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현 박지윤 신영일 손미나 김성주 강수정 김병찬 노현정은 최근 퇴사한 아나운서이거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KBS 아나운서들이 압도족으로 많고 거의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아나운서들이다.
이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좀 더 나은 조건에서 돈을 벌고 싶을 수도 있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퇴사하자마자 DY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고, 결혼으로 퇴사한 노현정 아나운서처럼 구체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이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퇴사 이유는 모호해진 감이 있다. 최송현 아나운서는 사직서를 제출한 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고 무슨 선문답 같은 글을 올리고 있다.
박지윤 아나운서도 분명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함께 근무하는 최동석 아나운서와의 앞날 설계가 퇴사의 한 이유가 됐겠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박지윤 아나운서는 요즘 제빵 기술을 배우고 있다.
박지윤이나 최송현 아나운서는 에게 프릴랜서로 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나운서가 방송국을 그만두면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자동적으로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되는데도 말이다.
대신 둘 다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일단 쉬고 싶다"고 말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상파 아나운서 자리를 그만두면서, 그것도 경쟁력까지 갖춘 위치를 포기하면서 왜 분명한 이유가 없을까?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유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도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 아나운서들이 근무하는 조직이라는 시스템 등에서 어느 ㅈ어도 찾아질 수 있겠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여자 아나운서의 모델은 KBS 신은경과 MBC 백지연 아나운서였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다들 신은경 아나운서를 목표로 삼고 인생을 설계했다. 이들은 모두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만을 진행했던 아나운서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김주하, 정세진 아나운서 등 스타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와 강도가 약했다.
그러다 아나운서의 대중적인 인식을 다시 높여준 것은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다.
소위 연예인들만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 돋보인 아나운서다.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처럼 되고 싶은 젊은 아나운서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심지어 "교양에서 묻히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을 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나운서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욕망을 숨긴다.
KBS 아나운서실에 근무하는 90명의 아나운서들은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뉴스와 스포츠, 교양 프로그램만을 진행하고 싶은 아나운서가 있는가 하면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아나운서도 있다. 역사 프로그램 진행 전문가로 나서려는 아나운서도 있다.
젊은 아나운서일수록 예능 프로그램 MC 지망자가 많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적성과 욕망을 잘 발전시켜나가면 된다.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나면 아나운서실에서 근무하는 게 만만치 않게 된다. 마치 인기있는 연예스타가 각종 질투와 시기와 견제와 루머에 시달려야 하듯이 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같이 근무하는 선후배 아나운서가 실제로 당사자에게 질투를 하고 시기를 해서가 아니다.
만약 그런 선후배가 있다면 오히려 풀어야할 대상과 사안이 명확하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예능 PD와 교양 PD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것일 뿐인데도 심정적 위상 차이가 존재할 수 있듯이, 예능 아나운서와 교양 아나운서 간에도
이질적인 정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아나운서가 가는 길이 전보다 다양해진 상황에서 그런 점들을 받쳐주려면 조직도 전보다 더 많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아나운서실의 선배들은 오락프로그램을 맡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을 맡아 인기를 얻는 아나운서가 된 후배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나테이너의 출연은 공영방송인 KBS가 싼 맛에 식구들을 썼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 운영하면 아나테이너는 불청객이 될 지도 모른다.
만만한 조직생활은 있을 수 없겠지만 퇴사한 아나테이너들이 지인들에게 "지쳤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조직에서 새롭게 생긴 인기 아나운서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전략도 필요한 것 같아.