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김병현이 8일 피츠버그전에서 9회초 2사후 3타자 연속 삼진의 마지막 제물인 포키 리즈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공을 던진 뒤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특유의 마무리 동작을 취하고 있따.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AP연합]
〈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박진형 특파원〉 'K, K, K'
말 그대로 '언히터블', 도무지 공을 맞히질 못했다. 애리조나 김병현(23)이 2게임 연속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시즌 9세이브째를 따냈다.
김병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에서 벌어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7-6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3타자를 차례차례 삼진으로 셧아웃시키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지난 5일 몬트리올전 연장 10회초 6번 마이클 바렛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후 3게임에 걸쳐 8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
이는 애리조나 팀 역사상 4번째 연속타자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 그 가운데 3번은 김병현(2000년 2차례 포함), 1번은 매트 맨타이가 각각 기록했다.
애리조나는 6-6으로 맞선 8회말 1사 1,2루에서 2번 대니 바티스타의 1타점 좌전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자 9회초 곧바로 김병현을 불렀다. 선두 9번 크레이그 윌슨은 볼카운트 2-2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시속 130㎞짜리 업슛에 헛스윙 삼진.
왼손타자인 1번 아드리안 브라운은 볼카운트 2-1에서 시속 150㎞짜리 바깥쪽 직구를 뻔히 쳐다보다 덕아웃으로 들어갔고, 2번 포키 리스는 풀카운트에서 역시 똑같은 시속 150㎞짜리 직구에 바람을 갈랐다.
김병현은 이날 삼진 3개를 추가, 탈삼진 33개로 9이닝당 탈삼진(16.5개)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지켰다. 18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는 12개.
방어율 역시 0.53에서 0.50으로 더 낮아져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가운데 선두. 15게임 연속 탈삼진과 지난달 29일 플로리다전 이후 7게임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개인 통산 43세이브로 팀 최다세이브(44세이브ㆍ그렉 올슨) 경신에도 불과 2개를 남겼다.
한편 애리조나의 봅 브렌리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김병현의 올스타 선발 가능성에 대해 처음 공식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사령탑으로 올스타 투수 선발의 전권을 쥐고 있는 브렌리 감독은 "만일 내일 당장 올스타전이 벌어진다면 무조건(absolutely) BK를 뽑겠다"고 말해 김병현의 선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jinp@〉
김병현 인터뷰
"8연속 탈삼진 의식 않고 던졌다"
놀라운 페이스 나도 두려울 정도
올스타 선정 잣대 방어율엔 신경
9회초 김병현이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오자 모든 관중이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김병현은 홈팬들의 `박수값'을 너무나 후하게 셈해서 돌려줬다. 3타자 연속 삼진 아웃. 마무리투수로서 더이상 바랄게 없는 투구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이후 처음 무더기로 들이닥친 TV 카메라가 김병현의 최고 전성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데뷔후 최고의 페이스인데.
▶사실 나 자신도 두려울 만큼 너무 잘 나간다. 차라리 한번 깨지고 나서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8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다음 경기에서 첫 타자를 만났을 때 결코 기록 경신을 의식하지 않겠다. 오늘 마지막 타자 포키 리스에게만은 삼진을 의식하고 던졌다. 풀카운트에서 만일 리스를 4구로 내보내면 3번 브라이언 자일스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삼진으로 잡겠다고 생각했다.
-방어율, 9이닝당 탈삼진 등 각종 기록에서 선두다.
▶여러번 말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역시 방어율이다. 방어율이 좋아야 올스타 선발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박진형 특파원 jinp@〉
이모저모
○…김병현은 "어제(7일) 아버지(김연수씨)가 전화를 걸어와 `요즘 너무 자주 등판하는데 몸은 괜찮냐'고 물으셨다"며 "막상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 참 난감하다"며 최근 주위의 시선이 너무 몰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표정.
병현 "구단주 인상 무서워"
○…제리 콜란젤로 애리조나 구단주가 8일 경기후 클럽하우스에 들러 김병현에게 악수를 청하며 "BK, Good job!(잘했어)"이라고 격려. "고맙다"고 답례한 김병현은 콜란젤로 구단주가 가고 나자 "저 할아버지는 언제 봐도 인상이 너무 무섭다"고 한마디.
○…8일 경기후 외신기자들의 TV 카메라와 마이크가 김병현에게 무더기로 몰려 눈길. 대부분 당일의 수훈선수 1명에게 인터뷰를 청하는 것이 관례인 TV 기자들은 김병현에게 "체인지업이 왼손타자에게 잘 통한다고 생각하느냐", "8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느낌은 어떠냐"는 등 갖가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컨디션 상승 충분한 잠 덕"
○…김병현은 최근 컨디션이 상승세인 또 하나의 이유로 충분한 수면을 들었다. 김병현은 "요즘은 평균 12시간반 정도 잠을 잔다"며 "자지 않으면 야구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라고 소개.
브렌리 감독 투구 극찬
○…애리조나의 봅 브렌리 감독이 8일 경기후 김병현의 투구에 대해 또 한번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브렌리 감독은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업슛 등 모든 변화구가 완벽하게 제구되고 있다. 요즘은 나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BK의 피칭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