다.
이름하여 사랑이더라도 결코 나뉘일 수 없는 가슴에 무어라 피 묻은 傳說을 새겨두고 밤이면 문풍지처럼 우는 것일까
차고 슬픈 自由의 저녁에 나는 달빛 木琴을 탄다 어느 날인가, 강가에서 戀歌의 꽃잎을 따서 띄워 보내고 바위처럼 캄캄히 돌아선 시간 그 美學의 물결 위에 永遠처럼 오랜 조국을 彈奏한다.
노래여 바람 부는 世界의 內岸에서 눈물이 마른 나의 노래여 너는 알리라 저 彼岸의 기슭으로 배를 저어간 늙은 사공의 안부를
그 사공이 심은 碑銘의 나무와 거기 매어둔 피 묻은 傳說을 그리고 노래여 흘러가는 강물의 어느 流域에서 풀리는 조국의 슬픔을 어둠이 내리는 저녁에 내가 띄우는 배의 의미를 노래여, 슬프도록 알리라
밤을 對岸하여 날고 있는 候鳥 고요가 떠밀리는 野營의 기슭에 兵丁의 偏愛는 잠이 든다.
그 때, 풀꽃들의 逸話 위에 떨어지는 푸른 별의 思辨 찢긴 날개로 피 흐르며 歸巢하는 候鳥의 가슴에 鄕愁는 彈痕처럼 박혀든다.
아, 오늘도 돌아누운 山河의 외로운 哨兵이여 시방 안개와 어둠의 벌판을 지나 늙은 사공의 등불은 어디쯤 세계의 窓을 밝히는가.
목마른 나무의 音聲처럼 바람에 울고 있는 노래는 강물 풀리는 저 對岸의 기슭에서 떠나간 時間의 꽃으로 피는구나
—1964년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 문학부문 특상 수상.
密林의 이야기 / 趙商箕
어두운 江邊에서 피 묻은 손을 씻고 돌아와 내 가난한 祖國의 꿈을 밝힐 때, 밤은 고요의 對岸에 서서 돌아누운 山河를 이야기한다.
밀물에 쓸려온 궂은 날의 傳說도 눈을 감는 지금은, 귀먹은 땅의 잠든 山河여,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의 생채기 지는 아픔을 알리라.
잊어버린 노래가 남아 메아리로 살아서 돌아오는 골짜기 날으는 비둘기떼 나래를 치고, 다시 개어오는 하늘 밖 차고 슬픈 非情의 거리에 달빛만큼 시린 사랑을 알게 한다.
목숨 있는 나무 밑에서 기찬 사랑을 이야기해도 어쩌면 하나일 수 없는 우리들, 壁으로 마주서는 自由의 깃발 아래 무어라 微笑로 접은 約束을 놓고 밤이면 쭉지 부러진 비둘기같이 우는 것일까.
때때로 火藥냄새 휘두르는 戰火의 밤은 길고 所望으로 바래운 내 10月의 기다리다 돌아선 캄캄한 둘러리 그리운 이야기는 눈을 감는다.
어느 날인가, 흐르는 江물의 流域에 서서 꽃잎으로 띄워 보낸 나의 戀歌여. 너는 알리라. 씨 뿌리던 긴 이랑의 사이 往來하던 鄕愁를, 그리고 그때, 내 한 뜻 이름 있는 祖上의 피로 새겨 놓은 碑銘의 意味를 너는 알리라.
어제와 오늘을 思廬 깊은 수풀이 이야기해도 地軸 휘어나간 東極의 밤은 어디쯤 밝아오는 世界의 찬란한 새 아침을 기다리는가.
바람 부는 內岸에 서서 마지막 벗의 遺言을 記憶하면 눈시울에 어리는 故鄕의 어머니. 새 수풀과 꽃과 傳說의 출렁거리는 슬픈 自由가 살아 있는 理由를 알게 한다.
皮膚가 검은 異國兵士는 그리운 戀人에게 편지를 쓰고 밤은 그들끼리만의 사랑으로 열린 외따른 길이었다. 목숨은 가늠자와 방아쇠울에 걸어도 밤은 그들끼리만의 꿈으로 열린 외따른 길이었다.
머언 山頂의 바람기에 얼어서 온종일 찌들은 나의 靈魂은 流血로 번지는 노을밭에 엎드려 시방, 안개와 어둠의 벌판을 지나 돌아오는 鐘소리를 듣고 있었다.
저기, 彼岸의 밖으로 悔恨의 눈물과 所望의 세월이 피 묻은 傳說을 이야기하고 차라리 피울음으로도 달래지 못할 죽음보다도 오히려 永遠한 나의 祖國.
아직도 귀먹은 땅의 잠든 山河여. 太陽도 外面한 斜地에 얼마만한 功利가 死線을 지나 꽃으로 서는 걸까.
어두운 江邊에서 피 묻은 손을 씻고 돌아와 내 가난한 祖國의 꿈을 밝힐 때, 밤은 고요의 對岸에 서서 돌아누운 山河를 이야기한다.
—1966년 中央日報 신춘문예 당선작
…신춘문예의 열기가 최고조로 치솟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표절 시비는 거침없이 표면화됐다. 1966년에는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한 두 편의 작품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중앙일보>의 시 당선작인 조상기(趙商箕)의 「밀림의 이야기」와 <한국일보>의 동시 당선작인 김아무개의 「할머니 주머니」였다. 「밀림의 이야기」는 당선자인 조상기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동기생인 이근배(李根培)의 시 「노래여 노래여」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 「할머니 주머니」는 그보다 3년 앞선 1963년 무학여중·고의 교지에 실린 「다홍 주머니」를 그대로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밀림의 이야기」는 당사자인 이근배의 문제 제기로, 「할머니 주머니」는 「다홍 주머니」를 읽은 독자의 제보로 표면화됐다.
당시 <주간한국>은 「밀림의 이야기」와 「노래여 노래여」의 전문을 게재하는 한편 조상기·이근배 두 당사자와 서정주(徐廷柱)·박목월(朴木月)·조병화(趙炳華) 등 세 심사위원의 의견을 곁들여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겼다. 당사자들은 물론 ‘표절이다’ ‘아니다’로 팽팽하게 맞섰고,심사위원들은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결국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할머니 주머니」의 경우는 다른 작품을 옮겨 쓴 것이 너무나 분명해 당선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이 작품은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한 어린이가 무학여중·고 교지에 실린 「다홍 주머니」를 그대로 베껴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는데 담임교사이던 김아무개가 이것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해 당선했으니 2중 표절이었던 셈이다.
누이야 가을山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江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盞은 마시고 한 盞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 물 속에 비쳐옴을
—1975년 《문학사상》신인발굴 당선작
풀잎에 누워
林世漢
햇살이여 연초록 잎새에 누운 내 벌거벗은 목숨을 오래 오래 눈여겨보는가.
맑고 찬 알몸 오히려 부셔 눈물 나고 알몸 한 오라기 가닥가닥 벗기면 풀빛 고운 하늘이 숨 쉬던 것을, 그 하늘의 갈피마다 일어서던 바람들 햇살로 살아서 통겨오르던 것을, 더러는 바람 속에 불려가 呻吟하나 흘림이 없이 죽어가던 것을 그래도 꽃 그리매 한결 곱게 연지 곤지 찍어 가꾸던 것을.
햇살이여, 지금도 눈여겨보는가 연초록 잎새에 몸져눕던 그 맑고 찬 알몸들을 퉁퉁 불은 바람들이 뚝딱뚝딱 가슴에 못을 치며 가는 걸 벗기면 벗길수록 더욱 무거운 내 알몸 비어가는 것은 더욱 차고 출렁거리고 이윽고 잎새마다 살아서 빛을 퉁기는 물방울로 아아, 탄생하는 것을.
햇살이여, 아는가 연초록 잎새마다 몸져눕던 알몸 가닥가닥 그 한 오라기까지 지금 그대 눈 그리매에 살아있음을.
—1976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송수권의 「山門에 기대어」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당선 취소됨.
심사 : 박두진, 조병화 -------------
* 이후 林世漢은 임동윤이란 필명을 사용하여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안개의 도시」가 당선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