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無心川에 날아온 백로白鷺
이효순
지난 유월 무심천 하상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몇 해 전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은 그곳으로 자연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맑은 물과 냇가 주변에 가득한 푸르름은 행인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흐르는 개울 안에 작은 바위섬이 있었다. 그곳에 우뚝 서있는 한 마리의 백로는 물과 주변의 푸른 숲과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마치 행복한 청주를 품에 않은 듯 평화로워 보였다.
청주의 젖줄이자 시민정서의 모태가 되는 무심천은 우암산과 함께 청주를 대표하는 자연이 준 청주시민의 가장 큰 선물이다. 현재 고수부지 롤라스케이트장에 있는 무심천 유래비에 보면, 통일신라시대엔 남석천南石川, 고려시대-심천沁川, 조선시대-석교천石橋川, 대교천大橋川, 일제강점기시기-무성뚝, 오늘의 무심천無心川으로 불려왔다는 유래가 있다.
내가 어릴 때의 기억으로는 지금은 없어진 남다리와 고당다리. 서문다리만 있었다. 시골에서 지내다 가끔 여름에 부모님과 함께 큰어머니 댁에 갈 때는 물이 맑아 다리로 가지 않고 개울로 건너던 기억이 생생하다.
흐르는 세월 따라 무심천은 여러 모습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주로 큰 장마로 인해 여름이면 붉은 황토 빛으로 내려갔던 많은 물이다. 물 구경을 하러 건물 옥상에 올라가 보면 만물상처럼 온갖 것들이 거센 물살과 함께 떠내려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마 질 때마다 물과 함께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가 마음을 불쾌하게 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시당국의 배려로 무심천은 다시 옛 모습을 차츰 찾아가고 있었다. 개울 양쪽 둑에 벚꽃 길을 조성하고 대청댐 물을 끌어들여 사계절 맑은 물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차츰 살아나는 생태계는 각종 새와 곤충, 물고기,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몇 년 전 청원교육청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무심천으로 나왔다.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 둑엔 벚꽃의 향연이 흐드러지게 펼쳐지고 있었다. 무심천은 말없이 봄을 싣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맑은 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붕어 떼가 보였다. 큰 집단 같았다. 붕어가 자맥질을 하며 내가 보고 있는 주변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순간이었지만 그 물결에서 세월을 보았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것은 아득히 먼데 눈앞에 그 모습이 펼쳐지니 얼마나 지난 시절이 감미로운지……. 머릿속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듯하였다. 그곳에 근무하는 동안 겨울철 얼음이 언 때를 제외하곤 무심천의 물고기와 많은 시간을 같이하며 윤택한 시간을 보냈다.
무심천의 봄은 개울 가장자리에서 가장 먼저 맞이한다. 누구의 지시 없이도 자연은 그곳에 버들가지의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새봄을 알려준다. 맑아진 물소리와 생명이 솟아나는 경이로움을 개울 가장자리 언덕에 앉아 음미한다. 말없는 자연의 소리는 사람에게 평안함과 자연의 질서를 안겨준다. 스스로 자신들을 조절하며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때를 거르지 않고 차분하게 연출해 간다. 어느 것 하나 어수선함이 없이…….
무심천은 세월이 더해감에 따라 흐르는 하천에서 서서히 테마가 있는 청주 시민의 쉼터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 하상도로를 통해 교통체증을 분산시키고 있다. 또한 자연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산책로, 자전거 도로, 각종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고수부지의 넓은 공간, 어린이들의 생태 학습장, 롤라스케이트장. 이렇듯 시민들은 이곳에서 만남을 통해 정서를 키우며 삶의 질을 향상해 간다.
객지에서 가끔 만나는 오래전 청주에 살았던 고향친구나 동료들은, 계절에 대한 무심천의 안부를 꼭 묻는다. 무심천의 벚꽃은 피었는지. 이렇듯 고향을 이곳에 둔 사람에겐 무심천은 어머니의 품안처럼 정情이 가득 담긴 하나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자연은 사람에게 말없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물이 맑아지니 자연스럽게 고기떼가 몰려오고, 먹이가 있으니 백로도 날아든다. 지난날 생활폐수가 흐르던 때는 수많은 생명들이 그곳에서 피해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가 가꾸고 보존하지 않으면 다시 자연은 황폐해지고 찾아왔던 생태계는 더 좋은 곳을 찾아 멀리 떠날 것이다.
무심천에 백로가 날아왔다. 도심지 중앙으로 유유히 흐르는 무심천, 얼마나 아름다운가! 도시 주변에 하얀 백로가 노닐고 평화로움이 가득한 행복한 청주, 이곳에 우리의 꿈나무들이 둥지를 틀고 자랄 수 있게 가꾸어가야 되겠다. 무심천이 살 곳이라 날아온 백로, 해마다 이곳에서 우리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을 나누는 풍성한 삶의 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심천에 날아온 백로처럼 나도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살고 싶다.
첫댓글 무심천...참 보배로운 우리들의 선물입니다. 제작년에 친구와 둘이 무십천에 마련된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멀리 옥산이 보였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곳에 앉아서 사과도 먹구요^^마음과는 달리 며칠간 앓았지만요..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교수님.
무심천 걸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자연은 말없이 살아가며 지켜야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엊그제는 서문교 벤취에 앉아 무심천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지요 지나간 내 인생도 흐르는 물따라 떠나갔구나 하니 그리움이 밀려 오더군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옛 무심천이 그리워 지는군요 감사합니다.
무심천에 들어서면 마음이 여유로워 져서 참 좋습니다. 엊그제 안산에 갔더니 안산천(?) 둔덕에 듀립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등국민의 날을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