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애플 채용중단, 모건스탠리 감원… 글로벌 ‘실직의 시대’
연준 기준금리 인상 지속 신호에 기업들 고용 축소… 한국도 암울
美 10월 신규채용 22% 급감
英 “100년 만의 최장기 침체 우려”
계속되는 금리 고공행진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뚜렷해지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히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가 내년 5%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3일 33년 만의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영국중앙은행(BOE) 역시 “100년 만의 최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빅테크 이어 월가·스타트업도 ‘고용 중단-감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2일 직원들에게 “신규 고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채용을 중단하고 내년 9월까지 이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도 직원 5000여 명 중 13%를 감축하겠다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월가 금융기업과 스타트업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3대 투자은행 중 한 곳인 미국 모건스탠리는 몇 주 안에 감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도 직원들에게 “총원의 14%인 1000여 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3일 통보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경기 침체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주자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대출 빚 부담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고, 달러 초강세로 수출 전망은 어두운 데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이 겹치자 장기 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대표 기업들마저 몸을 사리는 것이다.
앤디 제이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부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콜리슨 스트라이프 CEO도 “경영진이 올해와 내년 상황을 오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각국에서 직장인들의 자발적인 사직 현상이 벌어졌는데 이젠 반대로 ‘실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신규 고용은 20만5000건으로 9월(26만3000건) 대비 22% 감소하긴 했지만 시장 전망치보단 높은 수치다. 고용을 줄이는 대기업과 달리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여전히 과열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수밖에 없어 기업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英중앙은행 “100년 만의 최장기 침체 가능성”
BOE도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3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3.0%로 올렸다. 1989년 이후 첫 자이언트스텝이다. BOE는 현재 3.5%인 실업률이 2024년 중반까지 6.5%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공영 BBC는 “BOE가 평소 하지 않는 정책금리 지침을 의사록에 제시했는데, 내년 가을까지 금리가 4.5%까지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세계는 ‘하이퍼인플레이션(통제 불능의 물가 상승)’으로 가고 있으며 사회 붕괴, 내전, 국제 분쟁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도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의 10분의 1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취업자는 올해(79만1000명)의 10.6%인 8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은택 기자, 파리=조은아 특파원,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