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발복론에서 중국풍수는 있고 한국풍수는 없다.
1. 발복론은 풍수의 근본문제이다.
* 풍수란 음양택이 망자의 후손 또는 거주자에게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필연적으로 가져다준다고 믿거나 또는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믿는 사상이다. 땅에는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기운이 있고 그중 사람에게 좋은 기운 즉 생기(生氣)가 산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음택이 후손의 길흉화복에 대하여 영향력이 있다는 소위 발복론은 쉽게 이해할 수 없으므로 여러 가지 설명이 제기된다.
* 발복론이란 복을 받게 되는 원리 내지 작동구조(mechanism)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풍수의 근본 문제임에도 박정해 교수가 몇 건의 논문을 내고 이진삼 선생이 동기감응론을 비판한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나마 중국의 고대 이론을 원용할 뿐 독자적인 이론을 시도해보려는 기색이 없다. 그러나 풍수란 사람들의 믿음 즉 신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별화 된다. 다시 말하면 지역민들의 민속적 사상과 관행이 중요하다. 예컨대 몽고에서 시체를 독수리 먹이로 주어도 불효로 보지않는다는 사례, 중국에서는 재물 자체의 규모만을 보고 막가파 석숭을 재물의 신으로 추앙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중국 원나라시기(1271~1368)에 몽골족이 통치하면서 그들과 다른 관습(예컨대 장자상속이 아닌 막내 상속)과 유목민적 사상 때문에 유교를 배척하고 티베드 라마교를 믿었고 이로 인하여 풍수침체기가 되었으나 당시 우리나라는 고려 공민왕과 태조 이성계가 활약한 시기로 풍수가 성행하였다. 지금 성씨들의 시조 내지 파조의 묘는 대부분이 고려 말에 쓰여졌다.
* 지금의 발복론을 보면 중국의 이론서만을 추구하고 우리의 민속적 개성을 외면함으로써 중국풍수는 있고 한국풍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2. 발복 요인
길흉화복을 초래하는 요인은 수 없이 많은데 그중 음택명당에 관련된 요인은 ①혼백 ②땅의 힘(자연의 힘) ③사주를 들 수 있다.
가) 발복을 가져다주는 주체를 혼령 또는 체백으로 보는 견해
주자(1130~1200)가 사람은 죽으면 혼령은 하늘로 가고 체백은 땅에 묻힌다고 주장함에 따라 유교(종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儒家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지배하던 우리나라도 이 체계를 수용하였다. 그 결과 혼령이 주도하여 발복을 가져다준다는 혼령설, 체백이 땅의 생기를 자기와 동일한 DNA를 가진 후손에게 전해준다는 동기감응설, 절충설이 있고 동기감응설이 전통적 통설이다.(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동기감응설을 비판함이란 글 참조)
나) 땅에는 임자가 있다.(所主吉凶論, 地各有主)
우리는 흔히 땅에는 임자가 있다는 말을 듣는데 이를 소주길흉론이라 한다. 부산 화지산에 동래정씨 묘를 쓸 때 도깨비들이 금포 입은 자가 아니면 쓸 수 없다고 방해하였다는 이야기가 있고, 법성포 아룡도강형의 결록에 부적격자는 열 번 쓰도 다 패한다는 구절이 있다. 박정해 교수는 선을 배풀고 그 결과 복을 받는 과정에서 동기감응이 개입한다는 식으로 두가지 요인을 하나로 묶어서 주장하나 동기감응은 망인이 주도한다는 측면을 말하는 것이고 소주길흉론은 땅이 주도가 되어 적격자를 수용한다는 측면이므로 다른 요인으로 보아야된다.
그렇다면 땅이 임자를 가리는 기준은 무엇인가? 적덕선행이다. 적덕선행의 개념은 유교에서도 지도이념이 되지마는 불교의 인과론에 부합되므로 우리나라에서 유교를 믿는 사대부와 불교를 믿는 서민들에게 모두 수용되는 이념이다. 원래 풍수의 이념은 아니었는데 우리나라의 풍수는 이러한 종교적 차원의 이념을 받아들이어 땅의 발복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종교적 이념으로서 적덕선행이 자리잡고 있지만 풍수의 덕목으로는 미약하다. 석숭은 막가파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정쟁에 패하여 처족까지 50여인이 몰살을 당하고 절손되었다. 우리는 인과응보의 당연한 결과로서 절손되고 무덤 조차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적덕선행은 우리의 풍수 설화와 결록에서 누누이 강조되고 있는 덕목이다. 최창조 교수는 중국의 풍수가 개인의 번영을 위하여 묘를 쓰는 이기적임에 대하여 한국의 자생풍수는 도선국사의 비보풍수를 바탕으로 하고 도읍지선정 등의 이타적(利他的, 大乘的이라 함이 정확) 활동을 하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개인의 번영을 위하여 묘를 쓰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다만 우리는 땅에는 주인이 있다는 생각으로 땅을 존중하고 적덕선행을 강조함으로써 이기주의를 탈피한 특성이 있고 이렇게 나도 잘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덕이 되게 한다는 풍수를 소승적(小乘的) 풍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소승적 풍수야 말로 중국에 대비되는 우리의 자생(自生)풍수라고 해야 된다.
다) 사주팔자(四柱八字)
명리학과 풍수를 겸한 역술인에게 물어보면 일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사주60%, 풍수20%, 성명 5%, 기타15%라고 한다. 지금은 사주 속에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DNA를 비롯한 여건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풍수는 장래 태어날 후손의 번성을 주 목표로 함에 대하여 사주는 현재 출생해 있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을 말한다. 물론 상수학의 대가 소강절 선생은 신혼 첫날 밤에 앞으로 태어날 5대 후손의 운명까지 알아 마쳤다고 한다. 현대 의학에 의하여 DNA의 중요성이 확인된 오늘날에 사주가 더 중요한 요인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주를 잘타고 난 사람은 명당이 밀어주면 쉽게 상승할 수 있고 반대로 사주가 나쁘면 명당의 약효는 밀리게 된다. 여러 형제 중 일부는 크게 영달하고 일부는 요절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3. 결론
발복론에 대하여 더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더 자세한 점은필자의 “동기감응론을 비판함”을 참조)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발복론은 겨우 동기감응설을 맴돌고 있는 수준이고 그나마 중국 풍수이론을 추종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중국풍수는 있고 한국풍수는 없다. 우리의 민속에 맞는 이론 개발을기대한다.(2024.11)
첫댓글 발복론에 대한 우리나라 각 대학의 입장은 확실한 입증이 가능한 서책이 아니면 논문에 언급도 용인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각 대학의 석사,박사학위 논문에 있어 절대적 불문률이 발복론을 다루지 않는 것이지요. 이유는 학문적 문헌이 없다는 것으로 룡.혈.사.수는 논하지만 발복론과 동기감응은 안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국에 없는 모든 체계를 갖춘 학문과 역에 근원을 두고 발전한 발복론 학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문이 공부하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외면하는 상항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