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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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문학 교과서에는 다 실려 있는 시.
이 시는 오렌지라는 사물을 통해 존재의 본질 인식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와 본질적 의미로서의 오렌지를 대립적으로 제시하여, 사물의 본질에 가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한편 한 가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시에서 화자는 마음만 먹으면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 있고, 찹잘한 속살을 깔 수도 있다. 이는 ‘오렌지’에 대한 어떤 욕망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 오렌지에 손을 대는 순간 오렌지는 오렌지로서의 본질을 잃게 된다. 여기에서 오렌지는 이 세상의 사물을 대표하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누구나 벗길 수 있는 것처럼 일상적인 의미로서의 사물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마땅히 그런 오렌지(본질이 아닌 일상적 의미로서의 사물)만이 문제가 되지만, 시인은 4연에 가서 ‘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라고 하여 사물의 진정한 의미, 즉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연에서는 누구인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가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일상적 의미(외면적)의 오렌지-파악하기 쉬움
본질적 의미(내면적)의 오렌지 - 파악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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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 존재의 본질
아무도 존재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사물의 본질은 가공하거나 꾸밀 수 없는 것이라 본질 파악이 불가능하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오렌지는 본질적 존재 그 자체임)
(관념적 대상의 사물(내면적 측면) / 오렌지의 참모습)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오렌지 본래의 모습)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오렌지는 인식의 대상인 동시에 화자를 의식하는 주체임.'나'와 오렌지는 대등한 존재임)
(화자가 오렌지의 본질을 인식하려 할 때, 인식의 대상인 오렌지가 인식의 주체로 나를 보는 것.'나'와 '오렌지'가 서로 대등한 관계.내가 대상에게 존재 의미 부여, 나도 대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
*1연- 단순한 사물 그대로의 오렌지
마음만 낸다면 나도
(사물의 외면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껍질-오렌지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허상(외연)
(외면적, 현상적 측면)
마땅히 그런 오렌지
(그런 오렌지-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 일상에서는 존재의 본질은 외면한 채 일상적 대상으로서의 오렌지만이 문제가 됨)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려고 함
⁃ 2연: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 (외면적 측면)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외면에 접근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음
⁃ 하지만 외면에만 접근한다면 본질을 볼 수 없음
⁃속살 : 존재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허상
마땅히 그런 오렌지
(⁃그런 오렌지: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 (운율 형성,의미 강조)
*3연: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 (외면적 측면)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 :본질적인 존재)
대는 순간
(⁃오렌지를 정의하기 시작하는 순간, 오렌지의 본질은 왜곡될 위험이 있음)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본질이 변질됨)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오렌지와 화자는 대등한 관계에 있음
-본질 인식은 사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임)
(정의를 내리는 순간 이미 오렌지는 그 정의와 무관한 성질을 가진 본질적 존재로 되돌아가 나와 대면하게 됨)
⁃4연:본질적 의미로서의 오렌지 (내면적 측면)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본질 파악이 불가능할 것을 생각하며 절망함
-즉, 사물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없고 그렇다면 나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임
- '위험한 상태'가 됨)
(사물의 본질 파악이 불가능함을 알고 불안정한 상황 / 미지의 어둠)
★김춘수<꽃을 위한 서시>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과 '위험한 상태'는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무지의 상태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와 화자는 대등한 관계에 있음)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 ⁃서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절망 중에 오랜 시간 긴장감이 지속됨.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시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5연 :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고민 (내면적 측면)
그러나 다음 순간
( ⁃시상 전환)
(절망의 어느 순간에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듦)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 껍질 : 존재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허상)
(외면적 측면)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 ⁃구체적인 모습 없이 막연하지만 존재의 본질을 파악 하는데 도움이 될 존재
⁃존재의 본질 파악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함)
(어렴풋이 보이는 오렌지의 본질 - 본질 인식의 가능성이 보임.누군지는 모르지만 존재의 본질의 해답을 줄 것 같은 막연한 존재라서 그림자로 표현)
누구인지 잘은 몰라도.
(⁃완결되지 않은 문장으로 시상을 마무리함
⁃절대적 존재(신)에 대한 가능성)
*6연:본질적 의미 탐구의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