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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향기있는 좋은글 원문보기 글쓴이: 고쿠락
논두렁은 비틀어졌어도 모내기는 바로 하라고/김문억
팽돌이 자네 말여, 내가 그 동안 친구지간이라고 참고 참아 오면서 자네 행실을 눈 여겨 봐 왔는데 말여, 사람이 그러면 쓰는감.
우리가 도농都農간으로 헤어져서 살아온 지가 하마 50년은 다 된 듯 한디 말여,
손바닥만 한 다랑이 논으로는 식구들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워서 고향을 등진 어르신 따라 본의 아니게 나는 대처로 나왔고
자네는 그래도 갈이면 밤늦도록 타작할 수 있는 논마지기라도 있어 고향에 눌러 살게 된 것 아닌감.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네 그려.
그런데 내가 가끔 밤 아홉시 뉴스를 보면 자네 얼굴이 아주 크게 보이던데 말여.
아! 사람 참 많이 변했네 그랴.
아니 태풍이 불면 자네 집 지붕 위로만 화살처럼 지나갔는감?
우리 동네도 가로수가 막 걸어 다니고 전신주가 기절하는 바람에 냉장고 물건 다 내다 버렸어 야.
길 끊어지고 산 무너진 것이야 나라에서 얼른 복구를 해 주어야지 암, 해줘야 하고말고.
아 나라에서 그런 일 안 하면 무슨 일 한당가.
그런데 말여, 하늘에서 때린 비로 곳곳마다 똑 같은 피해가 났는데 말여
어째서 자네만 유독 걸핏하면 서울로 올라와서 뭘 보상하라고 야단법석이냐 말여 글쎄
바람 불어서 배 떨어졌다 배 값 물어내라 배추가 너무 많아 똥값 되었다 배추 값 물어내라
적조 현상으로 고기 다 죽었다 고기 값 물어내라.
난 그래도 처음에는 자네가 농민이니까 살기가 고달프니 그러는가 싶다 했네.
나도 농민 출신잉게 말여. 게다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농민 농민 하지 않는감.
그런데 자네 거동을 가만 볼작시면 말여.
농민들보다 훨씬 더 많이 모여서 사는 도시 빈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해서 나 매우 섭섭하네 그랴.
나 역시 바글바글 끓어야 먹고 사는 대처가 좋아서 온 것 아니지만
자네처럼 내 앞으로 등기 된 땅마지기라도 있다면 뭣 땜시 매운 고추바람 먹고 대처에서 살것는감.
나뿐이 아니고 도시 빈민들 사정이 다 그렇다네.
야 이 사람아, 말 못 하는 것이 벙어린감 말 안 하는 것이 벙어린감,
괜시리 나도 이런 말 했다가 벌통 속에 손 집어넣는 꼴 될 성싶어 그 동안 눈치만 보고 꿀꺽 소리 한 번 안 했지만 말여
나라에서도 쌀이다 안보다 하고 농민이라면 생밤송이 다루듯이 조심조심 했지만 말여
귀뚜라미만한 우리 달동네 사람들은 당장 낼 아침 끼니를 위해 시간을 쪼개는 판국이라서
자네처럼 그렇게 천 리 길 원정 갈 틈도 없고 다리심도 없어 야.
조갑지마냥 산동네에 딱 달라붙어야만 먹을 것이 생겨 야.
그래 그래 오냐 오냐 하면서 그때마다 정부에서 뭐 삭감하고 뭐 대주고 뭐 연기하고
후한 공약 할 때마다 우리 도시 빈민들은 억장이 다 무너져 야
아 나라 돈은 하늘에서 우박처럼 거저 떨어진 것이라냐? 아니면 누가 쿡쿡 찍어서 내준다냐.
그게 다 도시빈민 월급봉투에서 나간 알토란같은 금붙이 아니냐 말여 이 답답한 친구야.
농민 농민 할 때마다 도시 빈민 다 죽어 야.
주책없는 소문은 모두 절색이라고 겉모양만 뻔지르 하지 도시 사람이라고 속주머니 하나 더 찬 줄 아는개벼 이 사람이.
삼태기만한 쪽방에서 오골 오골 먹고 사느라고 쑤시고 결려와도 아플 새가 없어야.
쥐꼬리만 한 월급봉투 세금 올라갈 때마다 허리에서 뚜두둑 소리 나고
만두 찐빵 부풀듯이 암 덩어리 부풀어 올라 명예 퇴직한 젊은 아저씨들 벌목처럼 쓰러지는 것 자네 진짜 안 보이는 겨?
부끄러운 말로 자살 세계 1위라는 뉴스 못 들었는감? 이 사람들 다 도시 사람여 이 사람아.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리겠는가 말여.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왜 대추나무가 맞냐 말여. 팽돌이 자네 말여 사람이 그러면 쓰는감
일찍 자야 일찍 나가는데 배추 시래기 주우러 간 마누라는 여지껏 안 오고 있네 그랴.
자네 그렇게 툭하면 농산물 끌고 올라와서 길바닥에 패대기치고 엎어 치며 날바닥에 새우 튀듯이 펄펄 뛰는데 말여
아 지금이 왜정 때도 아니고 자유당 때도 아니잖어.
오직 농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주 모시듯 달래고 어르면서 나무칼로 다독거리고 있는데
그게 다 코미디 하는 정치꾼들 표 잃을까 봐 그저 농민이라면 절절 기는 거 아녀.
자네 속으로는 그 약점 다 알고 흔드는 거지 그치? 그려? 아녀. 대답 좀 해 봐 이 사람아.
아 지난 가을에도 흉년이라고 논바닥에 불 지르고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 하듯 나락 다 태우고 그럴 때 말여
정부에서 가가호호 백만 원 씩 주고 입 틀어막은 거 우리 다 알고 있어 야.
그러고 말여 참말로 시위를 하는 거여 놀이를 하는 거여,
걸핏하면 머리 밀고 상여 꾸며서 곡하고 행진하는데 말여 아! 누가 죽은 겨? 아니면 누구 죽으라는 겨,
참말로 재수 옴 붙어서 나라 꼴 참 잘 되것네 그랴.
그렇게 퇴근길 막아 놓고 최루탄 연기 속에서 용춤 추지 말고
고요한 고향 땅에서 씨 뿌리며 감사하고 물안개나 먹어야 어느 날 승천하는 거 아녀?
그래도 우리는 대대손손 물려받은 모시적삼 아녀?
풀 빳빳한 동정에 양반걸음 휘적거리던 두루마기 아녀 우리는?
농사로 굳은살 밴 그 자랑스런 천하지대본 아녀?
욕지거리 주먹질에 돌 던지고 몽둥이 휘두르고, 경찰 버스에 불 지르고 우리 동네 농민이 워째 이렇게까지 되었냐.
도시 빈민들 퇴근길 막으면 직장에서 졸다가 또 시말서 써야 돼 야,
툭하면 고속도로 막아 놓고 주먹질 하고 연기 먹은 고양이 쌍통으로 징꽁 맹꽁 떠들지 말고
저울추를 잘 챙겨 둬야 시세대로 농산물 값 받어 야,
그렇게 욱대기고 불만 지르면 놓친 매를 어느 산 중에 가서 되찾을 껴
이제는 농사도 글로벌시대여 야,
연구하고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겨야지 그러다가 때 놓치면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돌릴 거여?
괜시리 죽은 놈 흔들면서 청심환 찾지 말고 몇 끼 밥 굶더라도 내 말 잘 새겨들어 봐 이 사람아.
맨날 태풍 끌어안고 사는 제주도 한 번 가 봐,
비닐하우스 어떻게 만들어 놓고 감귤농사 하고 있는가. 난 여지껏 그 곳 사람들이 정부에 대고 주먹질 하는 것 본 일 없어야.
이런 말 한다고 내 말 갖고 괜시리 왜곡하지 말어 이 사람아.
그래도 백성들 맘은 모두 신토불이여. 농산물 수입 제한하라,
수해 복구 빨리 하라. 미국 산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 암, 옳은 소리지 옳고말고.
그런 것이야 떠들어야지 암 떠들어야 하고말고. 근데 말여 이치에 맞는 것만 순서대로 요구해야지
가만 보면 자네만 유독 봤다 떴다 들었다 놨다, 등 가렵다 눈 가렵다 똥 누었다 똥 치워라,
사람이 그럼 쓰는감.
그래도 우리네는 박통 때부터 이밥에 고깃국 먹고 지내 왔잖어.
자네 서울 사람 사는 모양 보면 미안스런 맘 안 드는감?
땡볕에서 종일 떠들어 대는 행상 자동차 마이크 소리 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운 좋으면 일당이고 운 나쁘면 허당여 야,
차타는 거 차 세우는 거 밥 먹는 거 똥 싸는 거 똥 치우는 거 물 마시는 거 물 버리는 거
심지어 코 푸는 거 숨 쉬는 거 어느 것 하나 돈 아닌 것이 없어 야.
문 열면 돈이고 문 닫을 때 돈이고 눈 뜨면 돈이고 잠 들 때도 돈 있어야 눈 감어 야. 제밀할! 욕 나오려고 하네 정말.
달라면 달라는 대로 고지서대로 내야하고 밤인지 낮인지 헛디디면 수렁이고 밑 빠진 도가니여.
그래도 끽 소리 한 번 없이 그저 산동네에 딱 달라붙어 질경이처럼 살고 있어 야. 목숨이 웬수니께, 참말로 복장 터져 야.
그래도 자네는 춘삼월 봄이 오면 종종달이 열씨 까는 소리에 씨 뿌리고 상치 뜯고
여름이면 심은 곡식 제 혼자서 자라날 때 느티나무 그늘아래 누워 베잠방이 부채질에
어느 누구 눈치 안 보고 보리 방구라도 시원스럽게 뿡뿡 쏘아댈 수 있지만 말여,
삼복더위 땡볕 속에서 산동네 오르내리며 알타리무우 사려 물오징어 사려 하고 타들어가는 소리라도 질러대야
신용불량 면하고 가산금을 안 물어 야.
괜시리 사람 유하다고 그렇게 함부로 취급하면 쓰는감.
가을걷이 끝나면 쟁여 놓은 곡식 까먹으며 산퇴끼도 잡으러 가고 마을회관 따끈한 방에서
고스톱 패도 한 번 돌려보며 긴긴 겨울 심심하면 갓 쓰고 골프 치는 개꿈도 꾸어보지만 말여
대처 사람들이야 여름 겨울이 어디 있는감,
연장 근무 시간외 수당에 지금도 우리 동네 할머니 할배들 종각 지하도에서 푸성귀 한 모개비 펼쳐 놓고
막차 타는 퇴근길 손님 기다리고 있어 야.
그래도 그 사람들 못 살겠다고 띠 두르고 소리 한 번 안 질러 야. 때 없이 나타나서 겅중거리는 자네 꼬라지가 그게 뭐여.
팽돌이 이 사람아 내 말 듣는 겨 안 듣는 겨 아닌 말로 자네는 이 산 저 산 다 막혀도 임자 있는 땅에다가 씨 뿌리면 먹고 살지만
땅 등기도 없는 공중에다가 13평짜리 까치집 짓고 살아가는 우리네는 송곳 하나 꽂을 땅 한 치가 없어도
끽 소리 한 번 안 하고 벌레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는감.
우리가 언제 가는 길 막아 놓고 살림 집어 던지면서 투정 한 번 부리던가.
자네는 간이 커질 대로 커가지고 고속도로를 막아 세우지만 우리네는 동네 뒷골목 한 번 막아 보지 못 해여 야.
아 똘똘한 대통령 덕분에 땅금이 금값으로 뛰었다는데 부자는 다 촌사람이고 거지는 다 도시 빈민 아닌감.
그려 안 그려 자네. 입은 수염으로 다 덮었다만 말은 좀 바르게 해 봐. 이 사람아 왜 대답이 없어.
소문에 의하면 농사 안 짓고 노는 땅도 신고만 하면 농협 돈이 나온다는데 허허! 참말로 우리 같은 놈 힘 빠져서 어디 일할 맛 나겠는감.
운동회 때는 나랑 둘이 번갈아 가며 꼴찌만 하던 자네가 어찌 그리 걸핏하면 여의도 넓은 마당에서 뜀뛰기를 그리 잘 하는고.
먹기 좋은 홍시도 쉬엄쉬엄 베어 먹어야 하고 찬 물에 닭 튀긴다고 삼계탕이 되는감.
차마 내가 이 말은 그 동안 꾹 눌러 둔 말인데 말여,
그렇게 쌈박질 해서 영농자금 대출 받은 것 갖고 용인 사는 자네 큰 아들이 아파트 투기 한 것 내가 진즉 다 알고 있었다만
말 안 한 것뿐이지 말 못 한 것 아녀 이 사람아. 예끼 이 놀부 처삼촌만도 못한 사람 같으니라구.
귀신 모를 가래 장부도 달이 차면 애 낳듯이 다 들통이 나게 돼 있는 법이고 손바닥으로 얼굴 가린다고 양심까지 안 보이것남,
우리 동네 주민들 별 보고 출근 했다가 별 보고 퇴근하지만 상제가 슬프다고 제사상 곶감 없어지는 것조차 모를 줄 아는감.
그래도 우리는 출신이 다 농군이어서 너 살고 나 살자고 농산물 직거래장에서도 고향 곡식 구입하면서 향수를 달래 왔는데
자네 하는 짓 볼작시면 사람 등치고 배 만져 주는 짓 아닌감 이거는. 예끼 이 사람아.
배신감마저 드네. 여우는 잠자면서도 닭 잡는 꿈만 꾼다는데
자네 가만 보면 누가 곁에서 선동만 하면 송장메뚜기마냥 우쭐대니 사람이 워째 그렇게 문풍지마냥 바람 타기를 즐기는가.
우리네는 여지껏 출근길에 한강 다리 건너면서 6·3빌딩이구나! 유람선이구나! 남산 타워구나! 하고 눈에만 걸어두고 사는데
어쩌다가 촌에 가 보면 서울 구경 안 가 본 곳이 없고 제주도 관광 해외여행이 흥청망청
일 년에도 몇 번씩 동네를 비워 놓고 쿵땅거리던데 그런 건 다 공짜로 다닌다냐?
그리고 말여, 말이 났응게 말이지 고을마다 그 뭣이냐 무슨 문화 무슨 문화 해 싸면서 와글와글 뻑쩍지근 판 벌이는 축제는 다 뭔 돈으로 하는겨?
도대체 손바닥만 한 고을에서 일 년에 축제가 몇 개냐 말여. 아, 지나가는 사람은 무조건 다 끌어다가 공짜로 먹이더구만. 내 원 차암.
아, 문화국민 좋지 야. 문화가 없는 무식한 농민으로 남어서야 쓰는감.
그렇지만서도 말여 아 서울 와서 길 막아 놓고 데모하지 말고 그 돈 좀 달라고 혀.
동네 돈 동네 사람이 좀 쓰자는데 훨씬 더 명분 서는 것 아닌감?
바람 맞고 떨어진 살구 값은 서울 와서 변상하라 데모하고 풍년 타령 하면서 흥청망청 돈 퍼 부으며 축제 하는 건 또 무슨 경우여.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이라고 닭도 타 동네 가서는 울지를 않는 벱여 야, 아 그럼 우리 동네 사람은 다 뭐여? 먹고 버린 빈 깡통여?
사람이 말여 말 안 하고 보자보자 하니께 우리는 뭐 속 창새기도 없는 줄 알지만 응가 하면 똥이구 눈 흘기면 죽사발여.
서로가 다 눈치 빤한 세상인데 그러지덜 말어 야. 차~말로.
사냥할 짐승 없으면 사냥개 잡아먹는 법이여.
괜시리 멍멍해가지고 곁에서 선동한다고 경거망동 하지 말고 진득한 맘으로 열심히 두엄 내고 씨 뿌려 야.
그 사람들 걸핏하면 민주주의 무슨 주의 해 쌓는 사람들 말여 속 색깔은 다 자기주의라는 것 몰러야?
외짝다리로 깨금발 뛴들 소용없는 짓이고
손바닥도 둘이서 쳐야 소리 나는 벱이여 야.
걸핏하면 서울 와서 길 막아 놓고 생니빨 뽑아내는 소리 지르지 말고 말여.
석양은 기울어도 나팔은 똑바로 불고
논두렁은 비뚤어졌어도 모내기는 바로 하라고
단풍 : 역병疫病이 돌고 있다 백신 없는 전염병/ 온 동네를 불 지르며 급성으로 번지고 있다/ 부활을 믿는 것인가 죽음도 저리 화려하다. |
-김문억 산문 집<스트리킹 하는 시인>중에서
첫댓글 무슨말인지 이해가 부족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