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좋은 도서관이 왜 시골구석에? 시내에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책을 빌릴 수 있잖아?”
‘여우네도서관’에 견학 온 이들이 으레 하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김명희 관장(42)은 이렇게 되묻는다.
“왜 농촌 주민은 시내 도서관까지 가야 하나?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인가?”
마을에 도서관이 없던 시절, 김 관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했던 질문이기도 하단다.
◆‘아이들과 함께 놀 공간 있었으면…’=여우네도서관은 충남 서천군 마서면 신포리의 마을도서관이다. 80여호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08년에 세워 지금껏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일을 벌인 건 젊은 엄마들. ‘우리 마을에도 아이들이 모여 책 읽고 노는 곳이 있었으면’ 싶었다. 이런 뜻을 비추자 어르신들이 마을총회 끝에 ‘통큰 선물’을 전했다. 공공작업장으로 마련한 100㎡(약 30평) 조금 못 되는 단층 건물을 도서관으로 쓰라고 내준 것. 이후 도서관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최초 제안이 있고 넉달 만인 11월15일 개관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여우네도서관은 1만2000여권의 장서를 자랑한다. 마을 단위의 작은 도서관치고는 적잖은 규모다. 처음에는 기증받은 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군이 지원하는 연간 400만원 정도의 도서구입비로 필요한 책을 산다. 공과금·난방비 등은 월 60만원가량의 후원회비로 충당한다. 인건비는 0원. 김 관장을 비롯한 6명의 운영위원이 번갈아 도서관을 지키기 때문이다.
주 이용객은 그때그때 다르다. 김명숙 운영위원(36)은 “평일 오전에는 젊은 엄마와 아기, 오후에는 학교 마치고 온 초등생, 토요일에는 외부 손님이 많다”고 한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해 인근 서천읍·장항읍 등에서도 많이들 찾는다”는 게 김 위원의 자랑이다.
◆식농교육·북스타트 등 다양한 활동 펼쳐=“엄마, 우리 오늘은 뭐해요?”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오늘은 텃밭수업 할 거야.” 엄마·이모의 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또 우르르 배추모종을 심으러 뛰어간다.“먹거리 생산과정을 가르치는 식농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농촌의 가치를 알게 하고 싶었다”는 게 김 관장의 이야기다.
여우네도서관은 또 서천군 북스타트 주관기관으로 ‘찾아가는 독서교육’ ‘공동육아동아리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도서관은 이 밖에도 마을 어르신과 지역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매년 11월에는 주민 대부분이 참여하는 마을축제 ‘여우네문화제’도 연다.
◆공공성·참여 바탕으로 ‘열린 공간’ 돼야=농촌마을 작은도서관의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견학 차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무슨 돈으로 운영하며 얼마나 드느냐’ 하는 것. 그때마다 김 관장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당부한단다.
“저희처럼 주민 공공시설을 도서관으로 쓸 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개인재산을 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경우든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운영에 참여해야 하고요. 저희가 지금껏 별 탈 없이 이어온 것도 공공성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꾸렸기 때문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041-956-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