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말그대로 휴가의 성격을 띄기로 정하고, 좀 편하게 다니면서 스페인 카탈로니아의 현지인들과 그들의 음식문화, 생활상들을 보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2001년 6월 30일
드디어 떠난다. 지긋지긋한 맨체스터의 회색하늘과 찌적찌적 내리는 비
를 뒤로하고.
정오에 떠나는 IBERIA 항공(175파운드 왕복) 으로 1시간 40분만에
BARCELONA 공항에 도착했다. 햇볕이 너무 기분 좋을 만큼 강하게 내
리쬐고, 그 열기는 '바로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이구나!'싶다.
한국 있을땐 내려쬐는 햇볕을 진저리치게 싫어했지만, 1년6개월간의 영
국생활은 이 햇볕이 얼마나 감사한지 하늘에 늘 감사하게 된다.
맨체스터 영어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공항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
번 여행도 사실은 그친구 때문에 결정한 거였다. 난 4년전 유럽 배낭여
행때 바르셀로나에 와봐서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남자친구 피터는
스페인에 오래전 부터 가보고 싶어했다.
친구차로 그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공항서 시내로, 그리고 시내서 그친
구네집인 Premia de Mar 로 향하는 도로가 우리나라 시외 외곽도로처
럼 잘 연결되어 있다.
친구네 집은 우리나라 평창동 처럼 부자들이 사는 동네인 것 같다. 바
다를 바라보고 있는 언덕에 모든 집들이 잘 가꾼 정원과 수영장, 비싼
차들...
우리는 그저 운이 좋은것 같다. 이친구네서 3일정도 꽁짜로 묵을테니.
집에는 한달전 결혼한 친구의 오빠부부와 10명쯤 되는 친구들이 함께
바베큐로 파티중이다. 모두 비키니에, 수영팬티만 걸친채 와인과 뮤
직... 너무 평화로와 보인다.
이곳에선 토요일 저녁엔 모두들 파티를 즐긴다. 10시에 저녁을 먹고
12시나 1시에 모두들 디스코나 바에가서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면서 보통
들 아침 6시정도에 집에 간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토요일이어서 우리도 파티에 가기로 했지만 저녁먹
구 나서 내가 오바이트를 계속 하는 바람에 (술때문이 아님) 우린 그
냥 집으로 가고 Olga(친구이름) 하고 Pere(Olga남자친구)만 1시쯤
에 파티하러 나갔다.
저녁으로 Paella를 먹었는데 해산물과 밥을 조금 볶은 후 스팀으로 익
힌 거다. 비치에 있는 Pere친구네 식당이었는데, 그 해변에서 낚시하
는 사람들이 바로 잡아서 조금씩 그 식당에 판단다. 물론 신선하고 질
이 끝내주는 해산물로 저녁을 먹었다.
영국서는 생선이 많이 비싸구 또 신선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우린 별로 먹을 기회가 없다. 물론fish&chips를 가끔 먹긴 하지만 피터(내 남자친구)는 뉴질랜드 출신에 바닷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주 신선하지 않으면 그냥 안먹는다.
저녁과 함께 Canvas(sparkling white wine) 와 baileys(Irish cream whisky)를 함께하고는 해변으로 산책을 갔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냥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었다.
영국이나 서울은 정말이지 너무 바쁘다. 사람들이 여유를 갖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이곳도 바르셀로나(300만명)에서 30분 밖에 안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다른세계다.
아이들도 밤12시까지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이제는 해변
을 뛰어다니며 장난들을 치고 있다. 이게 정말이지 사람사는 곳이구나 싶다. real life...
7월1일 일요일, 여행 둘째날이다.
아침을 빵으로 간단히 먹고는 해변으로 향했다. 아침 11시쯤이었는데
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차있다. 친구네서는 차로 5분거리이지
만 바르셀로나 시내에 사는 사람들도 30분이면 올 수 있는 곳이기에 이
렇게 붐비는 것 같다.그래도 여행객들은 거의 없고 현지인들이 대부분
이서 분위기가 훨씬 낫다. 여행객들은 좀 제멋대로인 경우들이 간혹 있
다.
지중해변답게 푸른 바다가 매혹적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물은
정말이지 너무 깨끗하다. 파도가 거의 없어서 수영장에 온 것 같은 착
각이 들기도 한다.
바르셀로나의 햇볕은 우리나라보다 많이 강한 것 같다. 자외선차단제
를 바른 위에 선탠크림(갈색으로 태우는거)를 발랐더니 2시간여만에 피
부가 벌써 갈색으로 그을러 진다. 서양애들은 동양사람들 피부 무지 부
러워한다. 함께 태워도 피터는 꼭 농부같이 지저분하게 탄다. 아무리
선탠크림 발라줘 봐야 소용이 없다. 그냥 포기하자.
이곳도 탑플리스(Topless)가 너무 자연스럽다.이럴땐 가슴 작은게
좀 부끄럽다. 한국서는 중간은 넘지만 서양애들은 허리 잘록하고 엉덩
이 무지 크고, 가슴도 엄청나다. 여하튼 탑플리스로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주 상쾌하다고나 할까?
하긴 지난겨울 뉴질
랜드에서는(거긴 여름이었고)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피터랑 옷 다 벗
고 수영하는데 그건 정말이지 자연으로 돌아온 것 같은 해방감..., 예
전에 아는 오빠가 사막에서 옷 다 벗고 껑충껑충 뛰어다녔다는데, 그
느낌도 비슷하지 싶다.
점심쯤 Olga네로 돌아왔다. 점심은 피터와 Pere(Olga 남자친구)가
하기로 해서 Olga와 나는 수영장옆에 누워 수다만 떨며 기다렸다.피터
와 피러는 둘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서로 자랑하는 비슷한 스타일이
고, 나랑 Olga는 둘다 요리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남자들
만 부려먹는 스타일이다.
피러가 한 스페인 요리는 홍합과 sardine(정어리)였다. 홍합은 물에
끓인 후 건저내서 소스-양파와 토마토, 마늘 브랜디를 넣고 볶다가 물
을 조금 넣어 절인거-를 끼얹져서 먹는 거 였구, 정어리는 새끼를 사다
가 반을 갈라서(한쪽만) 잘 핀다음 밀가루에 뭍여서 그냥 튀겨 낸거였
다.
피터는 seabass(농어쯤 되지 싶다)로 요리하고 샐러드랑 만들어서 푸
짐하게 먹었다. 올가와 나는 나중에 설겆이 당번!
점심 후에는 올가 친구인 패트릭을 만나러 동네카페로 나갔다. 호주서
3개월 어학연수 했었다는데, 영어를 꽤 잘한다. 그래도 피터키위영어
(뉴질랜드에서 쓰는 영어)는 어려운지 계속 sorry?해가며 계속 다시
물어보는 바람에 내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우리 가기 전부터 오면은 꼭 만나보게 해달라고 했단다. 영어자랑이 많
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페인 젊은 애들이 우리나라랑 다른게 영어하는데 무척이나 용감하
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꽤 잘해도 완벽하게 얘기하지 못하면 다
른 사람들이 흉 볼까봐(정말 흉보기는 한다.)그게 무서워서 시도조차
않하고 그냥 포기해 버린다.
근데 스페인애들은 그런거 없다. 문법?
다필요없다. 어휘? 바디 랭귀지가 있지 않는가 그식이다.
그래서 걔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는 더 빨리 배운다. 물론 말이 영어와 비슷한게 많아서 우리 보다는 더 쉽겠지만 그래도 용감해야 많이 배운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 그런면은 많이 배워야 한다.
저녁엔 10시쯤 컨츄리클럽엘 갔다. 무슨 실내운동장 같은 곳이었는데
아무나 가서 country dance도 배우고 함께 즐길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용감하게 도전 해 봤다. 첨엔 좀 어려웠지만, 까짓것 틀리면 좀 어때, 우스워보이면 어때, 나만 즐기면 그만이지 뭐...
그냥 함께 어울려서 놀았다. 5살짜리 꼬마애들 부터 60먹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다들 어울려서 춤을 춘다.부부끼리,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혹은 아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함께 짝 맞춰서 그냥 막 춘다.
모든 사람들이 부담없이 와서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엔 젊은 사람들만
을 위한 night, 바람난 아줌마들 위한 캬바레 정도 밖에 없는게 정말
이지 너무 아쉽다. 이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다.건
강에도 아주 좋을 것 같다.
즐기면서 하는 운동..헬스클럽보다 훨씬 낫다 나한테는...물론 우리나라 night같은 곳도 많다. 젊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지 않은가...부럽다 다시한번.
12시에 아이들이 있는 관계로 문을 닫는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못내 아쉽다.
2001년 7월2일 월요일
Olga가 일을 해야 하는 관계로 나와 피터는 둘만의 시간을 드디어 갖
게 되었다. 우리 둘다 배낭여행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 하고 싶은대로
만 하고 여행하다가 Olga가 모든 계획을 짜서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데
조금은 갑갑함을 느꼈던 차였다.
아침에 바르셀로나로 출근을 하는 Olga아빠 Thomas를 따라서 지하철
역으로 갔다. 영어는 잘 못하시지만 그래도 늘 웃는 모습으로 이것 저
것 손짓발짓으로 설명해주시려 애쓰시는게 감사하다. 우리가 스페인어
나 카탈로니아(바르셀로나 주변 지역을 카탈로니아라고 부르는데 그사람
들이 쓰느 언어로 프랑스어랑 좀 비슷한 거 같다)를 조금이라도 배워오
지 못한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Thomas 가 Pl. Catalunya역에 내려서 밖에 광장까지 안내해 주시고
는 일하러 가셨다. 여름에는 9시부터 3시까지만 일하시고 오후에는 부
인과 Bridge게임이나 컨츄리 댄스 등으로 시간을 보내신단다. 다시한
번 그들의 여유가 너무 부럽다.
Pl. Catalunya에 광장 지하에 있는 큰 Information Centre에 가
서 2일짜리 Bus tour ticketd(2,800Pts)를 샀다. 하루에는
2,200Pts이지만 이틀동안 좀 여유롭게 보려고 그걸 샀다.
우리가 배낭여행중이었다면 이런 호강은 좀 꺼려졌겠지만 Olga의 추천에 그저 그러마만 하게 되어 그냥 하기로 했다.
이 투어 버스는 런던이나 파리등 유명 관광지에서 볼수 있는것과 같이 시내 26개 관광지에 Bus stop이 있고 아무데서나 내리고 아무데서나 탈 수 있는 티켓이다.
우린 둘다 바르셀로나에 큰 감명은 받지 못했었다 처음엔. 물론 유명 관광지보다는 스페인 사람들을 좀 더 가까이 보는걸 목적으로 삼아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바르셀로나는 그저 여타의 다른 큰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지 정도였다.
그래도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도심의 빌딩들은 정말 경이적이다. 1900
년도 초 정도 였을텐데 그런 빌딩들은 어찌 지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단조로운 일반 빌딩들 속에 가우디의 빌딩들은 그 곡선이 너무나도 아름
답다. 이건 무슨 동화에나 나오는 예쁜 궁전들 같다. 피터나 나나 건축
에는 문외한들이지만 거기서는 입이 절로 벌어졌다.
한바퀴 돌고오니 어느새 5시. Olga와 7시에 만나기로 해서 이제는 Rambla거리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명동처럼 사람많고 가게 많고...
그냥 좀 한산한 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옆에 앉은 사람이
내 얼굴만한 맥주잔을 들고 있다. 한 1500cc되지 않을까 싶다.꼬냑 잔
처럼 밑이 넓고 입구가 작은 둥근 컵이다. 천하의 정은미, 스페인의 삶
과 먹거리를 체험하고자 와 있는데 이걸 놓칠 수는 없다!
한 잔 시켜서 먹는데 Clara라고 하는 걸로 보통 라거에 레몬에이드를 타서 나온다.
첨엔 좀 니글거렸는데 먹다보니 아이리쉬 맥주 Guiness 처럼 입
에 쩍쩍 달라 붙는게 제맛이다.
7시경에 Olga를 만나 버스 터미널에 가니 내일 L'estartit(지중해
변)으로 가는 버스가 어제는 전화상에서 있었다는데 예약하려 오니 오
늘은 없단다. 스페인 식이라나? 여하튼 그냥 내일 기차타고 Girona
로 가서 버스로 가기로 하고는 돌아왔다.
2001년7월3일 여행 네째날.
오늘은 드뎌 짐싸고 Olga네 집을 나왔다. 약간은 해방감이라고나 할
까.다들 편하게 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 하고싶은대로 하는 우리
만의 여행이 더 낫다.
아침에 기차역에 먼저 가서 Girona로 가는 기차표를 예약하고는 일명
가우디 성당(근데 실제로는 성당이 아니라 교회란다)으로 잘 알려진
Sagrada Familia로 갔다.
1882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아직도 건축중이다.가우디는 1926년 트램에 치인 사고로 3일 후에 사망을 했지만 그의 설계대로 건축중이기에 아직도 짓고 있는 중이다.이 건물은 13,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중앙탑은 170미터이며, 나머지17개탑은 100미터가 넘는다.
게다가 가우디는 그의 특징이 직선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가 말하길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했단다)완공하는데 시간이 이리도 길게 걸리는 모양이다.1936년 무정부자들에의해 일부 파괴도 되는 등 갖은 고초를 겪긴 했지만 2020년까지는 완공할 수도 있다고들 한다.(물론 완전 구식의 시간계산 방식이지만)--
부분 발췌:Lonely Planet 스페인편
12시경 Girona행 기차(930Pts)를 타고 두시간 정도 가서 Girona에
내렸더니 우리가 가는 L'estartit로 가는 버스가 4시 15분에 있단
다. 기차역 구경하다가 신기한 가방을 하나 발견했다. 허리에 매는건
데 작은가방이 두개여서 허리 양쪽으로 가방이 2개 있다. 허리에 편안
하게 감싸여서 좀 무거워도 그다지 부담이 없다. 일단 두손과 어깨가
free라서 좋다.
버스타고 지중해변인 L'estartit에 내렸더니 바르셀로나의 잔잔한 바
다와는 달리 파도가 엄청 일고 있다.내일부터 Body Surfing한번 끝내
주게 하겠군!
Olga가 예약한 Bell Aire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마도 우리 바가지
쓰는 거 같다. 8,610Pts(double room)인데 시설이 좀 지저분 하
고, 그저 좋다는건 바다가 반~~쯤 보이는 거다. 뭘 상관하겠나. 사랑
하는 피터랑 아름다운 지중해 해변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는
데...저녁엔 작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여전히 맥주로 하루를 마감한
다.
아참 근데 슈퍼에 갔더니 신기한게 있다. 큰 나무드럼통에 와인이
종류별로 들어있고 팔기도 물병에다가 그냥 판다. 1.5리터에 5천원쯤
되는거 같다. 피터는 많이 봤었다지만 난 처음이라서 무지 신이 났다.
술도 싸지, 글고 엄청 많이씩 팔지! 헤헤 그래서 우리둘이서 그 와인을
(쇼비냥 블롱이었던거 같다) 하루밤에 밤바다 보면서 끝내버렸다.피터&
은미 화이팅!
하루하루 일기쓰듯 써오니깐 좀 재미가 없어지는것 같다.
오늘은 L'estartit에서의 두번째날과 세번째날로 그냥 함께 써보기
로 한다.
그동안 Olga하고 다니면서 그래도 여독이라는게 생겼는지 아침에 10시
까지 자버렸다. 그것도 호텔에서 주는 공짜 아침밥을 안 놓치려고 겨
우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아침이라고는 여전히 빵
조각이다.
대니쉬빵 한조각에 버터, 햄(런천미트라고 이것저것 고기 갈아서 놓은
질 조금 떨어지는거), 차가 다다. 그것도 스페인사람들은 커피-작은
소주잔 같은 거에 진하게 탄 커피를 마신다-를 주로 마시기 때문에 우
리가 차(영국서는 대개 잉글리쉬티로 일반홍차에 우유를 좀 타서마신
다) 를 요구하자 비린내 나는 우유가 함께 나오고 뜨거운 물도 조금 밖
에 안준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울엄마가 늘 말씀하셨었다, 우리 어릴때부터 들
어서인지 그냥 그려려니한다.
점심쯤에 바다에 나가서 600Pts주고 파라솔을 빌려 자리를 잡았다.
그돈 주고 자리잡은 건 하루 종일 쓸 수 있기 때문에 저녁 해질때까
지, 밥도 먹고 다시 와서 책이나 좀 읽으면서 지낼 생각으로 간건데,이
런! 비가 온다.
그래도 아직 따뜻하긴 하지만 그냥 버티기엔 비가 너무 많이 온다.
다시 철수를 하고 그 담날 다시 갔다.
파도가 정말 높아서 피터가 body surfing하는걸 가르쳐 주었다.
첨엔 미숙해서 물만 많이 먹었는데 이젠 좀 할 만하다. 아니 끝내주게
재밌다.
바디 서핑은 보통서핑이 판대기 같은 보드로 하는것과는 달리 몸 자체
를 보드처럼 사용해서 파도를 타는거다.
제법 큰 파도가 오길 기다렸다가 그 파도 3미터 전 정도 부터 온 힘을
다해서 수영을 한다. 물론 해변쪽으로. 그런다음 파도가 나를 덮치는
순간 온몸을 일자로 쫘~악 피고는 그대로 파도에 몸을 맡기면 해변 끝
까지 몸을 밀어낸다. 그때 온몸에 큰물방울이 지나가는게 느껴지는데
그게 환상이다. 그리고 엄청 빠르기 때문에 자기가 얼마큼 왔는지를 돌
아보고는 처음엔 꽤 놀라게 된다.
주의: 파도 탈때 자기가 쓸려 갈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사람이 있나 살
펴본다.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사람과 부딪히면 대형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다.
이건 다이어트에도, 마사지에도 제법일 것 같다. 좋은 파도를 만나려
면 파도를 맞서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굉장
히 크고, 온몸에 파도를 맞기 때문에 맛사지도 많이 된다. 난 눈덩이까
지 나중엔 욱신거리면서 꽤 아팠다.
내일은 스노클링하러 작은 섬에 가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스노클링 가는 날이다.
이곳 해변에서 배타고 10분쯤 가면 국립 보호 섬인 Illes Medes가 있
는데 스노클링과 다이빙으로 일년 내내 사람들이 몰려 온단다. 피터는
다이빙을 하고 싶어했지만, 지난 겨울 태국 Tao섬에서 하루 해보고 나
는 그만 겁을 먹어서 한 10년간은 그냥 스노클링만 해야할 것 같
다.
아침에 스노클링을 하러 갔더니 슬라이드를 보여 주면서 30분쯤 이
론 설명, 그담에 긴팔 긴바지인 wet suit를 주면서 스노클링하면서
오줌 싸면 옷값 물고 가야 한다며, 장난을 친다. 그 전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리는 body surfing 하나는 끝내주게 했지만, 바다속 안
에는 모래 바닥이 뿌해져서 별로 안 보일 수도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
을 돌려 보냈다고 한다.
우린 어째도 오늘은 바르셀로나로 떠나야 하기에 그래도 하겠다고 우겨
서 우리 둘과 가이드, 작은보트 운전하는 여자분과 단촐히 섬으로 향했다.
보트 운전하던 여자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데, 영국 사람이지만,
스페인에서 태어나서, 남미에서 10대를 보내고, 영국, 호주 등 꽤 여
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았단다. 아빠가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데 그렇
게 돌아다니는 직업이었단다.
지금은 이곳에서 다이빙에 푹빠져서 2년째 살고 있단다. 게다가 88년정
도에 한국에 와서 4 년간 살기도 했단다. 그러면서 한국이 그렇게 잘
사는 나라인지 몰랐다면서 많이 놀랐단다.
지금은 그래도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유럽처럼 잘사는 나라
가 될 꺼라면서 당당히 말해준다.
스노클링을 하러 바다 속으로 들어갔는데 정말이지 물고기가 참 많다.
워낙 사람들을 많이 접해 봐서인지 도망도 잘 안 가고 내가 가만히 움
직이지 않고 있으면 가만 다가와서 내 어깨 며, 몸들에 입을 조금씩
대 보면서 몸수색을 한다.
조금 이상한 점은 고기들이 많기는 하는데 거의 먹을 수 있는것들이
다. 무슨 아열대 고기처럼 울긋 불긋해서 그냥 보기에만 좋은 관상용
이 아니라, '이놈들 차~암 먹음직스럽다. 바로 회쳐서 고추장에 찍어
서 쏘주 한잔 하면 조~~케에따!' 식이다.
이집트 홍해에서는 무릎정도 깊이만 들어가도 노랗고, 보라색 등 천연
색깔들 고기며, 산호초가 많아서 이건 무슨 바다 속 궁전 같았는데, 여
긴 꼭 회집 어족관에 와있는것 같다. 한 두시간 정도 했더니, 배는 더
고파지는데 눈에 보이는 회감은 먹을 수 가 없고...
그냥 돌아가서 식당서 물고기 요리나 실컷 먹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
회 반이라고 가야 말이지...
Olga가 우리 데리러 Pere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여기까지 왔다. 그 차
를 타고 돌아가다가 Pere네 농장에 갔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큰 땅
에서 야채, 과일들을 키우고 있었다.
Pere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의..... 부터 내려온 땅
이란다. 집도 있는데 300년 되었단다.
갑자기 영 불길한 신호가 온다.
저 깊은 속에서... 아차! 아침 먹은게 좀 잘못되었나부다. 그래도 나
름대로 우아한 얼굴을 만들며 Pere한테 화장실을 물어봤더니 지금 집키
가 없어서 그 화장실은 못가고 한 30분쯤 걸어가면 다른 건물이 있는
데 거길 가란다.
30분??? 이런 당장 1분이 급한데... 그래도 여전히 우아하게 급하지
않다고 하면서 피터만 계속 옆구리를 찔러대며 신호를 줬다.
애꿎은 피터가 자기도 배가 아프다며, 가까운 카페라도 가야 할 것 같
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겨우 10분만에 차로 도착한게 고속도로 휴게소.
이런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다. 영국서 사는 버릇으로 잠깐 화장실 휴지
를 까먹고 있었다. 다행히 주머니에 조금 있는걸로 위기 상황을 해결하
고는 다시 휴지를 사서 들어가야 했다.
이런거 보면 스페인이 우리나라랑 수준이 좀 비슷하다. 운전 방식이
나, 질서 지키는거, 좀 대충대충하는거.
내일은 스페인에서 마지막날...
아침에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서 check in 을 하는데 우리나라 공항
처럼 데스크에 사람이 서 있어도 바로 뒤에 가서 기다리는거 똑같다.
1시간 30분 비행 뒤에 도착한 만체스터는 여전히 똑같다.
그날이 7월8일이었지만 무지 춥고 또 비가 찌적찌적 내리고 있다. 정말이지 비행기에 그대로 앉아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