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 (The Dove)
1974년 미국영화
감독 : 찰스 재롯
제작 : 그레고리 펙
촬영 : 스벤 닉비스트
음악 : 존 배리
출연 : 조셉 보텀즈, 데보라 래핀, 존 맥리엄
데브니 콜맨, 존 앤더슨, 콜비 체스터
1965년 불과 16살 밖에 안된 마국 소년 로빈 리 그레이엄은 도브 라는 이름의 돛배를 타고 혼자 세계일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선원이었던 아버지에게 배운 항해방법을 토대로 과감한 모험에 도전한거죠. 외롭고 긴 여행 도중에 피지에서 패티 래터리 라는 운명의 여자를 만났고, 그녀는 로빈의 여행에 잠시 동참하기도 했고, 로빈이 가는 항로를 육로로 따라가며 지속적 재회를 하며 사랑에 빠졌습니다. 1968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고 1970년 5월 총 1,739일의 5년에 걸친 요트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여행후 그는 패티와의 사이에 두 아이가 생겼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면서 1972년 자신의 여행담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74년 'The Dove' 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도브' 는 이렇게 로빈 리 그레이엄이 홀로 여행하면서 패티를 만나 사랑하고 폭풍우와 싸우고 낭만의 바다를 여행하는 실화 영화입니다. 아쉽게도 영화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고 우리나라에는 개봉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바다의 낭만과 사랑, 젊음을 다룬 굉장히 낭만적인 청춘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81년 TV에서 방영되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는데 그 때 제목이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 입니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제목인가 하면 1960년 가수 미나가 등장하는 이탈리아 영화 개봉제목입니다. 당시 조선일보의 정영일씨 영화소개 칼럼에서도 '도브'의 방영제목에 대한 뼈있는 일침을 했습니다. 이탈리아 개봉 영화가 워낙 희귀작이고 알려지지 않아서 '도브'를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당시 KBS의 어느 미친 편성 담당자가 이렇게 제목을 지었는지 모르겠어요, 참내.
그런데 좀 아이러니한 것은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에는 파도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파도가 출렁이는 장면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해안가에서 벌어지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반면 '도브'는 영화내내 계속 파도가 나옵니다. 즉 내용만 보면 사실 '도브'가 더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에 맞기는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버젓이 다른 영화가 존재하는 제목을 도용하는 건....
영화는 16살 소년 로브 리 그레이엄(조셉 보텀즈)이 세계일주 여행을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항해하는 내용이 펼쳐지죠. 피지에 정박한 로브는 사고로 고양이가 죽자 절망하는데 그런 그를 위로해주려고 패티(데보라 래핀) 라는 소녀가 보트에 찾아옵니다. 패티는 히치 하이킹으로 호주까지 여행하려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녀였습니다. 둘은 짧은 만남을 하고 헤어지는데 로브는 일부러 패티의 다음 여행지로 찾아가서 재회를 하고 자신이 다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과감히 돌발적인 대시를 한 셈이지만 패티는 그런 로브의 행동을 웃기다고 하면서도 제안을 받아줍니다. 둘은 잠시 같이 여행을 하고 헤어지고, 로브는 계속 외로운 여행을 하면서 여행 잡지와 촬영까지 하는데 그 때 패티가 다시 나타나 반가운 재회를 하고 어느덧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여행을 중단하고 해안가에서 노동자로 취칙하여 잠시 정착하며 보트에서 패티와 행복한 삶을 보내는 로브, 하지만 로브의 아버지가 찾아오고 로브에게 꿈과 목표를 이루라고 조언합니다. 패티 역시 로브가 여행을 마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다시 떠납니다. 패티가 없이 다시 외로운 여행을 하면서 심한 파도와도 싸우고 바다를 헤쳐가던 로브는 어느 곳에서 바람이 불지 않고 20여일을 정체하면서 심한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집니다. 파나마에서 패티와 재회한 그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감동하며 패티와 결혼식을 올리고 마지막 여행을 마무리힙니다.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랑과 낭만, 감동, 청춘을 다 담은 로맨틱하고 정열적인 영화입니다. 70년대 당시 '러브 스토리'를 비롯하여 '선샤인' '저 하늘에 태양이' '필링 러브' '브레이킹 어웨이' '사랑이 머무는 곳에' 등 청춘 감성물이 많이 개봉되었는데 이 영화도 국내에 들어왔다면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주 수준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70년대 국내 감성에는 잘 맞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인공 로브를 연기한 배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새벽의 7인'의 배우 티모시 보텀즈의 친동생입니다. 여주인공 데보라 래핀은 우리나라에 '재뉴어리'라는 영화로 알려졌고 미모 보다는 몸매가 좋은 배우로 인식된 인물로 그리 두드러진 스타는 되지 못했습니다.
제작진은 제법 막강합니다. 전설적 톱스타 그레고리 펙이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나섰습니다. 음악은 '야성의 엘자'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존 배리가 담당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촬영이 필요한 영화인데 카메라맨이 진짜 거물이지요. 잉마르 베리만, 우디 알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거물급 감독과 다수의 작업을 한 스웨덴 출신의 명 카메라멘 스벤 닉비스트 입니다. 오히려 이런 쟁쟁한 스텝진에 비해 감독이 약한 느낌이죠. '천일의 앤' '깊은 밤 깊은 곳에'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찰스 재롯 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스텝진으로 수작으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지만 매우 드라마틱하고 여행도중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로맨틱한 설정이 돋보입니다. 그야말로 여행족들이 생각하는 모든 낭만이 담긴 작품이죠. 아마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우리나라에 조기 해외여행 붐이 일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행영화라서 여러 곳의 풍경이 등장하며 주로 도시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해안가와 원주민의 모습등 서정적 풍경이 많이 담긴 영화입니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주를 이루어 딱 여름 영화지요. 아직까지 꽤 희귀작에 속하는 70년대 낭만 영화입니다.
ps1 : 우리나라에서 1980년 파랑새호 라는 돛배를 타고 75일만에 태평양을 횡단한 노영문-이재웅 콤비가 있었고 당시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ps2 : Dove 는 비둘기 라는 뜻이지만 '비둘기'라고 제목을 해석하면 오류입니다. 로브가 타고 가는 돛배의 이름이니까요. 마치 비둘기처럼 평화롭게 천천히 하는 여행에 딱 맞는 배의 이름 같네요.
ps3 : 과감히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6살에 요트로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소년, 과감히 대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무모하게 히치 하이킹 여행을 시도한 소녀, 둘이 정말 천생연분 아닐까 싶네요. 로브보다 패티가 2살 정도 연상이었는데 큰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두사람은 20살 전후에 결혼한 것입니다.
ps4 : 로빈 리 그레이엄은 1949년 생으로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직접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사진과 소식을 알리기도 하네요.
https://www.facebook.com/p/DOVE-by-Robin-Lee-Graham-100077765101162/
[출처] 도브 (The Dove, 74년) 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한 낭만, 사랑, 여정|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