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수행품 23장】 현실의 산 경전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들 가운데 누가 능히 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경전을 발견하였는가. 세상 사람들은 사서 삼경(四書三經)이나 팔만 장경이나 기타 교회의 서적들만이 경전인 줄로 알고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은 알지 못하나니 어찌 답답한 일이 아니리요. 사람이 만일 참된 정신을 가지고 본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도 경전 아님이 없나니, 눈을 뜨면 곧 경전을 볼 것이요, 귀를 기울이면 곧 경전을 들을 것이요, 말을 하면 곧 경전을 읽을 것이요, 동하면 곧 경전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조금도 끊임 없이 경전이 전개되나니라. 무릇, 경전이라 하는 것은 일과 이치의 두 가지를 밝혀 놓은 것이니, 일에는 시비 이해를 분석하고 이치에는 대소 유무를 밝히어, 우리 인생으로 하여금 방향을 정하고 인도를 밟도록 인도하는 것이라, 유교· 불교의 모든 경전과 다른 교회의 모든 글들을 통하여 본다 하여도 다 여기에 벗어남이 없으리라. 그러나, 일과 이치가 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곧 일과 이치 그것이니 우리 인생은 일과 이치 가운데에 나서 일과 이치 가운데에 살다가 일과 이치 가운데에 죽고 다시 일과 이치 가운데에 나는 것이므로 일과 이치는 인생이 여의지 못할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며 세상은 일과 이치를 그대로 펴 놓은 경전이라, 우리는 이 경전 가운데 시비 선악의 많은 일들을 잘 보아서 옳고 이로운 일을 취하여 행하고 그르고 해 될 일은 놓으며, 또는 대소 유무의 모든 이치를 잘 보아서 그 근본에 깨침이 있어야 할 것이니, 그런다면 이것이 산 경전이 아니고 무엇이리요. 그러므로, 나는 그대들에게 많고 번거한 모든 경전을 읽기 전에 먼저 이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을 잘 읽도록 부탁하노라.]
핵심주제
【류성태】 현실의 산 경전
【한종만】 세상 모든 것이 경전
【신도형】 산 경전을 읽으라
대의 강령
사람들은 사서삼경이나 팔만장경이나 교회 서적들만이 경전일 줄로 알고 현실의 산 경전은 모른다.
1) 이 세상 모든 것이 경전 아님이 없나니, 동정 작용과 육근동작 하나하나 현실의 경전이다.
2) 세상 전체가 일과 이치대로 움직이며, 인생은 이 일과 이치 가운데에 생로병사를 하니 이것이 산 경전이다.
3) 산 경전 가운데 시비선악과 대소유무의 이치를 보아 깨침이 있어야 하니, 번거한 경전을 읽기 전에 현실 경전을 큰 경전으로 보라.
용어 정의
사서 삼경(四書三經) 유교의 기본경전. 사서는 대학(大學)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ㆍ중용(中庸)을 말하며, 삼경은 시경(詩經)ㆍ서경(書經)ㆍ주역(周易)을 가리킴.
팔만 장경(八萬藏經) 불교경전을 통틀어 이르는 말.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을 팔만사천법문이라는데 연유하여 부르는 말. 장경은 석가모니의 설법인 교설(經)과 교단을 통치하는 계율(律), 그리고 교설ㆍ계율의 해설(論)을 망라하며, 경ㆍ율ㆍ론 삼장(經律論三藏). 이는 불교의 신앙대상인 불ㆍ법ㆍ승 삼보(佛法僧三寶)의 법보에 해당.
산 경전 살아 있는 현실의 큰 경전. 지묵으로 된 경전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는 삼라만상이 법신불의 화현 곧 처처불의 모습을 말함. (류성태)
주석 주해
【류성태】 지행합일이란 말이 있다. 경전 속에 아무리 좋은 내용의 법문이 있다고 해도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면 그 경전은 쓸모없게 된다. 또 현실의 삶을 산 경전으로 볼 수 있는 지혜의 안목도 필요하다. 인간의 시비이해라든가 일의 대소유무 등을 현실에서 발견, 연마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산 경전이란 그저 지묵으로 문자화된 경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자연과 인간 삶의 현장에서 법신 그대로 화현된 큰 경전으로 다가서는 것을 말한다.
【박길진】 글이란 마음의 자취이다. 이 마음의 자취인 글에 얽매이지 말고 그 진의를 파악해야 하며, 진리에 의해 쓰여진 산 경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 우리도 교전만 가져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어떻게 얼마만큼 실천하느냐가 문제이다.
【한종만】 천지만물이나 세상 모든 일을 뜻있게 보면 모두가 경전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사소한 일이라도 마음 공부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경전이 된다. 눈을 뜨면 경전을 본다는 것은 산하대지를 법신불로 보라는 것이다. … 소동파는 “푸른 산이 법신불의 모습이라” 하였다.
【신도형】 산 경전을 읽으라(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산 경전을 발견하라)
1) 천지는 법이요, 세상은 산 경전이다. 천지팔도가 곧 법이요, 세상전체가 곧 일과 이치이다.
2) 아유일권경 불인지묵성 전개무일자 상방대광명(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 나에게 경전 한 권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쓴 게 아니네. 펼치면 한 글자도 없지만, 언제나 온 누리를 훤히 밝히네(서산대사 운수단가사(雲水壇歌詞)).
3) 크고 철저한 원력으로 참된 정신과 간절한 마음으로 생각있게 보고, 생각있게 듣고, 생각있게 동하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산 경전을 읽을 수 있다.
4) 시비선악의 많은 일을 잘 보아서 옳고 이로운 일은 취하여 행하고, 그르고 해될 일은 놓으며, 대소유무의 모든 이치를 잘 보아서 그 근본에 깨침이 있어야 한다.
관련 법문
【대종경 인도품 27장】 대종사 산업부에 가시니 목장의 돼지가 퍽 야위었는지라 그 연유를 물으시매, 이 동안(李東安)이 사뢰기를 [금년 장마에 약간의 상한 보리를 사료로 주는 동안에는 살이 날마다 불어 오르더니, 얼마 전부터 다시 겨를 주기 시작 하였삽더니 그 동안 습관들인 구미를 졸지에 고치지 못하여 잘 먹지 아니하고 저 모양으로 점점 야위어 가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곧 산 경전이로다. 잘 살던 사람이 졸지에 가난해져서 받는 고통이나, 권세 잡았던 사람이 졸지에 위를 잃고 받는 고통이 이와 다를 것이 없으리라. 그러므로, 예로부터 성현들은 모두 이 인간 부귀를 심상시하여 부귀가 온다고 그다지 기뻐하지도 아니하고 부귀가 간다고 그다지 근심하지도 아니하였나니, (중략)]
【정산종사법어 제2부 법어 제9 무본편 51장】 새해에 독경 해액(讀經解厄)이라는 제목으로 말씀하시기를 [이 나라의 재래 습관에 새 해가 되면 모든 가정에서 승려나 장님을 청하여 독경으로 해액을 축원하는 행사가 있으나, 그에 따라 액이 풀리고 복이 오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며, 모든 경을 읽는 이가 다만 입으로만 읽고 그 경의 본의를 알지 못하면 모든 행사가 일종의 미신에 흐르고 말게 되나니, 우리는 새해 벽두에 다른 이를 시켜서 하룻밤 읽고 마는 경이 아니라 각자 각자가 매일 읽는 경으로 액을 풀며, 소리를 내어 읽는 경만이 아니라 묵묵한 가운데 마음으로 읽는 경으로 액을 풀며, 시간을 잡아 책상에서만 읽는 경이 아니라 동정간 모든 경계에 염두에서 항상 읽는 경으로 액을 풀기로 하고, 우리의 경전들을 숙독 실행하는 동시에 현실 세상에 나타나 있는 실지의 경전들을 잘 읽고 활용한다면 자신의 모든 재액을 능히 보낼 수 있으며, 가정 사회 국가의 행복을 오게 할 수 있으리라.]
【한울안 한이치에 제1편 법문과 일화 10. 자비행 14절】 영산 선원에서 선원들을 가르치실 때 어려운 말을 쓰지 않으시고 쉬운 말을 쓰시며, 세상 경전의 문장을 인거하지 않으시고 직접 마음을 사용하는데 부합시켜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앞으로는 진리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법도 간결하게 가르쳐야 하며 삼학 공부 잘하면 성불할 수 있으므로 달리 천만 경전이 필요없다."
위 내용은 【류성태(2008), 대종경 풀이 上, 244~246】,【신도형(1974), 교전공부, 587】,【원불교 대사전】,【원불교 용어사전】,【원불교 경전법문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