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와 SK 등 현지계약재배 통해 기지화 잰걸음
한중FTA 앞두고 새로운 대안 제시
(흑룡강신문=하얼빈) 흑룡강성 삼강평원의 광활한 들판에서 한국 기업이 일군 곡식들이 무르익고 있다.
세계 3대 곡창지역으로 45만명 조선족들이 살고 있는 삼강평원 면적은 한국의 3분에 2에 달한다. 1990년대 초 한국 농림부 장관출신 장덕진 대륙개발회장의 야심 찬 농지개발 사업이 자금악화로 실패한 뒤 한동안 기억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20년 뒤 한국기업들에 의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CJ그룹은 중국 최대농업기업 북대황과 합작으로 2008년 곡물가공기업을 설립, 해외곡물자원 확보와 글로벌 식품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CJ는 올해 초 미강 단백질과 현미유, 식이섬유 등을 생산하는 공장 3곳을 완공하고 7월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김장훈 북대황 CJ 총경리는 2일“CJ는 래년부터 벼 농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북대황 우의(友誼)농장과 처음으로 계약 재배한 CJ 브랜드의 유기농 쌀을 가공해 세계시장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때 한국내 전자업계 유망주이던 태일정밀의 사주 정강환(65) 전회장도 외환위기로 인한 부도 후 할빈으로 이주해 이곳에 세운 컴퓨터부품제조업체 쌍태전자를 기반으로 흑룡강성 조선족 75개 농민마을(농경지 20만㏊규모)과 ‘심풀이 동우회’란 네트워크를 구성, 쌀 경작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 전회장은 차가버섯 성분을 함유한 항암성분 쌀 재배를 통해 올해 수확예정인 1,000톤 규모의 고급 쌀과 단호박 등 채소류를 중국 내수시장과 일본ㆍ한국시장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동북3성 거점인 심양 본부를 통해 2008년부터 곡물재배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이는 등 농업사업 참여기회를 찾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광물ㆍ곡물사업을 유망사업으로 보고 흑룡강성 농장경영사업참여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대련시에 기반을 둔 K사 등 중소기업들도 삼강평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K사는 최근 목단강 이남의 녕안시에 신선야채와 화훼 등 수경재배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고사리 등 신선야채를 대련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또 녕안의 동남쪽에 위치한 밀산시에도 한국업체들이 옥수수와 벼농사를 계약재배ㆍ가공생산을 위한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조선족 농기업들의 사업확장도 눈부시다. 밀산시 녹영고려쌀 합작사의 경우 대대적인 투자로 벼농사와 정미, 포장, 쌀겨기름 생산을 계열화하고 김치공장까지 진출하는 등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조선족 김장호씨가 운영하는 이 합작사는 지난해 8,000톤의 유기농 쌀을 한국에 수출했다. 또 오창시 민락향 조선족 마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쌀 브렌드 ‘도화향(稻花香)’은 중국 최고등급 쌀로 알려지면서 일반 쌀 보다 3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
정강환 전 태일전자 회장은 “중국 쌀 시장 규모는 한국의 40배”라며 “농업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농업관련기업들이 중국에 진출, 중국 조선족 농민들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장학만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